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수원지방법원 2014.7.14.선고 2014노109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사건
피고인

1. 이□□ (66년생, 여), 주부

주거 안양시

등록기준지 서울

2. 고□□ (75년생, 남), 쌍용자동차 노동지부

주거 평택시

등록기준지 서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신도욱(기소), 김수민(공판)

변호인

변호사 왕호습(피고인 고□□을 위한 국선)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3. 12. 19. 선고 2013고정434 판결

판결선고

2014. 7.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고□□

1) 사실오인

당시 미신고 집회는 16:00 이전에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하여 종료된 상황이었고, 피고인 고□□, 이□□, 박□□, 박☆(이하 '피고인 고□□ 등'이라 한다)은 우연히 모여 속상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앉아 있었을 뿐 구호를 외치는 등의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고□□ 등이 앉아 있는 것은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 고□□은 자진해산요청이나 해산명령을 듣지도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산명령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 시법'이라 한다)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어서 해산명령불응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이□□ 피고인 이□□은 2013. 12. 26. 원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뒤, 2014. 2. 17. 이 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았음에도 그로부터 적법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인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심판결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이 있는 등 직권조사사유가 있으면 항소법원이 직권으로 심판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도 있는 것인바(대법원 1993. 5. 25. 선고 93도836 판결,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2590 판결 등 참조), 피고인 이□□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원심판결에 위법한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경찰서장은 신고 되지 않은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으며, 집회 및 시위 참가자들은 해산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가 지체 없이 해산하여야 한다.

피고인들은 2011. 12. 8. 07:30경부터 같은 날 17:03 경까지 평택시 칠괴동에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등 50여명과 함께 "쌍용차 정상화는 8. 6. 노사합의 이행부터, 쌍용차를 점거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바닥에 연좌하는 등 미신고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에 평택경찰서장은 위 장소에서 같은 날 13:35경 미신고집회에 대한 1차 경고방송을 하고, 13:40경 2차 경고방송을 하여 자진 해산을 요청하고, 16:00경 미신고집회에 대한 경고방송을 하고 자진 재산을 요청한 후, 피고인들이 이에 따르지 아니하여 같은 날 16:12경(1차), 16:15경(2 차), 16:19경(3차) 방송차량 확성기를 이용하여 "여러분들은 미신고 집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즉시 해산하십시오. 3회 이상 해산명령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계속할 경우 법에 따라 강제 해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해산명령을 하였음에도 피고인들은 해산을 하지 않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연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경찰서장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해산을 하지 않았다.

나. 피고인들의 연좌행위가 집시법상 집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집시법상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1138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이 사건 쌍용자동자 평택공장 앞에서 2011. 12. 8. 07:30경부터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등 50여명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미신고 집회를 개최하였고, 피고인들도 위 집회에 참여하였다. 당시 '희망텐트촌'이라는 이름으로 집회주최측에서 텐트 및 천막을 설치하였는데 10:00경 시청에서 텐트 및 천막을 철거하였다. 천막이 철거되자 10:25경 집회 참가자들이 공장 정문 앞 우측 기둥에 '죽음의 공장 쌍용차를 점령하라'고 적힌 현수막(이하 '이 사건 현수막'이라 한다)을 부착하고 그 앞에(이 곳을 이하 '이 사건 장소'라 한다) 비닐 등을 깔고 앉아 있었으며 참가자들은 '쌍용차를 점거하라'고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15:10경 이 사건 공장 앞에서 참가자들 이 희망텐트촌 강제 철거 규탄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이크를 이용해 구호 등을 제창하였고, 15:35경 참가자들은 이 사건 장소에 텐트 1개를 재설치하였는데, 경찰은 16:10 경위 텐트의 철거를 경고한 후 이를 철거하였다. 그러자 피고인 고□□ 등 4명은 16:15경부터 이 사건 장소에서 비닐을 덮고 앉아있었다. 경찰은 이 날 수회에 걸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16:12경부터 해산명령을 방송으로 고지하였다.

위 인정사실에다가 피고인 고□□ 등이 이 사건 장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셨을 뿐 구호를 제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장소에는 이 날 미신고 집회의 목적과 내용을 알 수 있는 이 사건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었고, 이 사건 장소는 텐트 철거 문제로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하였던 곳으로 피고인 고□□ 등이 이 곳에 앉은 것은 텐트 철거에 항의하는 의미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고□□ 등은 3차 해산명령이 발령될 때까지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피고인 고□□ 등이 앉아 있는 모습에 비추어 보면 일시적으로 휴식을 위해 앉은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고□□ 등이 이 사건 장소에 모여 앉은 것은 집시법상의 집회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집시법상의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인들에 대한 해산명령이 적법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집시법제6조 제1항, 제20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24조 제5호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이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관할 경찰관서장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산을 명할 수 있고, 그 해산명령을 받고도 지체없이 해산하지 아니한 참가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이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하여 이와 같은 사전신고제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다.

2)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시위를 비롯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개입이나 강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대의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 따라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듯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고,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으며, 특히 집회의 해산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

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대법원 2012. 4. 19.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 참조).

4)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건대, 위 인정사실에다가 이 사건 장소는 이 사건 공장 정문의 기둥 앞이어서 피고인들의 연좌행위가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에 직접적인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점, 당시 이 사건 장소에는 피고인 고OO 등 불과 4명이 앉아 있었을 뿐이고 그 시간 역시 길지 않았으며 특별히 구호를 외치거나 단체행동을 하지는 않았던 점, 피고인 고□□ 등이 체포된 이후 남아있던 참가자들이 체포에 항의하여 16:37경 이 사건 장소에 모여 있었는데 그 인원수도 10명 정도에 불과하여 피고인 고□□ 등이 이 사건 장소에 연좌할 당시에도 현장에는 남아있는 집회참가자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차로를 장시간 동안 점거하거나 농성하지는 않았고, 폭력 또는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평택 경찰서장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한 해산명령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피고인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집시법에서 규정하는 해산명령에 불응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들이 집시법상 적법한 해산명령에 불응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집시법의 해 산명령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고□□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고□□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고□□에 대해서는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피고인이□□에 대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기로 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2의 다.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창렬

판사강은주

판사이장욱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