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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7. 30. 선고 94도2708 판결
[업무방해][공1996.9.15.(18),2746]
판시사항

[1] 석사학위논문의 작성·제출자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또는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

[2]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논문이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석사학위논문 정도의 학술적 저작물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논문작성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 외국서적의 번역이나 자료의 통계처리 등 단순하고 기술적인 조력을 받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작성자로서는 학위논문의 작성을 통하여 논문의 체제나 분류방법 등 논문 작성방법을 배우고, 지도교수가 중점적으로 지도하여 정립한 논문의 틀에 따라 필요한 문헌이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 정리한 다음 이를 논문의 내용으로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므로, 비록 논문작성자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논문의 제목, 주제, 목차 등을 직접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분석, 정리하여 논문의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였다면 그 논문은 논문작성자가 주체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 단순히 통계처리와 분석, 또는 외국자료의 번역과 타자만을 타인에게 의뢰한 것이 아니라 전체 논문의 초안작성을 의뢰하고, 그에 따라 작성된 논문의 내용에 약간의 수정만을 가하여 제출하였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 2는 1심 공동피고인 1과 공모하여, 피고인 2는 1992. 10.경 위 1심 공동피고인 1이 운영하던 논문자료센터에서 위 1심 공동피고인 1에게 석사학위논문의 대작을 의뢰하고, 위 1심 공동피고인 1은 이를 다시 피고인 1에게 의뢰하여 "일반계 고등학교 상업교육개선에 관한 실증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작성토록 한 다음 피고인 2가 위 논문을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김종석에게 제출함으로써 위계로써 위 대학원의 학사업무를 방해하고, 피고인 3은 위 1심 공동 피고인 1 및 1심 공동피고인 2와 공모하여, 피고인 3은 같은 해 3.경 위 논문자료센터에서 위 1심 공동피고인 1에게 석사학위논문의 대작을 의뢰하고, 위 1심 공동피고인 1은 이를 다시 위 1심 공동피고인 2에게 의뢰하여 "뭉크판화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작성토록 한 다음 피고인 3이 같은 해 10.경 위 논문을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김형대에게 제출함으로써 위계로써 위 대학원의 학사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2의 석사학위논문 작성경위에 관하여, 고등학교 교련교사이던 위 피고인은 1991. 9.경부터 석사학위논문 준비작업에 들어가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논문제목을 위 피고인의 실무교육경험을 살리는 취지로 "일반계 고등학교 상업교육개선에 관한 실증적 연구"로 정하고 논문작성을 위한 연구모형과 가설을 정립한 후 이를 검증하기 위한 설문지를 작성하여 전국의 상업교사들에게 발송하고 그 답신을 받아 분석작업을 하는 한편 논문자료를 수집하여 논문작성을 위한 기초작업을 모두 마친 사실, 그런데 위 논문의 작성에 있어서는 설문지의 분석작업이 주된 내용이고, 이를 위하여는 통계자료의 전산처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나 위 피고인이 그러한 전산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여 위 1심 공동피고인 1이 운영하는 논문자료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된 사실, 위 1심 공동피고인 1을 통하여 재차 의뢰를 받은 피고인 1은 위 설문지에 기재된 응답들을 전산처리하여 빈도분포율을 계산하고, 그 분석결과 및 피고인 2로부터 제공받은 참고문헌들에서 발췌한 내용을 인용, 정리하여 논문초안을 작성한 후 이를 피고인 2에게 넘겨 주었고, 위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논문내용 중 보안하여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수정토록 하는 한편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독자적으로 위 초안을 기초로 한 편집작업을 계속하여 논문을 완성한 다음 이를 제출하여 논문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각 인정하고, 피고인 3의 석사학위논문 작성경위에 관하여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중학교 미술과 강사로 일하던 위 피고인은 1992. 6.경부터 위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논문 준비작업에 들어가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서양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판화에 관한 연구분석논문을 쓰기로 하고, 유학생활 중 수집해 놓은 뭉크에 관한 미국 및 일본의 서적들을 틈틈이 읽고 정리하여 이를 토대로 논문의 목차 및 요약을 완성한 사실, 그런데 그 무렵 동경과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어 논문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였던 위 피고인은 광고를 통하여 알게 된 위 1심 공동 피고인 1 운영의 논문자료센터로 찾아가 동인에게 뭉크 관련 외국서적들과 위 논문요약을 건네 주면서 위 서적들의 번역 및 타자 등을 의뢰한 사실, 위 1심 공동 피고인 1을 통하여 작업을 의뢰받은 1심 공동피고인 2는 위 서적들 중 뭉크와 관련된 부분을 번역하여 이를 피고인 3으로부터 넘겨받은 논문요약에 나타난 연구목적 및 범위, 목차 등에 따라 논문형의 문장으로 정리함으로써 논문초안을 작성한 후 피고인 3에게 넘겨 주었고, 그 과정에서 같은 피고인은 많은 부분을 스스로 또는 위 1심 공동 피고인 2를 통하여 삭제, 수정, 보완하는 한편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독자적으로 위 초안을 기초로 한 편집작업을 계속하여 논문을 완성하였으며, 이 논문은 논문심사를 통과하여 학위를 수여받은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2 및 피고인 3은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함에 있어서 참고문헌으로부터 기초 학술적인 내용을 발췌, 정리, 번역, 기재한다든지 또는 자료를 전산처리하는 등의 단순하고 기계적인 작업에 관하여는 피고인 1 및 위 1심 공동 피고인 2등으로부터 조력을 받았으나 이는 논문작성시 통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보조방법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고, 본인들이 직접 논문의 기본골격을 세우고 그 연구목적 및 범위를 설계하며 주요내용을 편집하여 주제를 뚜렷이 하고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하는 등 논문의 전체 집필과정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그 논문의 주제 및 내용을 타인의 힘으로 완성시킨 것으로 볼 수 없는 정도로까지 발전시킨 이상 위 각 논문은 같은 피고인들의 저작물이라 할 것이며, 이와 달리 위 각 논문이 대작된 것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여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피고인 2와 피고인 3 이 과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설문지의 전산처리 또는 외국서적들의 번역과 타자만을 의뢰하여 단순하고 기계적인 조력만을 받았고, 본인들이 논문의 전체 집필과정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나) 우선 원심은, 김형대, 김종석, 1심 공동 피고인 1, 2의 원심에서의 각 증언,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장 이근수 및 같은 학교 교수 김건호 외 2인 작성의 의견서의 각 기재 외에 제1심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채용한 피고인 1, 2, 3 및 1심 공동피고인 1, 2 등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도 배척하지 아니하고 증거로 채택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검찰에서 "제가 사실은 논문을 직접 적을 능력이 없고 또 컴퓨터도 작동시킬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작성의뢰를 한 것입니다."라거나 "내가 작성한 논문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수사기록 48, 51쪽)라고 진술하였고, 제1심 1회 공판기일에서도 '논문대작을 의뢰'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피고인 3은 외국서적의 번역과 워드프로세스 작업만을 의뢰한 것이라는 동인의 변소와 원심인정의 사실과는 달리 검찰에서 논문초안의 작성을 의뢰하였음을 시인하면서 다만 본인이 많은 부분을 수정, 보완하였으므로 자신의 논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실(수사기록 70쪽), 또한 위 1심 공동 피고인 1과 1심 공동 피고인 2, 피고인 1은 검찰에서 피고인 2, 3으로부터 '논문대필'을 의뢰받았다고 진술한 외에(수사기록 24, 25, 38쪽) 제1심 법정에서 자신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특히 위 1심 공동 피고인 1은 자신이 의뢰받은 논문대필건수와 단순한 자료정리건수를 구별하여 진술하고 있고, 그 보수도 차이가 있는데 피고인 2와 피고인 3이 위 1심 공동 피고인 1에게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논문대작료 상당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또한 피고인 2의 지도교수인 공소외 김형대는 원심에서 통계처리작업 외에는 위 피고인 스스로 논문을 작성한 것이라고 증언하였고,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장 등도 위 피고인이 통계처리와 분석만을 외부에 의뢰하였고, 논문의 주요 부분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동인들이 위 피고인이 논문을 작성한 경위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후 면담을 통해 전해들은 위 피고인의 변소에 기초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진술하고 있는 점이 엿보이므로 이를 선뜻 취신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 나아가 이 사건 논문의 작성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한 구체적인 역할을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연구의 목적 및 의의, 연구의 방법 및 범위가 기재된 논문 서론 부분을 작성하고, 설문지 모델의 초안을 작성하여 참고문헌과 함께 위 1심 공동 피고인 1을 통해 피고인 1에게 교부한 사실, 피고인 1이 설문지의 내용을 수정하여 돌려주자 피고인 2는 이를 전국의 상업교사들에게 배포하고 그 답신을 받아 피고인 1에게 교부하였고, 이에 위 피고인은 설문지의 결과를 통계처리하여 정리하고 빈도분포표를 작성하는 등 이를 분석하고, 각 설문마다 해설적으로 서술하여 실증적 조사연구 부분을 작성하였으며, 피고인 2가 교부한 문헌을 참고로 하여 이론적 연구와 상업교육개선방안 부분 및 결론 부분을 각 작성한 다음 이를 피고인 2에게 교부한 사실, 피고인 2는 위 논문초안 작성시 자신의 현장 경험을 가미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아울러 지도교수가 수정을 지시한 부분을 알려주어 피고인 1이 이에 따라 수정작업을 한 사실, 피고인 3은 위 1심 공동 피고인 1에게 논문의 제목과 참고문헌을 주면서 목차(논문계획서에 해당)를 정리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위 1심 공동 피고인 2가 작성한 논문 목차를 교부받은 사실, 그 후 위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또는 지도교수의 지도하에 이를 수정하여 2 내지 3쪽 분량의 요약지를 작성한 다음, 뭉크에 관련된 페이지 부분을 접어서 특정한 참고문헌과 함께 교부하며 논문초안의 작성을 의뢰하였는데 위 요약지에는 뭉크의 목판화를 관찰하면서 표현기법, 색채 등을 중심으로 서술하여 달라는 연구목적과 범위가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이에 따라 위 1심 공동 피고인 2는 참고서적들 중 뭉크와 관련된 부분을 번역하여 위 요약지에 기재된 연구목적 및 범위, 목차 등에 따라 논문형의 문장으로 정리함으로써 논문초안을 완성하여 이를 위 피고인에게 넘겨 준 사실, 위 피고인은 위 논문초안에 스스로 또는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몇 차례 수정을 가하여 논문을 완성하였는데 위 논문초안의 결론 부분은 크게 수정하였으나 본문 부분은 표현을 바꾸어 쓴 정도 외에는 큰 수정을 가하지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라) 일반적으로 석사학위논문 정도의 학술적 저작물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논문작성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 외국서적의 번역이나 자료의 통계처리 등 단순하고 기술적인 조력을 받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작성자로서는 학위논문의 작성을 통하여 논문의 체제나 분류방법 등 논문 작성방법을 배우고, 지도교수가 중점적으로 지도하여 정립한 논문의 틀에 따라 필요한 문헌이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 정리한 다음 이를 논문의 내용으로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므로, 비록 논문작성자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논문의 제목, 주제, 목차 등을 직접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분석, 정리하여 논문의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였다면 그 논문은 논문작성자가 주체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그런데 피고인 2와 피고인 3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단순히 통계처리와 분석, 또는 외국자료의 번역과 타자만을 타인에게 의뢰하였다는 원심 인정사실과는 달리 전체 논문의 초안작성을 의뢰하고, 그에 따라 작성된 논문의 내용에 약간의 수정만을 가하여 제출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학위논문의 작성자는 위 피고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 1 및 위 1심 공동피고인 2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라) 그렇다면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안용득 지창권(주심)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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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94.9.7.선고 93노7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