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4. 17. 선고 2019가합541204 판결
[부당이득금][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장성윤)

피고

재단법인 대성재단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올흔 외 1인)

2020. 3. 27.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원고에게, 피고 재단법인 대성재단은 359,184,193원, 피고 2는 1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 재단법인 대성재단(이하 ‘피고 재단’이라 한다)은 의료기관의 설치 및 운영 등의 사업을 행할 목적으로 민법 및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공익법인으로, 서울 (주소 생략)에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개설하였다.

나. 피고 2는 의사로서, 피고 재단과 사이에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약 10여 년간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여 왔다.

다. 원고는 의사로서, 2018. 11. 5. 피고 2와 사이에, ‘피고 2가 피고 재단과 협의하여 원고로 하여금 5년 이상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하여 주되, 그 대가로 원고는 피고 2가 부담하고 있던 약 4억 원의 미지급 물품대금을 승계하고, 피고 2가 피고 재단에 지급한 예치금 3억 원 주1) 을 지급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아래와 같이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 2에게 2018. 11. 15. 3,000만 원, 2018. 12. 14. 3,000만 원, 2018. 12. 15. 3,000만 원, 2018. 12.17. 1,000만 원 등 합계 1억 원을 위 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재단예치금 3억 원 중 일부로서 지급하였다.

제2조 (거래 계약 조건)
1. 본 건물의 운영조건은 피고 2(이하 이 계약에서는 피고 2를 ‘갑’이라 하고, 원고를 ‘을’이라 한다)가 피고 법인에 지급한 약정금 3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방법은 피고 재단에 직접 지급하거나 ‘갑’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한다.
2. 피고 재단에 지급하는 매월 이자와 기타 금액은 ‘갑’이 피고 재단과 협의하여 계약 내용에 포함하여 주어야 하며, 매월 납부금이 현재 2,700만 원보다 낮춰주도록 협의하여 주기로 한다.
3. 약정금 지급방법은 계약시 3,000만 원을 ‘갑’에게 지급하고, ‘갑’은 피고 재단과 경영권승계에 대한 협의를 하여야 하며, 피고 재단과 협의가 됐을 때 중도금 1억 원을 지급하고, 2018. 12. 30. 잔금 1억 7,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다.
4. ‘갑’은 피고 재단과 협의하여 이 사건 병원의 운영권을 5년 이상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하여 주기로 한다.
5. 양도조건은 양도·양수일까지의 물품대금 미지급금액(약 4억 원 이하)을 ‘을’이 승계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기로 하며, 향후 4억 원 초과시에는 ‘갑’이 해결해주어야 한다. (이하 생략)
6. 임직원의 급여 및 퇴직금은 양도일까지 정산하여 ‘갑’이 모두 지급하고,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및 임직원은 고용승계하기로 한다.
7. 2018. 12. 30.까지의 건물관리비(전기, 수도, 가스사용료, 재단의 이자 등)를 ‘갑’이 납부하여 체납 및 미지급이 없도록 한다.
8. ‘갑’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2018. 12. 30.까지 발생한 의료비 채권 일체(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 건강검진 등) ‘갑’이 수령권을 가지기로 한다.
9. 피고 재단과 협의가 되었을 시 ‘을’은 피고 재단과 경영위탁 병원운영계약서 등을 작성하기로 한다.
10. 피고 재단과 본건의 양도·양수건이 협의가 되지 않을 시 약정금 3천만 원을 ‘을’에게 반환하기로 한다.
(이하 생략)

라. 원고는 2018. 12. 13. 피고 재단과 사이에,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한 후(같은 날 운영계약서, 세부 약정서도 함께 작성하였다. 이하 이를 통틀어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라 한다), 2019. 1. 2.경부터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병원 경영위탁 계약서
제1조(목적)
본 계약은 피고 재단(이하 이 계약에서는 ‘갑’이라 한다)이 원고(이하 이 계약에서는 ‘을’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병원의 경영을 위탁하는 데 있어 필요한 제반사항을 정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제3조(계약기간 및 권리 등의 양도 등 금지)
① 본 계약 기간은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으로 하고, 계약기간 만료일 3개월 전까지 별도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가 없는 한 동일한 조건으로 1년씩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
③ ‘을’은 ‘갑’의 서면동의 없이 본 계약서상의 일체의 권리, 의무 등을 제3자에게 양도, 증여, 대물변제,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제4조(운영 및 관리 등 책임)
① ‘을’은 이 사건 병원의 인사, 관리, 재무, 회계 및 세무 관련 업무에 관하여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진다. 단 세무회계 업무에 관하여는 ‘갑’의 재단본부 회계담당자의 승인을 받아 처리하여야 한다.
② ‘을’은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그 간 건축 및 운영을 위해 기재한 세부약정서의 모든 금융이자 및 상환금을 지불하여야 한다.
③ ‘을’은 이 사건 병원 건물에 대한 변경 등과 관련하여 ‘갑’으로부터 서면동의를 사전에 득한 후 시행하여야 하며, 그 외 해당사항은 ‘갑’이 파견한 재단이사와 상의한 후 결정하고 동 건물에 대한 관리권은 ‘갑’이 1인을 선정하여 둔다.
④ 이 사건 병원 회계, 경리 운영은 ‘을’이 관리 및 책임지며, ‘을’은 ‘갑’의 재단본부 회계 담당자에게 감가상각비를 년 단위로 적립하여야 한다. 적자가 발생할 시 적자 금액만큼 예치하여야 한다.
제5조(계약기간 만료)
① 계약기간 만료시 ‘을’은 이 사건 병원의 운영 중 기 발생된 외상 매입금, 직원급여 및 퇴직금 등 위탁기간 중에 발생된 금전적인 모든 지급 채무에 대하여 채무관계를 정리하여야 하며, ‘갑’은 ‘을’의 운영으로 인해 발생된 채무는 승계받지 않는다.
② ‘을’은 이 사건 병원의 기존 계약시 첨부한 의료장비는 인수하여 사용하고 계약기간 만료 시에는 인수 시의 현황대로 ‘갑’에게 반납하여야 하며, ‘갑’의 사전 동의 없이 ‘을’에 의해 폐기 및 분실 시에는 동일 품목으로 보충하여야 한다.
이 사건 병원 운영계약서
피고 재단에서는 병원운영 활성화와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운영 방침을 정한다.
1. 피고 재단에 속해 있는 이 사건 병원의 인사, 관리, 재무, 회계 및 세무 관련 업무에 관하여 권한을 2019. 1. 1.부터 원고에게 위임함에 있어 원고는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진다.
(단, 세무회계 업무에 관하여는 재단본부 회계담당의 관리를 받아 처리한다. 회계직원 파견)
4. 회계, 경리 운영은 원고가 관리, 책임진다.
5. 계약기간 중이거나 만료 시 원고는 본인이 운영 중 기 발생된 외상 매입금, 직원퇴직금 등 운영기간 중에 발생한 모든 지급채무에 대하여 본인이 지불하여야 한다.
Chapter. 병원 위탁 관리 규약
제3조(적용대상)
① 이 사건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약품(향정 및 마약류 포함)은 피고 재단과는 별도로 이 사건 병원장(원고)의 책임하에 구입, 사용, 관리 및 대금 결제를 하며, 향정신성 의약품 및 마약류 취급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원고가 모든 책임을 진다.
② 이 사건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원장, 봉직의사 포함)들의 채용 및 해임은 이 사건 병원장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시행하며 직원들의 월급(건강보험, 산재보험, 제반보험료 등과 퇴직금 포함)은 피고 재단과는 별도로 원고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이 사건 병원 위탁 운영에 관한 세부 약정서
1) 원고는 위탁계약서 제4조 제2항에 의거 매월 2,800만 원(주2)을 은행이자, 이사장 급여, 적금 외 나머지 금액으로 피고 재단 통장에 매월 적립한다.
대출금 이자 등 약 월 1,350만 원을 매월 대출이자 지급에 맞추어 은행에 지불한 후 차액을 정산한다.
이사장 월급 600만 원을 매월 말일 기준으로 지급한다(월급의 세액은 대출금 이자금에서 상계한다).
재단 적립금 850만 원을 피고 재단 통장(신한은행 계좌번호 생략)으로 매월 입금한다.
2) 적자가 발생할 시 적자 금액만큼 피고 재단 적립금으로 예치하여야 한다.
4) 위탁 예치금으로 3억 원을 지불하며 본 위탁금은 해지 시 반환한다.
5) 운영에 의한 공과잡비 및 사업소득세는 이 사건 병원 운영자(원고)가 지급한다.
10) 시행일은 2019. 1. 1.로 한다.

2,800만 원 주2)

마. 원고는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에 따라 직접 진료도 하면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던 중 피고 재단에게 위탁운영을 그만두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 재단은 2019. 5. 6.경 원고에게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9. 5. 14.경 이 사건 병원 운영을 그만두었다.

바. 이 사건과 관련된 구 의료법(2019. 4. 23.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이를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 요지

가. 원고

1) 피고 재단에 대한 청구

원고와 피고 재단 사이의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은, 원고가 피고 재단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으로, 의료법인등이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을 위반한 것이다.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의 입법취지, 이에 반하는 행위의 반사회성을 고려하여 행정상 제재( 구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5호 )와 형사처벌( 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도 아울러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은 강행법규로서 이에 반하는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은 무효이다.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2019. 1. 23.부터 2019. 4. 29.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고 재단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합계 357,300,000원을 입금하여 이를 병원 운영비로 사용하였고, 그중 64,890,000원을 돌려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차액인 292,410,000원(= 357,300,000원 - 64,890,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주3)

또한 원고는 2019. 1. 2.부터 2019. 5. 14.까지(133일, 4개월 14일) 이 사건 병원에서 의사(병원장)로서 근무하였는데, 경영위탁계약이 무효로 되었으므로, 피고 재단은 원고가 제공한 근로 상당을 부당이득 하였고, 근로제공의 대가를 일응 월 1,500만 원으로 계산하면, 피고 재단은 원고에게 66,774,193원(= 4개월 × 1,500만 원 + 14일/31일 × 1,500만 원, 원 미만 버림)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 재단은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합계 359,184,193원(= 292,410,000원 + 66,774,19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2에 대한 청구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2 사이의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은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여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법인등의 명의 대여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그 내용자체도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 2는 원고에게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에 따라 재단 예치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재단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은 피고 재단이 이 사건 병원 운영권을 가지되, 원고를 원장으로 고용하면서 운영과 관련한 상당한 범위의 권한과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고용계약의 특수한 형태에 불과할 뿐, 원고에게 피고 재단의 명의를 빌려준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가 피고 재단 명의 계좌에 어떠한 이유로 입금했는지 알 수 없고, 원고가 위 계좌에서 출금한 돈이 3억 원을 훨씬 초과함에도 입금한 금액만 떼어내어 부당이득이라 볼 수 없다.

다. 피고 2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은 의료법인등이 ‘비의료인’에게 명의대여 하는 것만을 금지할 뿐 ‘의료인’에게 명의대여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피고 재단이 의사인 원고에게 경영을 위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나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은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상 피고 재단이 이 사건 병원 운영에 있어서 각종 관리, 감독권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한 명의 대여로 볼 수 없고, 피고 재단은 법인 명의(재단법인 대성재단)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 원고로 하여금 ‘○○병원’이라는 상호만 사용하게 한 것이므로,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 및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에 규정된 ‘법인의 명의 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설령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 및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경우와 달리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증을 빌리거나 의료법인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특별히 보건권이 침해될 우려가 없으므로,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 및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은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유효하다.

또한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 및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면, 원고가 피고 2에게 지급한 1억 원은 민법 제746조 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갑 제8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은 원고가 피고 재단 명의 주4) 로 개설된 이 사건 병원을 일정기간 전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에 위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등은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문언상 ‘다른 자’를 비의료인으로 한정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

2)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에서는 원고가 위 계약 기간 직원들의 고용과 월급 지급, 제세공과금 지급, 거래처 및 자금 관리 등 이 사건 병원의 인사, 관리, 재무, 회계 관련 업무에 대하여 모든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원고가 피고 재단에 정액으로 2,800만 원을 지급하면 그 외 병원 수익과 손실은 원고에게 귀속되도록 하였다.

다만 피고 재단이 세무회계업무에 관한 승인권(위 계약서 4조 1항), 병원 건물에 대한 관리권(4조 3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을 전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건물 소유자인 피고 재단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둔 것에 불과하고, 달리 피고 재단이 원고의 병원 운영에 개입하거나 지휘·감독할 근거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피고 재단이 의료법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하였고, 원고가 의료기관 개설자 명의를 계속 이용하여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기로 한 이상, 이 사건 병원 상호가 무엇이든 간에 법인의 명의 대여가 아니라 볼 수는 없다.

나. 강행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그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 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의 입법취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된 각 계약의 내용 및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재단 사이의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의료법인등의 명의 대여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에 위반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재단이 의료인인 원고에게 그 명의를 대여하는 행위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을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을 전제로 체결된 원고와 피고 2 사이의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도 마찬가지로 무효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각 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가)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 ). 의료법 제33조 제2항 에서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기타 비영리법인 등이 아닌 자(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같은 법 제33조 제10항 에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등은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조 제2항 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의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과 같은 법 제33조 제10항 위반의 경우, 같은 법 제64조 제1항 에서 이를 위반하는 의료기관은 의료업을 1년의 범위에서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하도록 행정상 제재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에서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나)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의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 제90조 )도 두고 있다. 또한 의료인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공모한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 제33조 제2항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7도378 판결 ).

이와 달리 제33조 제10항 위반의 경우, 다른 자에게 법인의 명의를 빌려준 의료법인등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지만 그 의료법인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린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고, 제4조 제2항 위반의 경우, 다른 의료인(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법인 등도 포함)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인 및 그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명의를 빌려준 의료법인등과 명의를 빌린 자는 형법상 대향범의 관계에 있어 형법총칙의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어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한 의료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33조 제10항 과 이에 대한 처벌규정은 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비로소 신설된 조항인데 반하여,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행위에 대한 처벌은 그 이전부터 강력하게 적용하여 엄단하여 온 점에 비추어 보아도 위 두 금지조항 사이의 불법성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제4조 제2항 은 의료법인등이 다른 의료인 주5) 에게 명의를 대여하는 것과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법인 등도 포함)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주6) 이를 위반하여 개설·운영되는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운영되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그 의료기관의 실질적 운영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하여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것으로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제33조 제2항 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와 달리, 제33조 제10항 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취지).

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금지규정( 제33조 제2항 )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이른바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은 무효이다(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등 참조).

위 금지규정에 위반한 약정의 사법상 효력까지 무효로 보는 이유는, ① 그 입법 취지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점, ②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이에 따를 수 있는 국민보건상의 위험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으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는 점, ③ 단순히 형사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의료법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보이는 점 등에 있다. 주7)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에서 의료법인 등이 의료인을 포함한 다른 자에게 그 명의를 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구 의료법 제4조 제2항 에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는,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고령이거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등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금지규정과 비교할 때 그 입법취지가 다르고 국민보건상의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달라 불법성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피고 재단에 대한 청구에 관한 가정적 판단

1) 원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이 강행법규이고,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이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전제에서 원고의 피고 재단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갑 제5-1, 5-2, 5-3호증, 갑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가 2019. 1. 2.~2019. 5. 14.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에 기하여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직접 진료행위도 한 사실, 원고가 피고 재단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를 피고 2로부터 인수받아 관리해온 사실, 원고가 2019. 1. 23.~2019. 4. 29. 수차례에 걸쳐 합계 357,300,000원을 입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의 인사, 관리, 재무, 회계 관련 업무에 대하여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한 점, ② 원고가 피고 명의의 계좌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병원의 운영자금을 전적으로 관리한 점, ③ 원고가 위 계좌에서 직원 및 원고 본인의 월급, 가수금, 제세공과금 등 이 사건 병원 유지·운영비로 대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원고도 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④ 원고가 이 사건 병원 운영에 필요한 비용에 상응하는 병원 수익도 취득한 점, ⑤ 원고가 이 사건 병원 운영을 중단하고 피고 재단에 계좌를 반환할 당시와 가까운 시점에 계좌에 잔액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인정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 재단 명의 계좌에 입금한 돈과 이 사건 병원에서 진료행위를 한 것에 대해 피고 재단이 실질적으로 어떠한 이득을 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형석(재판장) 송현직 김선역

주1) 원고가 피고 재단과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면 지급하여야 할 재단 예치금 3억 원을, 편의상 피고 재단으로부터 예치금 3억 원을 반환받아야 할 피고 2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2) 아래 대출금 등 이자 1,350만 원, 이사장 월급 600만 원, 재단 적립금 850만 원의 합계로 보인다.

주3) 다만, 원고는 2020. 3. 23.자 준비서면에서, 소장에서 주장한 위 금액은 계산 착오였고 64,471,240원을 돌려받았으므로 차액 292,828,760원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을 변경하였다.

주4) 갑 제1호증, 을나 제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재단과 ‘(재)○○병원’의 법인등록번호가 ‘법인등록번호 생략’으로 동일한바, 법인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주5) 의료법에는 ‘다른 자’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의료인일 경우를 상정하여 살펴본다(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 제33조 제2항 위반이 될 것이다).

주6)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뿐만 아니라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으나, 그 위반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은 여전히 두지 않고 있다.

주7) 대법원은 이러한 의료법이 제33조 제2항 입법취지에 비추어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료인이 비영리법인 등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자로부터 명의를 빌려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만으로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도7217 판결 참조).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