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가합551582 부당이득금
원고
주식회사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수계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한국공간정보통신의 관리인 A
피고
별지(1) 피고 명단과 같음
피고들보조참가인
삼성에스디에스 주식회사
변론종결
2015. 8. 18.
판결선고
2015. 9. 24.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10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머지 피고들은 GIS 엔진 소프트웨어인 인트라맵(IntraMap)의 사용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유
1. 전제사실
○ 소송수계 전의 원고였던 주식회사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2014. 2. 3. 이 법원 2013회합289호 사건에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지고 관리인이 선임되어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이하 수계 전 원고와 소송수계인을 굳이 구별하지 아니하고 모두 '원고'라 한다)은 GIS(지리정보시스템)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자문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 피고 대한민국은 2008년부터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 주관 하에 국가공간정보통합체계 구축사업(토지·도시·지하시설물·생활 등 다양한 분야의 공간정보 처리에 관한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GIS 활용체제를 통합하여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체계를 구축하는 사업, 이하 위 기반체계를 '국공 시스템', 그 구축사업을 '국공 사업'이라 한다) 및 행정공간정보융합서비스체계 구축사업(국가공간정보를 행정업무 및 대민서비스에 활용하는 융합체계를 구축하는 사업, 이하 위 융합체계를 '행공 시스템', 그 구축사업을 '행공 사업'이라 한다), 지하시설물 통합시스템 구축사업(이하 위 시스템을 '지통 시스템', 그 구축사업을 '지통 사업'이라 한다)을 수행하였다.
○ 피고들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은 피고 대한민국이 발주한 국공, 행공, 지통 사업의 주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원고는 그 중 국공 사업에 참여하여 원고가 개발한 GIS 엔진 S/W인 인트라맵(IntraMap)을 참가인에게 납품하였다.
○ 원고는 2012. 5. 7.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국공 사업을 위하여 납품받은 인트라맵 S/W를 원고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하여 행공, 지통 사업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공급하였고, 또한 인트라맵 S/W의 핵심 소스코드를 무단 도용하여 애니가이드(AnyGuide)라는 S/W를 제작,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참가인과 참가인의 B을 저작권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죄로 고소하였다.
원고와 참가인은 2012. 10. 26. 별지(2)와 같은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고, 참가인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1,70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9호증, 을가 제1호증, 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쌍방의 주장의 요지
가. 원고
1)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와의 라이선스계약 체결 없이 무단 복제된 인트라맵을 참가인으로부터 공급받아 행공, 지통 사업에 관하여 사용하여 오고 있다.
2) 나머지 피고들(이하 '지자체 피고들'이라 하고, 각 지위에 따라 구별이 필요한 경우 '광역지자체 피고', '기초지자체 피고'라 한다)은 원고와의 라이선스계약 체결 없이 무단 복제된 인트라맵을 참가인 및 피고 대한민국으로부터 공급받아 각 서버에 설치하여(구체적으로는 광역지자체 피고의 서버에 산하 기초지자체 피고들을 위한 개별 디렉토리를 두고 그 각 디렉토리에 무단 복제된 인트라맵을 각 설치하거나, 또는 광역지자체 피고의 서버와 산하 기초지자체 피고들의 각 개별 서버에 무단 복제된 인트라맵을 각 설치하여) 행공, 지통 시스템을 위해 사용하여 오고 있다.
3) 이러한 피고들의 행위는 원고의 인트라맵 S/W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 중 일부 청구로서 100,000,100원의 배상을 구하고, 지자체 피고들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행위인 인트라맵 사용행위의 정지를 구한다.
나. 피고들 및 참가인
피고들 및 참가인의 주장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다(피고 65, 72는 민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여 원고의 주장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간주되나, 참가인이 피고들 전부를 위하여 보조참가하였으므로 참가인의 본안전 항변 등 주장은 위 자백간주 피고들을 위해서도 효력이 있다).
1)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본안전 항변).
2) 국공 사업은 통합된 국공 시스템의 구축만이 아니라 국공 시스템의 공간정보를 연계 S/W(API)를 통해 행공, 지통 시스템에 공동 활용케 하는 내용으로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고, 2008. 12월에 작성된 국공 사업 과업지시서에도 이미 '행공 시스템에서의 공간정보 접근은 국공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연계 API를 통한다'고 명시하였다. 원고는 이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인트라맵을 납품한 것으로, 국공 시스템에 설치되는 GIS 엔진인 인트라맵이 행공, 지통 서비스에 연계 사용되는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이와 같이 행공, 지통 시스템은 이를 위한 별도의 GIS 엔진 추가 설치 없이 국공 시스템과의 연계 S/W(API)를 통해 국공 시스템의 공간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지자체 피고들은 자체 서버에 행공, 지통 시스템을 위한 무단 복제한 인트라맵을 설치한 바 없고 국공 시스템이 제공하는 연계 S/W(API)를 통해 국공 시스템에 설치된 인트
라맵을 행공, 지통 시스템의 서비스에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4) 일부 지자체 피고들은 행공, 지통에 관하여 인트라맵이 아닌 다른 GIS 엔진(ArcGIS, Geogate 등)을 사용하고 있다.
5) 일부 지자체 피고들의 국공 시스템에서 행공, 지통 시스템에 활용키 위해 복제된 것으로 보이는 인트라맵이 발견되었으나, 인트라맵의 설치 권한과 기술은 원고만이 보유하고 있는 이상 원고가 시스템의 속도 향상을 위해 임의로 이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피고 대한민국의 2013. 12. 31.자 준비서면).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본안전 항변(부제소합의 위반)
1) 관련 법리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않기로 부제소합의를 한 경우 이에 위배되어 제기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제3자를 위한 계약에 있어서 낙약자의 제3자에 대한 급부의 내용에는 제한이 없어 '낙약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급부에 해당하고, 이러한 급부를 정한 계약이 있는 경우 낙약자의 제3자에 대한 청구권 행사에 대해 제3자는 부제소합의가 있었다는 항변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4다46922 판결).
2) 판단
전제사실에서 본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이 사건 합의 중 제3조 제2항은 그 문언상 "원고가 이 사건 피고들을 상대로 '국공 사업에 납품된 인트라맵을 행공 사업 등에 활용하는 제반 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는 참가인이 요약자로서, 원고가 낙약자로서, 피고들을 제3자(수익자)로 하여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국공 사업에 납품된 인트라맵을 행공, 지통 시스템 서비스에 사용하는데 대하여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3자를 위한 급부의 내용으로 정한 '제3자(피고들)를 위한 계약(부제소합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위 2.의 가.항과 같이 주장하며 제기한 이 사건 소는, 피고들을 위한 부제소합의인 이 사건 합의 제3조 제2항에 위배된 것이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1)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 내용
○ 참가인과 피고들의 인트라맵 무단 복제, 설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아래 1, ②와 같고, 참가인은 인트라맵 S/W의 핵심 소스코드를 무단 도용하여 애니가이드 S/W를 제작, 판매하였는바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아래 ③과 같다. 원고가 이 사건 합의로써 포기하게 되는 위 각 손해의 배상청구권과 아래 ④와 같은 이 사건 합의로써 참가인에게 제공한 인트라맵 32식의 정당한 가격을 합하면, 이 사건 합의로 피고들과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받는 반대급부는 20,336,800,000원에 이른다.
① 지자체 피고들이 무단 설치한 인트라맵 가격 상당액 13,552,000,000원(- 무단 설치 인트라맵 패키지수 154 × 패키지당 가격 88,000,000원)
② 무단 설치된 인트라맵에 대한 원고의 1년간의 유지보수 기회 상실로 인한 피해액 2,032,800,000원 (= 패키지수 154 x 가격 88,000,000원 × 가격대비 연간 유지보수비용 비율 0.15 x 1년)
③ 인트라앱 S/W의 핵심 소스코드 유출로 인한 피해액 1,936,000,000원 (= 가격 88,000,000원 X 참가인이 제작, 판매한 애니가이드 수량 22)
④ 이 사건 합의로 원고가 참가인에게 제공한 인트라 맵 가액 2,816,000,000원 (= 가격 88,000,000원 x 32식)
○ 이 사건 합의로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인트라맵 32식의 대금으로 받은 금액은 1,700,000,000원이므로, 피고들과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얻는 위 20,336,800,000원 상당의 반대급부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
○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는 임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 및 거래업체들로부터의 원고 재산에 대한 가압류,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의 대출금 상환 요구 등으로 매우 궁박한 상태였는바, 참가인은 이러한 원고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할 의사로 이 사건 합의를 한 것이다.
○ 그러므로 이 사건 합의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는 적법하다.
2) 이에 관한 참가인의 반박 주장 내용
○ 피고들은 인트라맵을 무단 복제하여 설치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납품받아 국공 시스템에 설치한 인트라맵을 연계 S/W(API)를 통하여 행공, 지통 시스템의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을 뿐이고, 참가인이 원고의 인트라맵
S/W의 소스코드를 도용하여 애니가이드를 제작한 바도 없으므로, 원고의 피해 발생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또 그 주장의 각 피해액도 일방적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 참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와의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따른 리스크와 기업 이미지 훼손의 조기 해소를 위해 원고와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
○ 오히려 참가인이 이 사건 합의로써 참가인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인트라맵을 32 식이나 구매하여 주었고, 참가인의 중요 사업인 애니 가이드 S/W의 직접적인 국내 신규 판매활동을 2013년부터 수행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등,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얻은 급부가 오히려 참가인이나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얻은 반대급부보다 크다.
○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참가인과 참가인의 B를 형사고소한 상태에서 체결한 것이어서 오히려 참가인이 당시 궁박한 처지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 당시 원고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참가인이 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 이 사건 합의의 체결을 위한 교섭과정에서 원고측의 C 변호사가 관여하여 합의 내용을 원고의 입장에서 면밀히 검토, 조율하였다.
3) 관련 법리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이 급부와 반대급부와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민법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그 계약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는 당사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불공정성을 소송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하여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제소합의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대법원 2010.7.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일방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더라도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일방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4) 판단
먼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 여부(불공정한 법률행위의 객관적 요건)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이 사건 합의로써 포기하는 손해배상채권 등 참가인과 피고들에게 제공되는 반대급부의 가치가 그 주장과 같은 내역의 합계 약 203억 원 상당에 이른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① '피고들이 지자체의 국공, 행공, 지통 시스템에 무단 복제한 인트라맵 154식을 설치하였다'는 원고 주장사실과 ② '참가인이 인트라맵의 소스코드를 무단 도용하여 애니가이드를 제작, 판매하였다'는 원고 주장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그 중 위 ①의 주장사실은 이 사건 본안에서 심리할 대상이나, 이 사건 부제소합의의 불공정한 법률행위 해당 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부득이 본안 전 단계라도 이를 살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인 D의 증언과 이 법원의 검증결과를 비롯하여 원고 제출의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이 무단 복제된 인트라맵을 각 서버에 설치하였고, 참가인이 인트라맵의 소스코드를 무단 도용하여 애니가이드를 제작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로써 원고가 포기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그 주장과 같은 금액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그 결과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게 되므로,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 궁박한 처지에 있었는지, 참가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할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 등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합의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현룡
판사장윤식
판사황정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