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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3. 3. 19. 선고 92구9731 제9특별부판결 : 상고기각
[유족보상금등지급청구부결처분취소][하집1993(1),530]
판시사항

입사 당시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사람이 이황화탄소의 중독위험이 높은 작업장에서 6년간 근무한 후 고혈압, 손발저림, 발음장애 등 이황화탄소 중독환자의 일반적 임상증상을 보이다가 고혈압이 악화되어 뇌출혈로 사망하였다면 그 사망과 업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

방희녀

피고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장

피고보조참가인

정리회사 원진레이온주식회사의 관리인 한국산업은행

주문

1. 피고가 1991.7.5.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장의비 및 요양비지급청구부결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의,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소외 원진레이온주식회사(1979.9.12.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으로부터 회사정리법에 의한 회사정리개시결정을 받았다)에서 근무하다가 1983.9.20. 퇴사한 소외 망 김봉환이 1991.1.5. 13:00경 서울 중랑구 면목1동 99의 88 소재 집에서 쓰러져 인근 부국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22:36경 직접사인 뇌출혈, 중간선행사인 고혈압으로 사망한 사실, 이에 위 망인의 처인 원고가 1991.4.15. 위 망인의 소외 회사 근무중 이환된 이황화탄소중독증의 증상의 하나인 고혈압의 악화로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한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소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유족보상일시금, 요양비 및 장의비 등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1991.7.5. 위 망인의 사망과 이황화탄소중독증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보상일시금 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처분의 적법성 여부

원고는 위 망인이 소외 회사 근무중 이황화탄소에 폭로되어 이황화탄소중독증을 얻었고 퇴직 후 위 이황화탄소중독증에 의한 고혈압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유족보상일시금 등 지급신청을 기각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그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1,3,6 내지 10,13 내지 18, 갑 제3호증,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 갑 제9호증, 갑 제10호증, 갑 제11호증, 갑 제12호증, 갑 제13호증, 갑 제14호증, 갑 제15호증의 1,2, 갑 제16호증의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위 망인은 1977.12.22. 소외 회사에 입사한 사실, 소외 회사는 1960.부터 직원채용시 신체검사를 엄격히 하여 혈압이 높은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왔는데, 위 망인은 소외 회사 입사 당시 혈압이 정상범위에 속하는 등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 신체검사에 합격하여 입사할 수 있었으며 그 이래 퇴사시까지 원액2과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였던 사실, 소외 회사 비스코스레이온공장이 인조견 제조를 하면서 거치는 비스코스공정에서 사용되는 이황화탄소는 이화황화탄소중독증을 일으키는 액체인 사실, 위 회사는 그 소속 방사과를 이황화탄소에 폭로될 위험이 높은 유해부서로 보고 있으나, 위 망인이 근무했던 원액2과는 이황화탄소에 폭로될 위험이 적은 비유해부서로 분류하고 있는 사실, 원액2과에서 맡고 있는 작업내용은 콘크리트 단일건물의 5층에서 펄프(셀룰로우즈)원료를 유입시켜 4층 분쇄실에서 펄프를 분쇄하고 3층 노성실에서 가성소다로 노성시켜 알카리셀룰로우즈로 만든 다음 2층 유화실(챤실)에서 위 알카리셀룰로우즈에 1일 600리터 가량의 이황화탄소원액과 황화수소를 첨가시켜 챤테이프를 만들고 1층 필터실에서는 챤테이프에 가성소다를 용해 혼합시켜 비스코스를 만든 후 이물질을 여과하는 일관작업의 공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 특히 위 2층 유화실에서는 작업자 2인이 1조가 되어 8대의 유화기를 모두 가동시켜 약 1시간에 1번씩 약 15분간 탱크 뚜껑을 열고 수동으로 1일 4시간씩 원액을 붓고 유화실내부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갈퀴 등을 이용하여 긁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였고 더욱이 호흡용마스크 등 개인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였던 관계로 이 과정에서 고농도의 이황화탄소가 발생 비산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황화탄소에 쉽게 폭로될 뿐만 아니라 유화기 내부 청소작업시에도 직접 폭로될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2층 유화기에서 발생한 이 이황화탄소가 2층 천정의 개구부를 통하여 3층으로 올라오는 관계로 3층 노성실 근무자는 평상시 상당한 양의 이황화탄소에 폭로되고, 더구나 3층의 캔 속에서 노성된 펄프를 2층 유화실로 보내기 전에 2층 유화실의 탱크재료투입구가 개구부쪽으로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노성실작업자는 3층 바닥의 개구부 작상부로 상체를 기울여 머리를 넣고 확인한 후 2층 유화실로 보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이황화탄소에 폭로될 가능성이 높은 사실, 또한 1층 필터실의 필터해체 작업이나 천으로 재조립 작업시에도 이황화탄소가 비산하여 작업자에게 폭로되는 사실, 위 망인은 위 입사시부터 1981.까지 주로 원액2과 노성실에서 근무하였고 1주에 2일 이상씩 필터실에 파견근무하였으며 그 후에는 원액2과의 유화실 근무를 거쳤고 필터실 근무 당시 퇴직한 사실, 소외 회사에 근무하였거나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중 현재까지 수십명이 이황화탄소중독증에 이환된 것으로 판명되었고 그중에는 원액2과와 같이 비유해부서로 분류된 부서근무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는 사실, 위 망인은 소외 회사 근무 도중 고혈압과 말더듬증세가 나타나는 등 건강이 악화되어 1983.9.20. 퇴직한 후 집에서 치료를 하였으며 퇴직 당시의 수축기의 혈압이 170mmHg였던 사실, 위 망인은 퇴직시 수령한 퇴직금을 치료를 위하여 소비하여 버리고 1984.경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하여 2년간 근무하였으나 계속하여 말더듬 등 발음장해, 손발저림, 불면증 등으로 시달리다가 1986.말에는 도저히 더 이상 근무하지 못하고 집에서 요양한 사실, 그때부터 약 1년간 요양한 결과 다소 증세가 호전되어 1987.말에는 다시 생계유지를 위하여 건물경비원으로 취업하는 등 경미한 일에 종사하던 중 1990.7.경 사지마비증세로 쓰러졌고 심한 발음장해로 발전한 사실, 위 망인은 그 당시 마침 종전에 위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비슷한 증상으로 직업병을 인정받고 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도 직업병에 이환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여 원진레이온직업병피해노동자협의회에 가입하고 같은 협의회로부터 소개받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 사당의원에서 검진 및 진찰을 받은 결과 1990.10.30. 초진시 혈압이 240/150mmHg(제1차), 230/160mmHg(제2차)으로 측정되었고, 같은 해 11.26. 최고혈압 240mmHg, 최저혈압 150mmHg에 이르는 고혈압과 손발저림, 발음장애 등으로 이황화탄소중독 후유증으로 추정되므로 정밀검사와 요양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받은 사실, 위 망인은 이

에 따라 위 소견서를 소외 회사에 제출하면서 정밀검진과 치료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소외 회사는 회사와 원진레이온직업병피해노동자협의회 사이에 1990.5.31. 체결된 합의서에 비유해부서에 근무한 자는 종합병원급 특수검진기관에서 검진결과 이황화탄소중독이라고 판정되었을 때에 요양신청서를 발급한다는 조항이 있음을 들어 산재처리를 거부하였고 피고에게도 산재처리를 호소하였으나 그 처리가 지체되는 도중 1991.1.5. 사망한 사실, 위 망인 사망 후 같은 달 11.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체부검을 실시한 결과 심장, 신장 및 뇌부위에 병변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고도의 심관상동맥경화, 좌우측 신장의 국소적인사구체경화 및 고도의 만성신우신염의 증상이 발견되었으며, 같은 해 2.5. 실시된 서울대학교병원의 조직검사결과 신장의 사구체의 섬유화(경화증)가 확인된 사실, 위 망인의 직업병 여부 판정을 위하여 소외 회사와 원진레이온직업병피해노동자협의회 및 위 망인의 유가족 사이의 합의에 따라 양측이 선정한 각 3인의 의사로 구성된 6인특별위원회는 위 망인에 대한 진료자료와 부검자료를 기초로 검토한 결과 위 망인의 직접사인이 뇌출혈이고 중간선행사인이 고혈압인 점에 대하여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나, 선행사인에 대하여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사실, 이황화탄소중독환자는 통상 신경통(저린감), 두통, 기억력장애, 전신쇠약감, 시력장애, 구음장애, 성욕감퇴, 청력장애, 대변실금, 이명, 현기증, 치매 등 주로 신경계통의 증상을 호소하고 고혈압, 뇌졸중, 부종이 관찰되는 사실, 의학적으로 이황화탄소가 인체에 유독효과를 일으키는 생화학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황화탄소에 중독되면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시키고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및 신장장애(동맥경화 및 사구체 경화)를 일으킨다는 점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보고되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 또한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생화학적 변화가 일단 시작되면 이황화탄소 폭로가 중단된 이후에도 혈관병변이 계속 진행되고 따라서 이황화탄소에 폭로된 근로자들은 퇴직 후에도 건강장해가 진행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배치되는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4의 각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갑 제2호증의 11,12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직업상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의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질병에의 이환 여부, 질병의 일반적 증상의 특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또는 그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된 여러 사정들 즉, 위 망인이 소외 회사 입사 당시 혈압이 정상범위에 속하는 등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소외회사 근무시 이황화탄소에 폭로될 위험이 높은 원액2과 작업에 6년 내내 종사하여 왔으며,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동료근로자 중에도 이황화탄소중독으로 판정된 사례가 있고, 위 망인에게 회사 퇴직 전부터 사망 당시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고혈압, 손발저림, 발음장애 등의 임상증상이 의학계에 보고된 이황화탄소중독환자의 일반적 임상증상과 부합할 뿐만 아니라 위 망인 사망 후 실시된 사체부검 및 조직검사결과 밝혀진 관상동맥경화증과 사구체경화증이 의학계에서 공인된 이황화탄소중독환자의 일반적 병리기전과 일치하는 점 및 이황화탄소에 일단 중독되어 생화학적 변화가 시작되면 이황화탄소폭로가 중단된 이후에도 혈관병변이 계속 진행되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망인의 고혈압, 관상동맥경화증 및 사구체경화증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을 엿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망인의 고혈압 등이 위 회사 근무 당시 원액2과에서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발생된 증상이라고 추단할 것이고, 따라서 위 망인은 위 이황화탄소중독에 의한 고혈압이 악화되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니, 피고가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등지급청구부결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등지급청구부결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학세(재판장) 이형하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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