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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22. 5. 19. 선고 2021누35485 판결
[거부처분취소] 상고[각공2022하,526]
판시사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갑이 집행유예기간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 제6호 에 해당하는 기업체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한 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자 법무부장관이 불승인한 사안에서,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갑은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갑이 집행유예기간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 제6호 에 해당하는 기업체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한 후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자 법무부장관이 불승인한 사안이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의 문언 해석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되고 예외적으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으로 보아야 하고,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문언의 통상적인 해석 범위를 벗어난다고 봄이 타당한 점,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에 비추어 보거나 특정경제범죄법상 다른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이나 다른 입법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이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갑은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에 따른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1인)

피고,피항소인

법무부장관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21. 2. 18. 선고 2020구합67681 판결

2022. 2. 10.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0. 5. 26. 원고에 대하여 한 취업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식회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유화학’이라 하고, 다른 회사의 경우에도 ‘주식회사’ 표시는 생락한다)의 대표이사이자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등기이사로 근무하던 중, ‘금호피앤비화학의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재산상태, 변제능력 등에 대한 적정한 심사 없이 채권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회수 방안을 마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에게 금호피앤비화학의 자금을 대여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금호피앤비화학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가 인정되어 2014. 10. 24.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서울고등법원 2014노341호 , 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주1) 2018. 11. 29.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 2014도15128호 ).

나. 원고는 2019. 3. 26. 금호티앤엘, 금호미쓰이화학의 각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하였고, 2019. 3. 29.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하였다(이하 위 3개 회사를 통틀어 지칭할 경우에는 ‘대상 회사들’이라 한다). 주2)

다. 피고는 2020. 1. 30. 원고에게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집행유예기간이 종료한 날을 기점으로 2년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기업체에 취업이 제한되는데, 확인 결과 대상 회사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0조 제2항 제4호 , 제6호 에 의하여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체에 해당한다. 다만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의 승인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므로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 내에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하면 취업승인 여부를 검토하여 그 결과를 통지하겠다. 취업승인을 신청하지 않거나 승인 없이 취업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4항 , 제6항 에 따라 해임요구, 형사고발 등의 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고 통지하였다.

라. 이에 원고가 2020. 2. 28. 피고에게 대상 회사들의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0. 5. 19. 법무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2020. 5. 26. 원고에게 ‘원고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그 밖의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취업을 불승인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마. 한편 소외인이 금호석유화학의 주식 7.17%를 보유하여 금호석유화학은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의 기업체에 해당하고, 금호석유화학이 금호티앤엘의 주식 100%와 금호미쓰이화학의 주식 50%를 각 보유하여 금호티앤엘과 금호미쓰이화학은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6호 의 기업체에 해당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10호증의 1, 을 제1호증의 1 내지 3,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의 해석과 관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본문에서 ‘ 제3조 …… 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 ……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호 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문언 해석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취업제한의 주체이고,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은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과 만료점을 모두 포함하므로, 이 사건 조항은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을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로, 만료점을 그때부터 ‘2년’으로 해석해야 한다. 결국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므로,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

가) 이 사건 조항은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이 불분명하여 이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이 사건 조항은 특정경제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형벌 이외에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5조 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다) 이 사건 조항은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고,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 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라) 이 사건 조항은 형벌과 유사한 법률효과가 있는 취업제한이라는 불이익한 제재를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고 행정청인 피고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101조 제1항 의 삼권분립원칙에 위반된다.

3) 적법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

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은 그 법적 성격이 보안처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아니하였고, 처분의 사유로 설시하지도 않았다.

나) 이 사건 조항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취업을 승인하지 아니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승인해야 하고, 그러한 특별한 사정은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취업을 승인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사하지 않았고, 이를 증명하지도 못하였다. 오히려 관련 형사판결에 따른 원고의 범행 전 행적,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취업불승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처분사유를 제시하여 원고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졌는지를 알기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은 1983. 12. 31. 법률 제3693호로 특정경제범죄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하였는데, 일부 자구가 수정되거나 취업승인의 주체가 ‘경제사범관리위원회’에서 피고로 변경된 것 외에는 전체적인 내용이 동일하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4조(일정 기간의 취업제한 및 인가·허가 금지 등)
① 제3조, 제4조 제2항(미수범을 포함한다), 제5조 제4항 또는 제8조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 금융회사 등,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 및 그 출연(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과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2.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3.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

다. 이 사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그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으로 타당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그 법을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 대법원 2016. 7. 7. 선고 2016두35755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이 사건 조항의 문언 해석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되고 예외적으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으로 보아야 하고,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문언의 통상적인 해석 범위를 벗어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 제3조 …… 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 ……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호 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동안’이고, ‘동안’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때에서 다른 한때까지 시간의 길이’이므로, 취업이 제한되는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에는 취업제한의 기산점과 만료점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함이 문언에 부합한다. 이에 따르면 제2호 의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의 기산점과 만료점을 모두 규정한 것으로 그 기산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이 되고, 만료점이 그때부터 ‘2년’이 된다.

(2) 비록 이 사건 조항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를 근거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를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문맥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취업제한의 적용 대상자로서 그 주체를 의미한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나아가 앞서 본 ‘기간 동안’의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을 취업제한의 만료점으로 보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특정경제범죄법 제8조 는 사금융 알선 등의 죄에 관한 형의 종류로 징역형 외에 벌금형도 정하고 있는데, 만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라는 취업제한의 기산점으로 볼 경우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일단 취업제한이 시작되는데, 다만 ‘다음 각호’에 벌금형의 규정이 없어 만료점이 정해지지 아니하여 취업제한이 불가능하다는 부자연스러운 해석에 이르게 된다.

(3)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여러 언론은 취업제한기간을 ‘집행유예기간이 종료한 날부터 2년’이라고 보도하였고(갑 제5호증의 4, 5, 7, 9 참조),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이나 경제개혁연대의 논평에서도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형 집행 중이거나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 대해서는 따로 규율하지 않고, 확정판결을 받아 수감 중이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 취업제한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갑 제5호증의 6, 11 참조).

또한 법무부는 2019. 11. 11. 자 정책브리핑과 2019. 11. 14. 자 보도자료를 통해 ‘실형이 확정된 경우 형의 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5년간,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고 설명하였고(갑 제5호증의 12, 14 참조), 심지어 법무부차관이 2019. 11. 2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여 특정경제범죄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관한 의견을 밝히면서 ‘형 집행 중 또는 집행유예기간 중에 취업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특정경제범죄법의 해석상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도 함께 검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먼저 요청하는 등(갑 제6호증 참조) 이 사건 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하였다.

(4) 특히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4항 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이 있을 때에는 그 사람이 취업하고 있는 기업체의 장에게 그의 해임을 요구하여야 하고, 같은 조 제6항 에 따르면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해임이 요구되거나 형벌의 제재까지 받게 되므로, 이 사건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아래 라)항에서 보는 것처럼 설령 문언대로 해석할 경우 불합리하게 될 여지가 있더라도, 이 사건 조항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된 이상, 문언 그대로 해석해야 하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해석할 수는 없다.

나)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에 비추어 볼 때, 집행유예기간이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1) 특정경제범죄법은, 경제범죄가 날로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가 막심하여 이를 근절할 대책이 절실한 실정임에도, 기존의 처벌법규에 따른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벌칙 규정의 미비로 인하여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거액 경제범죄 및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여 가중처벌하고, 금융기관 임직원의 금품수수 등 비위를 엄벌함과 아울러 범법자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질서의 확립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특정경제범죄법 제정 이유 참조).

(2) 다만 특정경제범죄법 제정을 위하여 1983. 12. 5.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 1983. 12. 16.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당시 피고와 법제사법위원장이 해당 법률안의 주요골자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거액 경제범죄자 및 거액의 금품 등을 수수한 금융기관 임직원 등은 일정 기간 동안 금융기관 등에 취업하거나 관허업의 허가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이에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함’이라고만 하고 있을 뿐(갑 제9호증의 1, 2 참조), 입법자가 집행유예기간도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경제범죄법은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의 기업체 취업제한에 관하여 해당 기업의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 규율하는 등 사적 자치의 영역에 맡겨 놓았다거나 별도의 법률에서 정할 것을 예정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실제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4호 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고 하여 임원의 자격요건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다) 특정경제범죄법상 다른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이나 다른 입법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3호 는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만일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을 취업제한기간의 만료점에 관한 규정이라고 본다면 위 제3호 는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이 아닌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날’이라고 정하였어야 한다.

다만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와 선고유예의 경우 모두 취업제한기간이 2년이 되어 제2호 제3호 를 따로 둔 취지에 반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선고유예란 범정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일정한 기간(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서, 단기 자유형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의 집행유예 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처벌받았다는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함으로써 장차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는 특별예방의 목적에 이바지하는 제도인 점[ 헌법재판소 2002. 8. 29. 선고 2001헌마788, 2002헌마17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3호 는 선고유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선고유예기간 중에만 취업제한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이 사건 조항과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3호 가 체계상 서로 모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개별 법률에서 집행유예기간을 포함하여 그 후 일정 시점까지의 취업제한 등 결격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방식은 아래와 같이 ① 집행유예기간 중과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 일정 시점을 병렬적으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1유형’이라 한다), ② 집행유예가 확정된 날을 결격 시점으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2유형’이라 한다), ③ 집행이 유예된 날을 결격 시점으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3유형’이라 한다), ④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후 일정 시점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결격 사유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4유형’이라 한다)로 나눌 수 있는데, 주3) 이 사건 조항은 아래 4가지 유형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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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4호 를 들면서 집행유예기간을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위 기간이 결격 사유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조항도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4호 는 모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라는 형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상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조항은 본문과 제2호 의 규정 형식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을 뿐 집행유예기간을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으로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라) 설령 집행유예기간이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될 필요가 있고, 만일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이러한 입법 미비나 공백을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메울 수는 없다.

(1) 특정경제범죄법은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그 범죄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제1조 참조),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2조 는 ‘피고가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의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한 재판결과를 항상 파악하여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지체 없이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항 에 따른 취업제한 및 허가 등 금지사실과 그 대상의 범위를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은 집행유예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취업제한이 개시된다고 보는 것이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집행유예기간 중에는 취업할 수 있다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한 날부터 비로소 취업제한의 제재를 받는다고 보면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 맞지 않으며, 오히려 집행유예기간 중에 취업제한 제도의 취지를 관철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목적론적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할 경우 형벌까지 받을 수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목적론적 해석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는바,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조항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는 문언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이상,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과 실효성, 사회 일반의 법감정을 이유로 문언과 달리 해석할 수는 없다.

(2) 법률의 의미·내용과 적용 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곧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헌법 제101조 제1항 ). 그러나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고, 입법자는 헌법이 허용한 한계 내에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법관은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하여야 하며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법률해석을 통해서 왜곡·변형하거나 대체해서는 아니 된다. 이것이 입법권과 사법권을 구분하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앞서 본 것처럼 특정경제범죄법이 제정되면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될 때, 입법자의 의사가 집행유예기간도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려는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입법자의 의사를 추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넘는 것이다. 설령 특정경제범죄법에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지 아니한 입법 미비나 공백이 있더라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지, 법원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사정을 내세워 법률문언과 달리 원고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에 집행유예기간이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이상,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원고가 위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취업승인 신청을 받아 취업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함상훈(재판장) 권순열 표현덕

주1) 원고는 제1심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1. 16. 선고 2011고합514 판결),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다소 늘어나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주2) 다만 원고는 이 법원의 소송계속 중인 2021. 6. 15. 대상 회사들의 대표이사에서 모두 사임하였다.

주3) 아래 입법례에서 이해의 편의를 돕고자 관련된 부분을 밑줄로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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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

- 서울고법 중요 판결·결정 서울고등법원 판례위원회 法律新聞社

참조조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4항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6항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6호

본문참조판례

서울고등법원 2014노341호

대법원 2014도15128호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대법원 2016. 7. 7. 선고 2016두35755 판결

헌법재판소 2002. 8. 29. 선고 2001헌마788, 2002헌마17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참조조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6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4항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6항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헌법 제15조

- 헌법 제37조 제2항

- 헌법 제101조 제1항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4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3호

-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4호

-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원심판결

- 서울행법 2021. 2. 18. 선고 2020구합6768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