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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6. 6. 24. 선고 86도650 판결
[진영간첩,국가보안법위반][집34(2)형,396;공1986.8.1.(781),974]
판시사항

가. 군법회의에 재판권이 있는 범죄와 경합범으로 기소된 일반범죄에 대한 군법회의의 재판권유무

나. 구 군형법(1975.4.4 법률 제2749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3항 소정의 진영간첩의 성립요건으로서 진영의 범위

판결요지

가. 군법회의에 재판권이 있는 범죄와 경합범으로 기소된 민간인의 국가보안법등 위반죄에 대하여서도 군법회의에 재판권이 있다.

나. 구 군형법(1975.4.4 법률 제2749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3항 소정의 진영간첩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진영은 당해 부대의 장이 진영의 구역선을 문서로 고시하고 필요한 장소에 이를 표지함으로써 군사시설지역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구역이어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송정관, 김태형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해군고등군법회의에 환송한다.

이유

1. 변호인(국선) 송정관의 상고이유(변호인 김태형의 상고이유 보충서는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뒤의 것이므로 앞의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 판단한다. 이하 같다) 중 우선 이 사건에 대한 군법회의의 재판권을 따지는 부분부터 판단한다.

소론은 요컨대 피고인은 민간인이므로 공소사실중 국가보안법위반죄에 대하여는 군법회의가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 제6조 제2항 , 제8조 제1항 , 구 국가보안법(법률 제1151호) 제3조 제1항 제1호 , 구 반공법(법률 제1997호) 제6조 제4항 , 구 군형법(법률 제2749호) 제13조 제3항 , 제1항 위반의 경합죄로 되어 있는바 피고인이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중 진영간첩죄에 대하여는 군법회의법 제2조 제1항 제1호 , 구 군형법(1975.4.4 법률 제2749호) 제1조 제4항 , 제13조 제3항 에 의하여 군법회의가 재판권을 가지는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군법회의에 재판권이 있는 위의 죄와 경합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국가보안법등 위반죄에 대하여서도 군법회의에 재판권이 있다고 할 것 이므로( 당원 1980.8.12 재정 80초28 참조) 이점에 관한 논지는 채택할 수 없다.

2. 위 변호인(국선)의 상고이유중 진영간첩죄에 관한 부분을 판단한다.

원심판결(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포함, 이하 같다)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중 진영간첩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인 고희섭으로부터 군사기밀을 탐지, 수집하는등 간첩행위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한 사실을 전제하고 1980.7. 초순 일자불상 10:00경 삼양동 예비군 중대장 김수석에게 부탁하여 제6해역사 예비군 시북군관리대장 소령 정 정시에게 선물할 것이 있다는 구실하에 위 김수석의 안내를 받아 위 관리대 위병소를 통과하여 본관 대대장실을 들어가던중에 부대내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동행한 김수석에게 질문하여 동 관리대의 연병장 무기고 본관건물 교육장에 관한 사항등을 파악하므로써 적을 위하여 제6해역사 시북군관리대의 위치, 시설 등에 관한 군사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진영내에서 간첩한 사실(판시 범죄사실 2카)을 비롯하여 같은달 중순 일자불상경 위 관리대로 들어가 그곳 소나무 숲에 천막을 설치한 다음 그날 11:00경 위 관리대 대대장실로 소령 정정시를 방문 대화중 동인에게 부대위문을 구실로 제6해역 사령관의 계급, 성명, 시북군 관리대 인원등을 물어보아 이들 군사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진영내에서 간첩한 사실(판시 범죄사실 2타) 그리고 1980.9. 중순 일자불상 10:00경 위 예비군 시북군관리대를 방문하여 해병대 전지중대의 인원구성 임무등에 관한 군사기밀을 탐지, 수집하므로써 진영내에서 간첩한 사실(판시 범죄사실 2머)을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구 군형법 (법률 제2749호) 제13조 제3항 은 진영내에서 적을 위하여 간첩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동 제4항 은 “진영의 구역선은 당해 부대의 장이 정하여 문서로써 이를 고시하고 필요한 장소에 이를 표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진영간첩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진영은 당해 부대의 장이 진영의 구역선을 문서로 고시하고 필요한 장소에 이를 표지하므로써 군사시설지역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구역이어야 하는 것 이다.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 북제주군 조천면 신촌리 2680, 2681 소재 각 토지대장에 의하여 앞서 본 범행장소인 제6해역사시 북군 관리대가 진영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위 토지대장등본의 기재로서는 위 관리대가 진영이라고 인정할 자료가 되지 못한다.

피고인이 과연 원심판시대로 간첩행위를 하였다고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뒤에서 판단할 것이나 진영간첩의 성립요건으로서 진영이라는 지역적 요건에 대하여 위와 같이 의문이 있으므로 진영간첩죄의 성립을 따지는 논지는 이점에서 우선 이유있다.

3. 피고인의 상고이유 및 변호인(국선)의 나머지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일본에 밀항하여 1972.12.하순경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반국가단체인 조총련활동을 하는 고희섭을 만나 북한공산집단의 우월성과 조총련 활동에 대한 선전교양을 받아오다가 1975.1.5 동인에게 포섭되어 위 조총련에 가입하고 1978.1.10 동인으로부터 간첩행위의 지령을 받아 항공기편으로 국내에 잠입한 후 그 목적사항을 수행하기 위하여 1978.4. 중순경부터 제주시 사라봉방향과 조천면 신촌해안에 위치한 방위병 해안초소를 유심히 관찰하여 방위병 해안 경계초소위치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한 것을 비롯하여 1981.6.경에 이르기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주로 예비군 훈련상황, 해안경비실태, 제6해역사령부 및 그 예속부대의 위치, 인원, 시설등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심이 위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 들고 있는 중요증거를 보면 피고인의 법정진술, 증인 황재현, 정정시, 김수석, 강영배의 법정진술, 군법회의의 김옥자, 김애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검찰관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검찰관 및 군사법경찰관작성의 김수석, 강영배, 황재현, 백태옥, 임상주에 대한 진술조서, 군사법경찰관작성의 장공하, 고희갑에 대한 진술조서, 압수된 일제 쌍안경 1개등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한 과정에서 원심은 증거법칙을 위배한 허물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은 제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중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고 반대로 검찰관의 신문단계에서는 군사법경찰관의 신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범죄사실중 핵심부분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바, 원심은 필경 위의 자백을 근거로 범죄사실 전부에 대한 유죄의 심증을 굳힌 것이 틀림없다. 피고인은 항소이유서에서 “1985.8.9 보안부대 수사원에 의하여 끌려와 고문과 강제적인 수단으로 자술서를 쓰게하여 아무죄도 없는 저를 죄인으로 만들었으며 저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철장속 죄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하였고 상고이유서에서는 매우 상세히 위 수사기관에서 장시일에 걸쳐 고문당한 사실과 검찰에서의 거짓자백 과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일본에서 조총련계의 고희섭에게 포섭되어 동인의 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하여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였다는 내용인바 피고인이 탐지, 수집하였다는 내용의 국가기밀은 1978.4. 중순경부터 1981.6.경에 이르기까지 휴대한 쌍안경으로 해안초소를 관찰하였다거나 해군경비정의 왕래를 확인하였다거나 하는 사실외에는 피고인이 예비군사격장부지 1,350평을 임차기증하고 시북군관리대의 예비군을 상대로 도시락판매권을 확보하게 되면서 예비군중대장 김수석 관리대대대장 정정시등을 수시로 만나 그 대화도중에 지득한 사실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고 더욱 그러한 기밀내용은 일반적으로 쉽게 알 수 있고 또 그들의 일상대화에서 어렵지 않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사항이 대부분이므로 문제는 과연 피고인이 고희섭으로부터 간첩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하였느냐 하는 점이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범죄여부를 가리는데 있어 요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고희섭을 1972.12.하순 그의 집을 방문하여 회동한 것을 비롯하여 1978.1.10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12차례나 만난 것으로 되어 있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바, 피고인은 검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이를 자백하였으나 제1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고희섭과의 회동을 부인하고 있다. 단지 1973.4.경 고희섭으로부터 친목회야유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은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고“그때 저는 당신네 조총련과는 만나지 않겠다고 하였읍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밖에도 공소사실의 고희섭과 접촉한 부분에 대하여 “고희섭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학습을 받고 조국통일사업에 참여하라는 말을 듣습니까”“고희섭을 만나지도 보지도 못하였는데 어떻게 조총련 가입원서를 작성하여 맹서문을 작성합니까”하는 투로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관의 김옥자에 대한 신문조서(수사기록 1774면)에 의하면 그는 피고인이 일본에 거주할때 12년간이나 동거하였는데 그가 고 희섭의 전화를 한번 받아 피고인에게 바꾸어준일 밖에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의 법정진술과 부합되고 검찰관의 김애자에 대한 진술조서(수사기록 1810면)에 의하더라도 그는 피고인이 4차 밀항할때 동행하여 일본에서 1년 8개월간 동거하였는데 피고인을 그러한 점에서 의심해 본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외에는 피고인이 고희섭을 만난 사실에 대하여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위 검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자백에 대하여 과연 그것이 임의로 진술된 것인지 의심이 있다. 범죄인지 및 동행보고(수사기록 171면)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5.8.12 자택에서 수사기관에 연행되고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8.19 범행을 모두 자백하는 진술서(수사기록 176면)를 작성하고 8.26 군사법경찰관에 의하여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고 9.14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9.19 검찰관에게 송치되기까지 3회의 진술서와 3회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었고 검찰관의 피의자신문조서는 9.27에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 1개월여 불법구금상태에서 범행을 자백한 것이 되며 더욱 연행된지 1주일이 지나서야 진술서가 작성되었고 그 사이에 진행된 수사경과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조서나 자료가 나타나 있지 않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연행된 직후에는 별다른 증거도 없는 상태였음에 비추어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추측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조서의 작성이 없고 1주일 후에야 범행을 자백하는 진술서를 작성하고 잇다라 비슷한 내용의 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었음을 볼때 피고인의 주장대로 위의 자백은 수사기관의 강요에 의한 결과라고 여겨지고 피고인의 강요된 허위자백의 의심이 짙은 그 심리상태는 검찰관의 조사단계에 이르러서도 계속되어 같은 내용의 획일적인 자백을 하게된 것이 아닌가 특히 그 진술내용 가운데 정상인의 경험에 어긋나는 부분이 적지 아니하여 그 의혹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에서의 피고인의 자백내용이 1954년부터 1981년까지에 일어난 일을 진술하고 있는데 30여년전부터 있은 많은 사실관계를 아무런 자료도 없이 미세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요연하게 기억하여 진술한 것이었으나 제1심 법정에서 범죄사실과 관계되는 중요부분을 모조리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은 검찰관에 대한 자백이 이루어진 경위라든가 그 자백내용과 일치되는 증인들의 석연치 않는 진술부분등을 따져 신문한 흔적이 없고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아니하는 사건으로 처리하여 출석을 명하지 아니한채 공판을 진행하므로써 위에서 본 의문점을 풀어보려는 시도조차 한 일이 없다.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주장과 같이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한 행위가 있었고 그와 같은 강요에 의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관의 조사단계에까지 계속되어 같은 내용의 자백을 하게 된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밝혀보지 아니하고서는 검찰관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4. 원심판결에는 진영간첩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또 범죄사실 전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채증법칙을 어기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하여금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기승(재판장) 김형기 김달식 박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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