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구합726 건축허가처분취소
원고(선정당사자)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최상
담당변호사 박계성, 장재억, 임채훈
피고
임실군수
피고보조참가인
B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병연
변론종결.
2019. 12. 5.
판결선고
2020. 1. 16.
주문
1. 피고가 2019. 9. 11.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한 전북 임실군 C 전 3,918㎡ 지상동 · 식물관련시설(축사)에 관한 건축허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7. 12. 16. 피고에게, 전북 임실군D 전 4,188m²(이하 지번으로만 표시하고, '분할 전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연면적 1,525㎡인 동·식물관련시설(축사)을 신축하기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였다(이하 '제1차 신청'이라 한다). 피고는 2017. 12. 4. 참가인의 위 신청을 받아들여 그와 같은 내용의 건축허가처분을 하였다(이하 '제1차 건축허가처분'이라 한다).
나. 원고(선정당사자)와 나머지 선정자들(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은 분할 전 토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로서 2018. 2. 27. 피고에게, 제1차 건축허가처분은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에 있는 지역에 축사 건축을 허가해 준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요구하였는데, 실제로 분할 전 토지 중 일부는 피고가 관련 법령에 따라 지정 ·고시한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 이에 따라 참가인은 2018. 3. 5. 피고에게 제1차 신청을 취소하는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참가인에 대한 제1차 건축허가처분을 취소하였다.
라. 그러자 참가인은 2018. 3. 21. 분할 전 토지에서 위와 같이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에 있던 270㎡(분할 후 지번 E)를 분할하여 낸 뒤 2018. 7. 10. 피고에게 분할 전 토지 중 가축사육 제한구역 밖에 있는 나머지 3,918㎡(이하 '이 사건 신청지'라 한다)에 관하여 연면적 1,985㎡인 동·식물관련시설(축사, 이하 '이 사건 축사'라 한다)을 신축하기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2018. 9. 11. 참가인의 위 신청을 받아들여 그와 같은 내용의 건축허가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허가처분'이라 한다).
마. 원고 등은 2018. 10. 5.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18. 12. 28.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허가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등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신청지는 가축사육 제한지역 내에 있고, 건축법 제44조에 따라 2m 이상 도로에 접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허가처분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이라 한다)과 건축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2) 이 사건 신청지는 원고 등의 주거지로부터 불과 30m 내지 270m 떨어져 있을 뿐이어서 이 사건 축사가 들어설 경우 악취나 소음 등으로 인하여 원고 등에게 수인한 도를 초과하는 피해를 줄 우려가 있고, F의 수질오염으로 인한 인근 마을주민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그런데도 피고가 이 사건 축사의 신축을 허가한 이 사건 허가처분은 비례원칙을 위반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개발행위허가는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실오인과 비례 ·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그 판단기준이 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하여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① 우리 헌법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제35조 제1항) 환경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함과 동시에 국가와 국민에게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② 환경정책기
본법은 환경권에 관한 헌법이념에 근거하여,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사업자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한편(제1조, 제4조, 제5조, 제6조), 국가·지방자치단체 · 사업자 및 국민은 환경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제2조) 등을 고려하여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이용실태와 생활환경 등 구체적 지역 상황과 상반되는 이익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권익 균형 및 환경권의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참조).
민법은 토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등에 의한 생활방해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217조 제1항). 이 조항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은 이웃 토지 소유자 등 사이의 민사적 법률관계이지만, 주변 환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시설이나 사업에 대한 행정청의 수익적 재량처분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그 거주자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를 발생시켜 분쟁을 유발하거나 조장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행정청은 재량권 행사과정에서 장차 시설 설치자나 사업자가 위 조항을 준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두46783 판결 참조). 특히 가축분뇨법에 따라 가축의 사육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군수·구청장이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구역을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하여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지형도면을 작성·고시하여야 하고, 이러한 지형도면 작성·고시 전에는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음은 분명하나(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3두10489 판결 등 참조), 군수·구청장이 위와 같은 관련 법령에 따라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 지역이나 대상을 지정하고도 그에 관한 지형도면의 작성·고시를 누락함으로써 그에 관한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의 효력이 대외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지역이나 대상에 관한 생활환경상의 보호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이러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그 개발행위의 허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9 내지 15호증, 을 제1, 2, 4, 6, 7호증,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 이 법원의 한국국토정보공사 임실순창지사에 대한 측량감정 촉탁결과,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허가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므로, 원고 등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취소되어야 한다.
① 가축분뇨법은 주거 밀집지역으로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 중 가축 사육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구역을 지정·고시하여 가축의 사육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제8조 제1항 제1호), 그에 따라 임실군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이하 '임실군 가축분뇨조례'라 한다)는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절대금지지역과 상대금지지역으로 구분하면서(제3조 제2항), 상대금지지역에는 절대금지지역을 제외한 지역 중 주거 밀집지역과 '모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제3조 제3항, [별표 1]), 이 사건 신청지 인근에 위치한 G 지상의 모정(이하 '이 사건 모정'이라 한다)은 피고가 스스로 가축분뇨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상 가축사육으로부터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지정한 시설물 또는 지역이다.
②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개발행위허가가 의제되는 건축허가신
청에 관한 행정청의 허가가 재량행위의 성격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시된 지형도면에 따른 가축사육 제한구역 외의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반드시 건축허가 등 개발행위허가를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사건 모정의 경우처럼 당초 가축분뇨법이나 관련 조례 등에 근거해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마땅히 포함되었어야 할 지역이나 대상이, 피고 측 소속 공무원의 행정상 착오나 해태 등으로 인하여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고시되지 않은 경우라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축사의 신축과 관련된 개발행위의 허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중대한 공익의 보호를 위해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었다.
③ 그런데 이 사건 신청지는 비록 그에 관한 지형도면의 작성·고시 당시 가
축사육 제한구역에서 누락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모정의 부지경계로부터 직선거리로 350m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1) 임실군 가축분뇨조례상 가축사육 제한구역 중 상대제한지역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이 사건 허가처분 당시 참가인에게 이 사건 신청지가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에 있음을 이유로 그 신청을 불허할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축사의 신축과 관련된 개발행위허가를 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모정에 관한 생활환경상의 보호필요성 등을 충분히 고려 하였어야 하는데, 피고는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축사는 개방형의 구조로 되어 있고, 건축면적 등에 비추어 참가인은 이 사건 축사에서 최소 100두 이상의 소를 사육할 예정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 사건 축사의 구조와 사육가축의 규모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이 사건 축사에서는 적지 않은 악취와 소음 등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 사건 축사에 관한 설계도면에는 악취와 소음의 발산을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계획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이 사건 신청지는 오랜 기간 동안 거주해 오고 있던 인근주민들인 원고 등의 주거지들과 불과 30m 내지 270m 떨어져 있을 뿐이어서 원고 등이 이 사건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 등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고통을 받을 우려가 큰 반면, 피고가 이 사건 허가처분을 할 당시 이 사건 축사로 인하여 원고 등 인근주민들이 받을 생활방해나 생활환경상의 고통 등에 관하여 충분히 고려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자료가 없다.
⑤ 이 사건 신청지의 주변지형을 보면, 이 사건 신청지는 상당한 규모의 H저수지 바로 아래쪽에 위치해 있고, H저수지의 지류인 F이 이 사건 신청지의 동쪽 면을 접하여 지나면서 남쪽에 위치한 H마을로 흐르고 있으며, 이 사건 신청지의 서쪽 면은 곧바로 가파른 임야와 맞닿아 있어, 그 임야에서 이 사건 신청지로 흘러내려오는 우수 등이 이 사건 신청지 바로 옆에 있는 집수정에 모인 후 이 사건 신청지의 지하를 가로 질러 F으로 배수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주변지형이나 여건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이 사건 축사에서 축산폐수가 발생하여 이 사건 신청지 지하로 스며들거나 이 사건 신청지 인근에 폭우가 내릴 경우 그 폐수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신청지뿐 아니라 F 역시 오염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H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충분히 예상되는데, 참가인은 이 사건 신청지에서 발생하거나 이 사건 신청지에 유입되는 폐수 등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⑥ 특히 참가인은 당초 분할 전 토지에 관하여 축사신축 등을 위한 제1차 신
청을 하였다가 원고 등의 민원에 따라 분할 전 토지가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에 있음이 판명되자 제1차 신청을 스스로 철회하였으나, 이후 단지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의 제한을 받지 않을 목적으로 분할 전 토지를 분할한 후 나머지 토지인 이 사건 신청지에 관하여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이 사건 축사의 신축 등을 위한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분할 전 토지를 분할한 행위가 관계 법령에 따라 허용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설정하여 생활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가축분뇨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로 보기에 충분함에도 피고는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⑦ 주거밀집지역인 H마을 안에서 20여 년 동안 축사를 운영하여 온 참가인이 이 사건 축사를 신축·이전하면 마을 안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2018. 10. 16. 개최된 H마을 주민회의에서 이 사건 축사의 신축에 관하여 찬성결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결의 당시 투표에 참여했던 인원 29명 중 반대를 표시한 인원도 13명에 이르고, 원고 등이 이 사건 소송까지 제기한 점 등을 고려하면, H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사건 신청지에 건축될 이 사건 축사는 마을주민들 모두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마을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기존의 축사로 인해 입었던 피해를 마을 밖에 거주하는 원고 등 다른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허가처분이 H마을 전체 주민들의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 등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치봉
판사 최미영
판사 신태광
주석
1) 이 사건 신청지와 모정의 부지 경계사이의 직선거리는 322.5m이다(위 측량감정 촉탁결과에 따라 작성된 감정서에는 거리의 단위가 모두 'cm'로 되어 있으나 이는 'm'의 오기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