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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도232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공여·공문서변조·변조공문서행사·사문서변조·변조사문서행사·업무상횡령·수뢰후부정처사][공1996.2.1.(3),458]
판시사항

과세 대상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그에 관한 확립된 선례도 없었던 경우, 공무원이 주식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후 위 회사에 유리하게 관계 법령을 해석하여 감액처분하였더라도 그 처분이 위법하지 않으면 수뢰후부정처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과세 대상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그에 관한 확립된 선례도 없었던 경우, 공무원이 주식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후 관계 법령에 대한 충분한 연구, 검토 없이 위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법령을 해석하여 감액처분하였더라도 위 감액처분이 위법하지 않으면 그 공무원이 수뢰 후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서 수뢰후부정처사죄를 범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외 5인

상고인

피고인 외 1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권연상 외 5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공무원인 피고인 3, 4에 대하여 수뢰후부정처사죄로 기소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사실로서 적시된 기재 일시, 장소인 1994. 3. 10. 오후 시간불상경 부산 해운대구 중 1동 소재 동궁한정식집에서 위 피고인들이 공동피고인 5 등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하여 각기 금 5,000,000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점에 부합하는 거시증거들은 설시와 같은 이유로 모두 신빙성이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 5, 6에 대하여 뇌물공여죄로 기소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피고인들이 1994. 3. 10. 오후 시간불상경 부산 해운대구 중 1동 소재 동궁한정식집에서 공동피고인 3, 4에게 그들의 직무와 관련하여 각기 금 5,000,000원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 1 및 그 변호인의 상고이유와 피고인 2 및 그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증거를 취사하여 피고인 1가 1993. 3. 11. 14:00경 원심 공동피고인로부터 직무와 관련하여 금 90,000,000원을 교부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 및 피고인 1, 2가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한 뇌물의 액수를 판시와 같이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그러나 피고인 1, 2가 공소외 대우자동차 주식회사가 1989. 4. 29. 취득한 부산 해운대구 소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와 관련하여 부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수뢰후부정처사죄를 범한 것인가는 의문이 있다.

이 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는 부산시세로서 부산시의 조례로 그 부과처분 등의 권한이 해운대구청장에게 위임되어 있기는 하나, 1993. 12. 30. 부산시로부터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의 이 사건 부동산 취득 및 정비사업소의 설치와 관련하여 취득세 및 등록세 중과분 합계 금 1,041,823,360원을 위 회사에 부과징수하라는 과세자료를 통보받음에 따라 위 구청에게 위 부과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1, 2 등이 1994. 2. 12. 위 회사에 대하여 위 과세자료에 따른 취득세 및 등록세를 추징부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회사 직원인 공동피고인 5, 6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뒤 그 취득세 및 등록세의 부과에 관하여 권한위임 기관으로서 지휘·감독권이 있는 상급기관인 부산시의 위 통보내용과 다른 부과처분을 함에 있어 부산시에 그에 대한 의견도 묻지 아니하고 그 부과처분의 내용도 알리지 않은 채 취득세 및 등록세를 2차에 걸쳐 감액경정하고, 그 일부를 환급한 사실, 위 중과에 관련된 지방세법상과 그 시행령상의 비업무용 토지에 관한 규정 및 지점설치에 따른 등록세 중과에 있어서의 대상 부동산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나 외자도입법상의 사업용 부동산에 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그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같은 피고인들의 견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같은 피고인들이 취한 견해는 권한위임 기관인 부산시의 견해와 현저한 차이를 가져오고 있었으며, 그에 관하여 확립된 선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피고인 2의 경우에는 이 사건 감액경정을 기안하면서 상당한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 데도 그 세액을 직권으로 감액경정하기에 앞서 관계 법령을 검토, 연구하고 위임기관에 그 의견을 물어 보는 등의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하였으며, 같은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동피고인 5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생각은 하지 아니한 채 가급적 납세의무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령을 해석하려고 노력한 끝에 감액경정 및 환급처분을 하여 버린 사실 등 제1심판시의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위 구청의 지방세 담당공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이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취득세·등록세 추가징수에 대한 과세자료를 통보받고 1994. 2. 12. 위 회사에 대하여 위 과세자료에 따라 취득세 및 등록세를 추징부과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 관련자료 검토에 의하여 위 처분이 그 세액이 과다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세액으로 당연히 그 부과처분을 감액경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이 그 취득세 및 등록세의 부과에 관하여 권한위임 기관으로서 지휘·감독권이 있는 상급기관인 부산시의 위 통보내용과 다른 부과처분을 함에 있어 부산시에 그에 대한 의견도 묻지 아니하고 그 부과처분의 내용도 알리지 아니한 채 원심판시와 같이 취득세 및 등록세를 2차에 걸쳐 감액경정하고, 그 일부를 환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며, 수뢰 후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즉 원심도 인정하다시피, 위 중과에 관련된 지방세법상과 그 시행령상의 비업무용 토지에 관한 규정 및 지점설치에 따른 등록세 중과에 있어서의 대상 부동산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나 외자도입법상의 사업용 부동산에 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그에 관하여 확립된 선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점에 비추어 세무공무원에 따라 이견이 있어 그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이 위 감액경정 및 환급조치를 함에 있어서 관계 법령에 비추어 전혀 터무니없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은 이견의 여지가 있는 범위 내에서 나름대로의 판단을 한 것이라면, 관계 법령의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같은 피고인들의 견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같은 피고인들이 취한 견해는 권한위임 기관인 부산시의 견해와 현저한 차이를 가져오고 있었다고 하는 원심 설시의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들의 판시 소위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심은, 피고인 2의 경우에는 이 사건 감액경정을 기안하면서 상당한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 데도 그 세액을 직권으로 감액경정하기에 앞서 관계 법령을 검토, 연구하고 위임기관에 그 의견을 물어 보는 등의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하였으며, 같은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동피고인 5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생각은 하지 아니한 채 가급적 납세의무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령을 해석하려고 노력한 끝에 제1심 판시와 같은 감액경정 및 환급처분을 하여 버린 사실 등에 비추어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맺고 있으나, 기록상 위와 같은 사실을 단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증거도 찾아볼 수 없고, 가사 위 피고인들이 공소외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의 직원인 위 피고인 5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후 관계 법령에 대한 충분한 연구, 검토 없이 위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법령을 해석하여 감액처분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 감액처분이 결과적으로 정당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들이 수뢰 후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서 수뢰후부정처사죄를 범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원심으로서는 위 피고인들의 다소 의심스러운 행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위 감액 및 환급처분이 위법한 것인가에 관하여 심리를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위 피고인들이 수뢰후부정처사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한 조치에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미진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다) 그런데 피고인 2의 경우에는 위 수뢰 후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131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 제30조 로 의율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피고인 1의 경우에는 원심이 이 부분 수뢰 후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131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 제30조 로 의율한 후, 그 밖의 유죄로 인정한 범죄사실과 실체적경합관계에 있다 하여 경합범가중을 한 형기 범위 내에서 단일한 형으로 처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도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피고인 3, 4, 5, 6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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