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2786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공2005.7.15.(230),1187]
판시사항

단순히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회사 임원인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부동산신탁회사의 상무이사인 피고인이 토지개발신탁사업의 개발투자비 상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제공된 공소외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관리·처분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환원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결재권자로서 담당 지점장이 보고한 내용을 검토, 확인한 후 이를 승인하였고, 피고인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위탁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단순히 부동산신탁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광화문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오유방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5. 3. 4.부터 1996. 10. 9.까지 공소외 1 부동산신탁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라고 한다) 광주지점의 업무를 직접 지휘·감독하던 상무이사로서,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가 1996. 7. 30. 위탁자 겸 수익자인 주식회사 대승(이하 '대승'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1가 산 234-8 외 20필지 지상에 전주 푸른맨션아파트 건축 및 분양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통하여 대승에 대한 그 토지신탁사업의 개발투자비 상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공소외 2와 그 소유 명의의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서창리 207 외 3필지와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관리·처분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으면, 이 사건 부동산은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의 개발투자비 상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담보물이므로 신탁계약 만료일인 1997. 6. 30.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써 관리·보전하여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1996. 10. 7. 이사회 결의 없이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의 신탁계정에 입금하겠다는 각서만을 징구하고 별도의 채권보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임의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을 해지하고 1996. 10. 11.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재산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줌으로써 공소외 2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 상당인 9억 5,00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게 하고,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에 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에서는 위탁자 소유의 토지가 신탁재산으로서 수탁자 앞으로 신탁등기가 경료되고 신축건물도 수탁자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되며, 신탁종료시 신탁보수와 개발투자비 등을 정산하여 위탁자 앞으로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는 것으로 수탁자의 입장에서는 통상의 경우 위 신탁재산만으로도 담보가 확보되므로 신탁보수나 개발투자비 등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위와 같은 신탁재산 외에 새로운 담보를 요구할 필요가 사실상 없는 것이었으나, 당시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 광주지점장인 공소외 3은 개발신탁업무는 처음으로 처리해 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신축사업부지가 지방인 관계로 분양실적이 저조할 경우 개발투자비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아래 그 채권회수를 위한 담보책으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는 방안을 생각해 내기에 이른 사실, 위 광주지점장은 1996. 10. 5. 대승으로부터 전주 푸른맨션아파트의 분양률이 상승하고 있어(23%→45%) 개발투자비 52억 원의 회수가 가능함에 따라 추가담보가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보이고 따라서 차라리 이 사건 부동산을 매각하여 위 아파트 건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취지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를 요청받은 사실, 이와 같은 요청을 받은 광주지점장은 위 아파트 공사현장과 대승 본사를 직접 방문하여 본사의 공정률표와 현장상황이 일치하는 등 적정 공정률대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당시의 분양률도 사업의 채산성에 이상이 없을 정도로 양호하며 사무실 분위기 또한 양호한 사정 등을 확인한 후 그와 같은 제반여건상 추가담보를 해지하여도 사업수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게다가 신탁법령을 검토한 결과도 개발신탁 자금회수를 위해 관리·처분신탁의 형태로 추가담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없어 대승으로부터의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요청에 대한 거절명분이 미약했으며, 특히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과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이 별개의 신탁이라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내용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매각처분하더라도 그 매각대금을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정으로 돌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결국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의 형태로는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에 따라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가 지출한 개발투자금에 대한 담보로서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실, 피고인은 광주지점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고,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을 해지함으로 인하여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의 이 사건 개발투자비에 대한 담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보전책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을 해지하여 주되 그 매각대금 전액을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정에 입금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공소외 2로부터 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를 승인한 사실, 그 후 공소외 2 명의의 위 각서는 제출되었으나 공소외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타인에게 매각하고 매매대금으로 교부받은 수표 등이 사후에 부도나는 바람에 결국 위 각서 내용은 이행되지 못하였고, 그로부터 약 1년 뒤 IMF 외환위기가 닥쳐오면서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의 위탁자이자 전주 푸른맨션아파트 건축공사의 시공사인 대승이 자금부족으로 건축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채 부도를 내고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도 위와 같은 건축중단으로 인하여 개발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사실, 피고인은 1996. 10. 6.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 승인을 하고, 같은 달 9. 부사장으로 승진함으로써 더 이상 광주지점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는데, 비록 위 각서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로서는 대승에 대한 공사기성고 대금지급의 유보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부동산 매각대금 상당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후임자인 공소외 4가 피고인이나 광주지점장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의 진행상황 내지 업무내용을 자세히 파악하지도 아니한 채 종전에 해 오던대로 대승에게 공사기성고 대금을 그 후로도 무려 42억 원이나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광주지점장으로부터 대승의 요청에 따른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를 건의 받고 결재권자로서 광주지점장이 보고한 내용을 검토, 확인한 후 이를 승인한 것으로, 피고인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공소외 2 내지 대승으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서 단순히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를 승인함에 있어서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의 위임전결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는 원칙적으로 담임이사인 피고인의 위임전결사항이므로 그 해지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체결이 이사회 결의를 얻었으므로 그 해지에도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정도에 그쳐서는 아니되고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은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과 연계되어 있는데 담보로서의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이 없었다면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도 이사회의 결의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인데, 비록 지방에서의 아파트 분양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은 그 자체로서 수익성과 위험성을 판단하여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인 점, 이 사건 부동산의 가치는 10억 원 내외로서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가 예정하고 있던 개발투자비 52억 원의 20%에도 이르지 않는 금액으로서 전체 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았던 점, 공소외 부동산신탁회사에서 개발신탁을 추진하면서 이 사건과 같이 담보를 목적으로 추가적인 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한 전례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도 이사회 결의를 얻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토지개발신탁계약의 체결을 위한 이사회 결의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보고된 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위임전결사항인 이 사건 관리·처분신탁계약의 해지 승인에 이사회 결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임무위배행위 내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고현철 김영란(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