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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도9213 판결
[사인위조·위조사인행사][미간행]
판시사항

타인의 인장을 조각할 당시에 명의자로부터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 내지 위임을 받은 경우, 인장위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기덕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2012. 11. 30.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 사무실에서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던 중 대출신청 명의인인 공소외 2의 인감도장 없이 인감증명서만을 가지고 온 공소외 3에게 인감증명과 유사한 도장의 제작을 제안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신속히 대출을 받기 위해 행사할 목적으로 공소외 2 명의의 인장 1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내용의 사인위조 및 위조사인행사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공소외 3의 허락을 받아 인장을 만든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이를 승낙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이를 승낙 받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3이 공소외 2로부터 인감증명서를 받으면서 중고자동차 구입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만으로 인감도장을 만들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에게 공소외 2의 인감도장을 만들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공소외 3과 사전에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하고 모의하여 공소외 3이 공소외 2로부터 인감도장을 만들 권한까지 위임받지는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형법 제239조 제1항 의 사인위조죄는 그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법하게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타인의 인장을 위조한 경우에 성립하므로, 타인의 인장을 조각할 당시에 그 명의자로부터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 내지 위임을 받았다면 인장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3, 4, 5와 공모하여 피고인이 중고자동차 매매상사에 중개상으로 위장 취업한 다음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 명의로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출신청자의 인감이 도용되었다는 등 트집을 잡아 대출신청자의 대출금 상환 채무는 면하게 하면서 중개상인 피고인에게 직접 송금되는 대출금을 횡령하기로 하는 속칭 ‘공대출’ 범행을 모의한 사실, 공소외 3은 2012. 11. 하순경 부친인 공소외 2에게 할부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중고자동차를 구입하겠다고 하여 승낙을 받고 공소외 2로부터 인감증명서, 운전면허증사본, 사원증사본, 통장사본, 주민등록등본, 소득자별근로소득원천징수부, 세목별 과세증명서를 교부받은 사실, 2012. 11. 30. 공소외 3은 피고인을 통해 벤츠 S500L 중고자동차를 매수하기로 하고 공소외 1 회사 직원 공소외 6에게 7,000만 원을 대출받겠다고 하면서 공소외 2 명의의 위 대출관련서류를 교부한 사실, 공소외 6은 공소외 2와 통화하여 아들인 공소외 3에게 대출관련서류를 교부한 사실이 있는지, 벤츠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였고, 추가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요구하여 팩스로 직접 송부받기도 한 사실, 할부금융기관인 HK저축은행 본사 직원은 공소외 2에게 전화하여 구입차종과 차량인수여부, 할부신청금액과 개월 수 및 당일 대출약정서상의 입금계좌에 대출금을 입금하였을 경우 입금시점에서 대출금을 수령한 것으로 간주되어 채무의 효력이 발생됨을 확인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2는 차량구매를 위해 선인할부를 직접 방문하여 시승도 해 보았다는 취지의 거짓진술까지 한 점, 공소외 2의 대출의사가 확인되자 공소외 1 회사는 중개상인 피고인의 계좌로 7,000만 원을 입금한 사실, 그 후 피고인과 공소외 3은 HK저축은행에 교부할 대출약정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모의한 대로 공소외 2의 인감도장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면서 공소외 6에게 부친 명의의 인감증명서상의 인영과 흡사하게 도장을 새겨 사용하여도 된다고 말하였고, 이에 공소외 6은 공소외 2의 인장 1개를 새겨 대출약정서에 날인한 후 그 인장은 휴지통에 버려 폐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 특히 공소외 2가 공소외 3에게 중고자동차 매수 및 대출을 위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하였고, 공소외 1 회사와 HK저축은행에 할부금융 대출을 받을 의사를 명확히 밝힌 점,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관계, 공소외 3이 공소외 2의 인감도장을 소지하지 않은 경위, 대출약정서의 내용이 공소외 2가 확인한 대출조건과 일치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는 벤츠 자동차의 구입을 위한 대출과 관련한 권한을 공소외 3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면서 대출약정서 작성을 위하여 필요한 인장을 제작하여 사용할 권한도 공소외 3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하였거나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외 3의 동의하에 공소외 2의 인장을 만들어 사용한 이 사건에서 사인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사인위조죄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조사인행사죄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인위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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