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재운송계약이 체결된 해상물건운송계약에서 재운송인의 고의·과실로 운송물이 멸실되어 원수운송인이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손해를 배상한 후 그 배상액을 재운송인에게 구상하는 경우, 상법 제811조 소정의 단기제척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재운송인의 고의·과실로 운송물이 멸실되어 원수운송인이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손해를 배상한 후 재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청구원인에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취지뿐만 아니라 선하증권소지인에게 배상한 금액에 관한 구상권 행사의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상법 제811조에서 정한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해상물건운송계약에 있어 계약운송인과 실제운송인과의 관계와 같이 복수의 주체가 운송물의 멸실·훼손으로 인하여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어느 일방이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하여 먼저 손해액을 배상한 후 다른 일방에 대하여 그 배상금액을 구상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811조 소정의 단기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재운송인의 고의·과실로 운송물이 멸실되어 원수운송인이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손해를 배상한 후 재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청구원인에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취지뿐만 아니라 선하증권소지인에게 배상한 금액에 관한 구상권 행사의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상법 제811조 에서 정한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범진상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5인)
피고,피상고인
이글쉬핑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신 앤드 유 담당변호사 유록상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송하인 또는 수하인인 원고가 운송인의 국내대리점인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라고 전제한 다음, 직권으로 원고가 그 제소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에 따라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주장할 수 있는 '항변과 책임제한'에는 상법 제811조 에서 정하는 제소기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법 제811조의 '운송인'의 해석에 있어서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 제4항 을 준용하여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운송인보다 더 큰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공평의 원칙상 상법 제811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1년의 제소기간은 '운송인의……채무'뿐만 아니라,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채무'에 대하여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운송물을 인도하였거나 인도하여야 할 날은 운송인의 국내대리점인 피고에 의하여 운송물이 이 사건 창고업자의 창고에 입고된 1997. 6. 25. 무렵이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소는 그 때부터 1년의 제소기간이 경과한 1999. 3. 17.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부적법하여 각하한다는 것이다.
2.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그러나 원심판결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사실은 다음과 같음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97년 6월경 중국의 수출업자인 웨이하이 지아타이 클로딩 컴퍼니 리미티드(Weihai Jiatai Clothing Co. LTD.)로부터 이 사건 운송물을 중국 칭다오항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하여 줄 것을 의뢰받아 위 수출업자와 사이에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제1 선하증권(house B/L)까지 발행·교부한 다음, 1997. 6. 20. 다시 실제 운송인인 소외 트랜팩 쉬핑 엔터프라이지즈 엘티디(Tranpac Shipping Enterprises LTD., 이하 '이 사건 운송인'이라고 한다)에게 이 사건 운송물의 운송을 의뢰하여 운송인 소유의 선박에 이 사건 운송물을 선적한 다음, 이 사건 운송인으로부터 제2 선하증권(master B/L)을 발행·교부받았다.
(2) 그런데 이 사건 운송인의 국내대리점인 피고는 이 사건 운송물이 부산항에 도착한 다음인 1997. 6. 25. 이를 창고업자의 창고에 입고하였으나, 창고업자는 1997. 6. 26. 제1 선하증권이나 피고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수입업자에게 이 사건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이를 멸실하였다.
(3) 그러자 이 사건 신용장개설은행으로서 그 신용장 매입대금을 지급하고 제1 선하증권을 소지하게 된 주식회사 조흥은행(이하 '조흥은행'이라 한다)은 제1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원고를 상대로 원고의 이 사건 운송물의 인도의무가 이행불능되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여, 1999. 2. 5. 서울지방법원에서 '제1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원고가 그 소지인인 조흥은행에 대하여 부담하는 운송물의 인도의무는 원고의 이행보조자인 이 사건 운송인(또는 피고) 및 간접이행보조자인 이 사건 창고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이행불능되었고 이로 인하여 조흥은행이 이 사건 운송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원고는 조흥은행에게 금 95,879,76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6. 26.부터 1999. 2. 5.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 위 판결은 그 시경 확정되었고, 한편, 원고는 위 소송이 계속중이던 1998년 1월경 피고에게 위 사건의 소송고지를 하였다.
(4) 원고는 위 판결이 선고된 이후 조흥은행과 사이에 원고가 판결금 중 원금인 금 95,879,760원을 지급하고 조흥은행은 나머지 금원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후, 조흥은행에게 위 금 95,879,760원을 지급하였는바,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95,879,76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원고의 위와 같은 청구원인 사실의 주장 속에는, 원고가 이 사건 제2 선하증권을 발행받은 송하인의 자격에서 운송인의 대리인인 피고에게 그 운송물의 멸실을 이유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취지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제1 선하증권의 발행인으로서 위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운송물에 대한 권리자에게 운송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액을 먼저 배상하여 주고, 위 운송물의 멸실에 실질적으로 책임이 있는 운송인의 대리인인 피고를 상대로 위 배상금액을 구상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해상물건운송계약에 있어 계약운송인과 실제운송인과의 관계와 같이 복수의 주체가 운송물의 멸실·훼손으로 인하여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어느 일방이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하여 먼저 손해액을 배상한 후 다른 일방에 대하여 그 배상금액을 구상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811조 소정의 단기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