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구합89476 A분야 학술지원사업 제재조치 처분취소의 소
원고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수호
담당변호사 한기수, 권선례
피고
교육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최명지
변론종결
2018. 7. 6.
판결선고
2018. 8. 17.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 10. 30. 원고에 대하여 한 A 학술지원사업 제재조치(5년의 참여제한처분 및 연구비 33,496,000원의 환수처분)를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7. 3. 1. C대학교의 스포츠건강관리학과 조교수로 임용되어 재직 중이다.
나. 피고 산하의 D1)은 2009. 2. 20. A연구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A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E지원사업'(이하 '이 사건 지원사업'이라 한다)을 공고하였다. 이 사건 지원사업은 최초 임용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교원(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을 연구책임자로 선정한 후 그가 속한 기관장 또는 산학협력단장과 과제별 협약을 체결하여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책임자는 연구기간 종료 후 2년 이내에 단년과제의 경우 1편 이상, 다년과제의 경우 2편 이상의 연구결과를 국내외 전 문학술지에 게재하거나 전문 학술저서로 출판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지원사업에 'F'에 관한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여, 2009. 7. 1. 위 연구과제(이하 '이 사건 연구과제'라 한다)에 대하여 C대학교를 주관연구기관으로 하고, 연구기간을 2009. 7. 1.부터 2011. 6. 30.까지 2년간으로 하는 다년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되었다. 피고는 원고가 속한 C대학교의 산학협력단과 연구협약을 체결한 후(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 연구과제에 관한 연구비로 1차 년도에 14,227,000원, 2차 년도에 14,900,000원을 지급하였다.
라. 원고는 2011. 2. 'F'라는 논문(이하 '이 사건 제1논문'이라 한다)을 J학회지에 게재한 후 위 논문을 토대로 D에 이 사건 지원사업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고, D은 2011. 12. 27. 이를 승인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3. 8. 26. 'K'라는 논문(이하 '이 사건 제2논문'이라 한다)을 J학회지에 게재하였다.
마. C대학교 총장은 2016. 8. 3. 이 사건 제2논문이 중복게재(자기표절)에 해당한다.
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연구부정행위 검증을 위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제2논문이 중복게재(자기표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다. 이 사건 위원회는 2016. 9. 26. 위원 6인의 만장일치로 이 사건 제2논문이 자기표절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린 후 2016. 10, 5.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이 사건 연구과제에 대하여 지급된 연구비를 환수조치하기로 결정하였으며, C대학교는 D에 위 사실을 통지하였다.
바. 피고는 2017. 10. 30. 원고의 연구부정행위(표절)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5년의 참여제한 처분을 하고,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하여는 연구비 33,496,000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위 참여제한처분 및 연구비 환수처분을 합하여 '이 사건 처분'이라 하고, 연구비 환수처분을 별도로 칭할 때에는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11, 12,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의 상대방은 C대학교 산학협력단이므로, 그 처분상대방도 아닌 원고는 이를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피고는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의 상대방인 C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처분일로부터 90일이 지난 시점까지 이를 다투지 않아 이에 불가 쟁력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약 원고에게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면 설령 C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이 사건 연구비환수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법률에서 정한 제소기간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다툰 이상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아직 불가쟁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결국 아래에서 보는 원고적격의 문제로 귀결된다).
나. 판단
1) 행정소송법 제12조 제1문은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고 하더라도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와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두28704 판결 참조).
2)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의 규정내용 및 입법취지 등에 앞서 본 사실 및 을 제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을 더하여 보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연구비환수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아닐지라도 원고에게 이에 대하여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 원고적격 또한 인정된다.
가) 학술진흥법령의 해석상 피고가 연구자지원 사업 등 학술진흥사업에 사업비(연구비)를 출연하는 것은 해당 연구자에 대한 역량 강화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보이고(학술진흥법 제1조, 제4조 제3호, 제5조, 제6조 참조), 특히 이 사건 지원사업은 대학에 소속된 신진연구자(교수)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또한 이 사건 지원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D은 신진연구자들이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심사하여 연구비 지원대상자를 선정한 후 그 소속 대학(산학협력단)과 협약을 체결하여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그 소속 대학(산학협력단)으로 하여금 해당 연구비를 관리 · 집행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지원사업의 목적, 지원대상자 선정 및 연구비 지급 방식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지원사업에 따른 연구비 지원은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연구과제 및 이를 수행하는 신진연구자를 위한 것이지, 해당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산학협력단)을 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 C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연구비 지원의 공식적 대상이자 그 관리·집행의 대외적 주체일 뿐이며, 연구비 지원 및 환수로 인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이 사건 연구과 제의 수행주체인 원고에게 귀속된다. 즉 지원된 연구비는 결국 이 사건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원고에게 지급되었고, 원고는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에 따라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비를 반환하여야 하는 불이익을 입었다. 반면 이 사건 연구비환수처분으로 인하여 C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입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는지 의문이며, 실제 C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그 제소기간이 도과하도록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
다) 만약 원고에게 이 사건 연구비환수처분을 다툴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원고는 C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투어 주지 않는 이상 그 처분에 따른 불이익을 그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을 다툴 개별적 · 직접적·구체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연구비 환수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원고가 2011년경 이 사건 제1논문에 대하여 D의 승인을 받아 결과보고서까지 제출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지원사업은 '종료'되었다. 따라서 이후 발표된 이 사건 제2 논문에 관한 연구부정행위(표절)를 처분사유로 삼아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2) 원고는 구조방정식을 활용한 모형분석을 통하여 이 사건 제1논문을 발표한 뒤, 그 논리와 이론을 심화시킨 후속연구인 이 사건 제2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사건 제1문과 이 사건 제2논문의 가설, 검증과정 등에 유사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구조방정식을 활용한 모형분석이라는 연구방식을 택한 이상 불가피하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제2논문에 이 사건 제1논문에 대한 인용표시를 하였고, 이를 참고문헌으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제2논문은 독자적인 의의를 가진 연구성과물이며, 원고가 '자기표절'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3) 원고가 이 사건 제2논문을 발표할 당시 시행되던 구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2014. 3. 20. 교육부훈령 제39호로 타법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연구윤리 지침'이라 한다)이나 C대학교 연구윤리규정은 자기표절을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이처럼 이 사건 제2논문 발표 당시에는 '자기표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설사 이 사건 제1논문과 이 사건 제2논문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논문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학술지원사업을 수행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이하 '제3주장'이라 한다).
나. 제1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는 총 연구기간이 2년(2009. 7. 1.부터 2011. 6. 30.까지)인 다년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되어 피고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으며, 다년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책임자는 연구기간 종료 후 2년 이내에 2편 이상의 연구결과를 국내외 전문학술지에 게재하거나 전문 학술저서로 출판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원고는 연구기간 종료일(2011, 6. 30.)로부터 2년 이내에 2편 이상의 연구결과를 제출하여야 하므로, 원고가 2011년경 이 사건 제 1논문을 J학회지에 게재한 후 D의 승인을 받아 그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지원사업이 '종료'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2) 따라서 원고의 제1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제2주장에 대한 판단
1) 인정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갑 제2, 11, 21호증, 을 제1 내지 11, 22, 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가) 원고가 이 사건 지원사업의 연구기간 종료일(2011. 6. 30.)로부터 2년이 경과할 때까지 이 사건 제1논문을 J학회지에 게재한 외에 다른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못함에 따라, 피고는 2013. 8. 8. 결과물 미제출을 이유로 원고에게 5년의 학술지원사업 참여 제한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2013. 8. 26. 이 사건 제2논문을 J학회지에 게재하였다.
나) 이 사건 제1, 2논문 모두 브랜드자산 구성요인(브랜드 연상요인, 브랜드인지요인)이 브랜드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학적으로 검증한 논문으로, 이 사건 제1논문은 프로스포츠팀 전반을 대상으로, 이 사건 제2논문은 프로스포츠팀 중 프로야구팀과 프로축구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 두 논문 모두 제목과 요약(Abstract), 참고문헌 부분을 제외하면 총 8페이지 분량인데, 아래와 같이 거의 일치하는 목차 구성으로 작성되었고, 각 목차별 내용, 주요 문장이 거의 동일함은 물론 이 사건 제2논문에서 사용된 데이터는 이 사건 제1논문에서 사용된 설문조사 결과 중 프로야구팀과 프로축구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제2논문은 서론과 연구방법 부분에서만 일부 이 사건 제1논문에 대한 인용 및 재인용 표시를 하였을 뿐, 연구결과 및 논의 부분에서는 이와 같은 출처표시조차 하지 않았다.
다) 원고는 2016. 8. 16. 이 사건 위원회(제7차 위원회)에 출석하여 이 사건 제2문의 게재를 연구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위원회는 2016. 9. 22. '본조사' 실시를 위하여 6인의 위원(해당 연구분야 전문가 50% 이상, C대학교 소속이 아닌 외부인 30% 이상)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에 따라 개최된 제9차 위원회(본조사)에서 위 위원들은 원고의 소명을 들은 이후 만장일치로 이 사건 제2논문이 연구방법과 논의, 결론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였다고 볼 수 없어 연구부정행위(자기표절)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 주요 근거는 아래와 같다.
○ 연구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그 시작과 끝은 다른 논문과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첫 시 작부터 동일한 문장이 반복되어 연구자로서의 윤리적인 부분이 의심된다. ○ 학회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두 문장 이상이 완전히 일치하면 표절로 간주하기도 하는데, 이 사건 제2논문은 이러한 기준이 무색할 정도로 상당수 문장이 이 사건 제1논문과 완 전히 일치한다. ○ 이 사건 제1, 2논문의 동일한 부분과 동일하지 않은 부분을 비교하면 동일한 부분이 더 많다. ○ 인용을 하더라도 인용하는 의견을 본인이 정리한 후 방법이나 결론에 본인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였더라면 독창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이 사건 제2논문은 누구의 이야기라 는 진술만 해 놓고 기계적으로 출처만을 표시하였다. |
2) 판단
가) 학문이나 사상의 심화·발전 과정에서 저자 자신의 선행 연구물의 일부를 이용하는 것은 학문의 속성상 당연하나, 저자 자신의 선행 저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저술을 하면서 선행 저술의 존재를 일정한 출처표시를 통하여 밝혔더라도 후행 저술에 새롭게 가미된 부분이 독창성이 없거나 새로운 것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해당 학문 분야에의 기여도가 없는 경우에는 후행 저술을 새로운 저작물로 인식한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되므로, 이는 이른바 '자기표절'로서 비전형적 표절 내지 표절에 준하는 연구부정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제2논문의 게재 경위, 이 사건 제2논문이 이 사건 제1논문을 인용한 양이나 질, 두 논문간의 유사성의 정도, 출처표시의 방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제2논문이 새로운 연구로서의 가치 또는 독창성을 가진 별개의 연구업적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① 원고는 피고로부터 결과물 미제출을 처분사유로 하여 참여제한처분을 받은 후 채 20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사건 제1논문과 목차의 구성, 내용은 물론 그 주요 문장까지 대부분 일치하는 이 사건 제2 논문을 J학회지에 게재하였다.
② 원고의 주장과 같이 구조방정식을 활용한 모형분석을 통한 연구방법을 사용하는 경우 그 가설의 설정, 검증 부분에 불가피하게 동일한 용어, 문장이 사용될 수 있고, 일부 데이터를 후속 연구에서도 이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제1, 2논문의 실질적인 연구결과를 담고 있는 'III. 연구결과 및 논의' 부분 중 약 3페이지 남짓인 '가설 검증 및 논의' 부분은 모두 브랜드 연상요인(팀의 경쟁요소, 팬에 대한 헌신, 팀플레이요인, 사회적 작용, 팀성적, 팀역사요인) 및 브랜드인지 요인이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표를 제시하면서 그와 관련한 선행 연구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그 논리의 전개 과정, 내용, 사용된 데이터, 문장이 거의 동일하다.
③ 논문에서 타인의 저술을 언급하는 것은 그의 견해를 단지 소개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어야만 독창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인데, 이 사건 제2논문은 이 사건 제1논문에 소개하였던 선행 연구(다른 논문)를 그대로 소개하고 있을 뿐, 그와 같은 선행 연구나 이 사건 제1논문이 이 사건 제2문에 미친 영향이나 이에 대한 원고의 견해 등은 제대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제1논문은 관련 선행 연구를 집대성하고 소개하는 연구로서는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사건제 1논문 이후 그와 거의 흡사한 구조 및 내용으로 작성된 이 사건 제2논문의 경우는 위와 같은 존재가치조차 인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④ 저자가 자신의 선행 저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저술을 하면서 선행 저술의 존제를 출처로 표시할 때는 타인의 저술을 인용하는 경우에 비하여 요구되는 출처표시의 수준이 완화된다. 그러나 출처표시란 기본적으로 해당 부분이 창작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것 내지 이미 창작되어 있는 것을 차용하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표식이므로, 어느 부분이 기존의 것을 차용한 부분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제2논문은 이 사건 제1논문의 문장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부분이 상당함에도, 'I.서론' 부분에서 약 4회, 'Ⅱ. 연구방법' 부분에서 약 5회 정도 일부 문장에 이 사건 제1논문을 인용 내지 재인용한다는 표시만이 되어 있다. 이 사건 제2논문의 독자로서는 위와 같은 출처표시만으로 이 사건 제2문과 그 구성, 논리의 전개는 물론 문장 등까지 거의 일치하는 이 사건 제1논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다. 이에 비추어, 이 사건 제1논문을 참고문헌에 표시하거나 위와 같이 일부 출처표시를 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2논문이 '자기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⑤ 학술진흥법 제15조의 위임을 받아 교육부 소관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연구기관 등의 연구윤리를 규정하고 있는 구 연구윤리 지침에 따르면,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검증 책임은 해당 연구가 수행될 당시 연구자의 소속 기관에 있다(제13조 제1항).
C대학교는 구 연구윤리 지침에 따라 소속 학자의 연구부정행위를 검증하기 위하여 이 사건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원고에 대한 검증 당시 해당 연구 분야 전문가 50% 이상,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닌 외부인 30% 이상의 위원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본조사를 실시한 후 이 사건 제2논문이 자기표절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 결론은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는 등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뒤 내려진 것으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른 근거 역시 납득이 가능하며 합리적이다. 이에 반하여 원고가 이 사건 제2논문이 자기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든 J학회 편집위원장 L의 사실확인서(갑 제7호증)는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린 근거나 경위 등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3) 따라서 이 사건 제2논문이 '자기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제2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제3주장에 대한 판단
1) 표절 여부가 문제 되는 저작물의 작성 시기와 표절 여부의 판정 시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물 작성 시점의 연구윤리에 따라 표절 여부를 판정하여야 하는데, 연구윤리는 사회통념이나 학계의 인식 등에 기초하여 연구자가 준수하여야 할 보편적·통상적인 기준을 의미하고, 반드시 성문의 연구 윤리규정에 한정되지 아니하므로, 성문의 연구윤리규정에 특정 행위를 표절로 보는 조항이 도입되기 이전에 연구자가 그러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그 행위를 표절로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제2논문 작성 당시 이미 자기표절이나 부당한 중복게재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학계의 인식 등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으며, 이 사건 제2문과 이 사건 제1논문 간의 유사성의 정도 및 그 출처표시 방법 등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 제2논문 게재 당시의 연구윤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제2논문의 작성 및 발표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가) 원고의 지적과 같이 이 사건 제2문 게재 당시의 구 연구윤리 지침은 자기표절을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며, C대학교의 연구윤리규정 역시 2014. 9. 1.부터 자기표절을 연구윤리위반으로 규정하기 시작하였다(갑 제11호증).
그러나 이 사건 제2논문이 게재되기 이전인 2006. 7. 당시 학계 출신 고위 공직자의 임명을 둘러싼 검증 과정에서 자기표절 및 중복게재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된 이후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자기표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D이 2007. 4. 23. 제정한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정책 방안 연구'는 '다른 사람의 논문이나 저서의 내용과 표현을 인용을 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와 함께 '자신이 이미 쓴 논문의 일부나 전부를 출처를 밝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다른 논문에 포함시키는 것'을 '자기 논문 표절'이라 하여 전형적인 표절의 한 형태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2007. 12. 27. 출판된 서울시립대학교 이공계 및 사회과학대학원의 연구윤리 강의교재인 '연구윤리'는 '논문에서 자신이 과거에 발표한 문서나 결과를 그대로 재사용하는 경우(자기표절)'를 표절의 범위에 포함시켜 규정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제2논문이 게재될 무렵(2013. 8. 26.)에는 비록 그 출처표시의 정도, 선행 연구와 후속연구 간 '실질적인 유사성'의 정도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은 정립되어 있지 않았을지라도, 자기표절 내지 부당한 중복게재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연구윤리에 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이 사건 제2논문이 게재될 당시 시행 중이던 구 연구윤리 지침은 각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을 연구부정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었으며(제4조 제1항 제6호), 저작권법 제37조 등 관련 법률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선행 연구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방법론 및 연구 내용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더라면 그 인용의 내용과 범위를 제대로 밝힌 뒤 이를 활용하였어야 한다는 연구윤리는 확립되어 있었다. 이 사건 제2논문은 그 목차나 구성, 내용, 문장 등이 이 사건 제1논문과 매우 유사하고 서로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한 정도에 이름에도, 원고가 한 출처표시 등만으로는 이와 같은 사정을 추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제1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은 이 사건 제2논문이 독창적인 연구업적인 것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행위는 학계에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다) 나아가 이 사건 제2논문은 이 사건 제1문의 후속연구로서의 독창성 내지 신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제2문에 바탕하여 이 사건 지원사업에 따른 연구비 등 수혜를 그대로 받도록 하는 것은 이 사건 지원사업 제도의 목적 및 취지에 반한다.
3) 이처럼 이 사건 제2논문의 자기표절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이상, 원고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학술지원사업을 수행한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원고의 제3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조미연
판사이광열
판사이지희
주석
1) 정부조직 개편으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함에 따라 2009. 3. 25. 법률 제9518호로 D법이 제정되어 2009. 6. 26.부터 시행되었는데, 위 법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산하로 각각 나누어져 운영되던 'G', 'H' 및 이 교육과학기술부 소관 D으로 통합되었다. 그 부칙 법률 제9518호, 2009. 3. 25.>에 의하면 H의 행위는 D의 행위로 의제되므로(제5조), 이하 위 법 시행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DO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