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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29. 선고 2014도12699 판결
가.컴퓨터등사용사기[예비적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나.입찰방해
사건

2014도12699 가. 컴퓨터 등사용사기 [예비적 죄명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입찰방해

피고인

1. A_

2. B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변호인

변호사 C(피고인 A를 위하여)

변호사 D(피고인 B을 위한 국선)

법무법인(유한) E(피고인 B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F, G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9. 5. 선고 2014노1721 판결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 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 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에 대한 이 사건 입찰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피고인 A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컴퓨터 등 사용사기의 부분(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정보처리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특정 건설사가 낙찰자로 바로 결정되어 낙찰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되었다거나 그 낙찰자 결정이 사람의 처분행위가 개재되지 않고 컴퓨터 등의 정보처리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판시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구성요건 내지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서의 적격심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의 부분(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일 필요는 없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 ·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또한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이로써 상대방의 재산이 침해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914 판결 등 참조).

(2) 원심에서 예비적으로 추가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원심 판시 재무관 컴퓨터용 악성프로그램과 입찰자 컴퓨터용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판시 각 공사의 낙찰하한가를 알아낸 다음 이를 토대로 낙찰 가능한 입찰금액을 특정 입찰자들에게 알려주어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지방자치단체 등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특정 입찰자들을 위 각 공사의 낙찰자로 선정하도록 하고 그 무렵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 명목의 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3)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들이 관여한 이 사건 각 시설공사의 전자입찰은 모두 적격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고, 적격심사 대상 공사에 대한 전자입찰은 입찰공고, 예비가격 작성, 투찰, 개찰, 적격심사, 낙찰자 선정, 계약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① 먼저 발주처 재무관이 입찰공고를 한다.

② 이어 개찰 전까지 인증된 재무관용 컴퓨터를 통하여 조달청 서버에서 공사기초금액의 ±3% 범위 내에서 15개의 예비가격을 생성하되, 각 예비가격과 이에 대응하는 추첨번호는 임의로 섞여 재무관의 인증서와 함께 암호화되어 조달청 서버에 전송·저장된 다.

③ 입찰자는 입찰기간 중 인증된 입찰자용 컴퓨터를 이용하여 입찰금액을 입력한 다음 예비 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15개의 추첨번호 중 임의로 2개를 선택하여 조달청 서버에 그 값을 전송 · 저장한다.

4) 개찰 때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입찰자들이 선택한 예비가격 추첨번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상위 4개의 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을 평균하여 공사예정금액을 산정하고 다시 여기에 투찰율을 곱하여 낙찰하한가를 산정하게 된다.

⑤ 재무관은 낙찰하한가 이상 공사예정가격 이하로서 낙찰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한 입찰자 순서대로 계약이행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일정 점수 이상인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나)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성명불상 프로그래머 등과 함께 이 사건 각 시설공사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재무관 컴퓨터에 암호화되기 직전 15개의 예비가격과 그 추첨번호를 해킹하여 볼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여 그 예비 가격과 그 추첨번호를 알아내어 추첨번호 4개를 선정한 다음, 입찰자 컴퓨터에는 입찰금액을 입력하면서 선택하는 2개의 예비가격 추첨번호가 미리 피고인들에 의하여 지정된 추첨번호 4개 중에서만 선택되어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일명 '나라장터') 서버로 전송되도록 하는 악성프로그램을 각각 설치함으로써, 결국 피고인들에 의하여 지정된 추첨번호 4개가 입찰자들이 선택한 상위 4개의 추첨번호가 되도록 하였고, 나아가 그 사정을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4개의 추첨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의 평균에 의하여 공사예정금액 및 낙찰하한가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다) 결국 이 사건 각 시설공사 발주처는 15개의 예비가격만을 선정할 뿐 낙찰하한 가 및 그 산정의 기초인 공사예정금액은 입찰 과정에서 입찰자들에 의한 무작위적인 상위 4개의 추첨번호 선택이라는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정하여지도록 되어 있고 최종 공사예정금액 및 낙찰하한가는 입찰절차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발주처의 재무관 자체도 알 수 없음에도,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부정행위를 통하여 피고인들이 선정한 4개의 추첨번호에 따른 평균 공사예정금액에 의하여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최종 공사예정금액 및 낙찰하한가를 결정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작하였고, 나아가 그 최종 낙찰하 한가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 결정된 정상적인 낙찰하한가로서 비밀이 유지된 가격이라고 믿은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가격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한 입찰자 순서대로 낙찰자 지위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라) 그리고 비록 낙찰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금액으로 입찰한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바로 그 사실만으로 낙찰자로 결정되지는 아니하고 입찰시에 제출된 서류에 의하여 계약이행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일정 점수 이상인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지만, 실제로 재무관이 수행하는 적격심사 과정을 보면 수행능력평가는 입찰 전에 관련 협회 등으로부터 제출된 시공실적과 경영평가 자료의 이상 유무를 확인함으로써 심사한다. 따라서 위 자료들에 의하여 일정 점수 이상에 해당하는 입찰참가자 중에서는 결국 낙찰하한가에 근접한 입찰가격을 투찰한 것에 의하여 낙찰자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하한 가는 낙찰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입찰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기망행위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들과 이 사건 사실관계를 앞서 본 기망에 관한 일반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피고인들은 악성프로그램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의 기준이 된 공사예정가격 및 그에 따라 산정된 낙찰하한가를 사전에 조작하고 이를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가격이 입찰자의 부정한 행위 없이 무작위적으로 결정된 공정한 가격이라고 믿게 하여 그 가격에 의하여 낙찰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나아가 특정 입찰자에게 그 가격을 알려 주어 그로 하여금 그 가격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하도록 한 것으로서, 발주처의 재무관이 만약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위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하여진 가격을 기초로 낙찰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여 위와 같은 특정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피고인들이 낙찰하한가의 결정 과정을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그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하여진 낙찰하한가를 토대로 특정 입찰자가 입찰가격을 정하여 투찰한 일련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이 사건 발주처의 재무관 내지는 입찰담당자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② 피고인들이 특정 입찰자들과 공모한 이러한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인 발주처 내지는 입찰담당자가 그 특정 입찰자에 대하여 최우선적인 지위를 부여하여 적격심사를 진행함으로써 그 특정 입찰자들이 이 사건 각 공사의 낙찰자로 결정되고 나아가 그에 따른 공사계약 체결 및 공사대금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위 기망행위와 이러한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도7949 판결 참조).

(5)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낙찰하한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특정 입찰자들이 위 각 공사를 낙찰받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에서 살펴 본 것과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특정 입찰자가 투찰에 앞서 낙찰하한가를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하였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낙찰자 선정을 위한 발주처 재무관의 적격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발주처 재무관이 착오에 빠져 재산상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입찰자가 자신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낙찰하한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여 입찰금액을 정하였다는 점을 발주처에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망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발주처 재무관의 낙찰자 결정을 이후 체결되는 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공사대금에 대한 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4. 앞서 본 것과 같이 원심판결의 무죄부분 중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인 컴퓨터등사용사기 부분도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인 판시 입찰방해죄는 원심에서 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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