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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3.24.선고 2014다235318 판결
손해배상
사건

2014다235318 손해배상(기)

2014다235325(병합) 손해배상(기)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1. 21. 선고 2014나2014687, 2014694(병합) 판결

판결선고

2016. 3. 24.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그 소속 공무원들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 맹(이하 '민청학련'이라 한다) 사건과 관련하여, 원고들(원고 E, F, G은 망 D의 상속인 들이므로 제외한다) 및 망 D(이하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라 한다)의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 한다) 위반 사건에 관한 수사와 관련된 직무집행을 함에 있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위 피해자들이 불법 체포·구금 상태에서 석방된 1974, 6. 27. 내지 1974. 8. 8.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2012. 9. 21. 및 2012. 12. 3.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은 긴급조치의 효력에 대하여 위헌·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선뜻 그에 근거한 체포 및 구속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 없었던 상황인 점, ② 다른 대학생들도 유신체제에 대항하기 위한 긴급조치 위반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가담 정도가 경미한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자신이 받은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점, ③ 유신정권 반대 시위 등 학생운동을 하였다는 혐의만 인정받고 기소되지 않은 채 석방되었던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에게 국가정보원 산하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라고 한다)의 발표(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2005. 12. 7.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을 조사하여 민청학련이 마치 반국가단체인 것처럼 조작되었고,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문이 자행되기도 하였다는 요지의 발표를 하였다)가 자신들에 대한 수사 등의 위법성을 주장할 근거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0 2010. 12. 16.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 무효라는 최초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긴급조치 및 그에 근거한 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실체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바, 일부 민청학련 관계자들이 반국가단체 활동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하여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적어도 대법원이 2010. 12. 16.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하여 위헌 무효라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된 이 사건 소는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해소된 뒤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제기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소멸시효에 기한 채무자의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그 동안 적용되어 온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 기준을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통하여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여야 하며,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7. 28. 신고 2009다9278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과 원심이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은 대부분 1974. 4.경 대학교 재학생 또는 졸업생으로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피고 소속 사법경찰관 등으로부터 긴급조치 위반으로 영장 없이 불법 체포·구금당한 후 변호인, 가족 등을 접견하거나 면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행, 각종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결국 피고 소속 사법경찰관 등이 강요하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2)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은 각 60일 내지 141일 동안 피고 소속 유치장, 구치소 등에 구금되었다가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다(다만, 원고 N은 '혐의없 음'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고, 원고 C, 망 D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석방사유가 분명하지 않으나 기소되지 않았음은 다툼이 없다).

(3) 이후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2005. 12. 7. 민청학련 사건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자행된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이에 관하여 사죄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국가 차원의 적절한 배상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4)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2010. 12. 16.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하여 위 헌·무효라고 최초로 판단하였고, 이 사건 소제기 이후인 2013. 5. 16. 긴급조치 제4호 에 대하여도 위헌·무효라고 판단하였다.

(5)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 중 일부는 2012. 9. 21., 나머지는 2012. 12. 3. 각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6) 망 D은 2013. 4. 4. 사망하였고, 상속인인 배우자 원고 E, 자녀 원고 F, G이 소송을 수계하였다.

다. 위 사실관계 및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재심절차를 통하여서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점, (②)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적인 체포·구금상태가 종료한 후 이 사건 소제기시까지 약 37년 이상이 경과한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대법원이 2010. 12. 16.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하여 위헌·무효라고 판단하기 전까지 이 사건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이기택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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