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종중 이사회의 결의사항에 관하여 정식으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아니 하였으나 이를 개최하였을 경우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이사 전원이 이에 동의하였다면 위 사항에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나. 종중의 이사들이 정식으로 이사회를 개최함이 없이 종중의 금원을 종중의 임원 등에게 대여하는 데 동의한 행위에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종중원에 대한 종중 금원의 대여는 종중 이사회의 의결로써 할 수 있는 것인데 이에 관하여 정식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바는 없으나 종중규약상 이사회의 정족수는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으로 성회되고 출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동으로 의결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이사 총원 9명 중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4명을 제외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였을 경우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이사 5명 전원이 이에 동의한 이상 위 금원의 대여가 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나. 종중의 이사들이 보험회사에 예치된 종중의 금원 중 일부를 인출하여 종중의 임원 등에게 대여하는 데 위 “가”항과 같은 경위로 동의한 경우 종중규약상 종중원에 대한 종중재산의 대여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위 종중원들이 위 금원에 대하여 보험회사에서 지급되는 금리 이상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면 위 동의 속에 불법영득의 의사 즉 종중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B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설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C 종친회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위 종친회의 다른 임원들과 공모공동하여, 종친회의 회장 등 3인 명의로 대한교육보험에 예치하여 업무상 보관중이던 위 종중소유의 예금 중 피고인이 금 1억 2천만 원을, 원심공동피고인 D가 금 6백만 원을 위 종중의 결의 없이 각 인출하여 빌려감으로써 이를 각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을 업무상횡령죄로 의율처단하였다.
그러나 횡령죄의 성립에는 불법영득의 의사 즉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할 것인 바,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면, 위 종친회의 규약에 종중재산의 조성 및 운영, 처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또는 총회의 결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등이 총회 또는 이사회의 정식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종중재산인 예금으로부터 그 판시와 같은 금원을 각 인출하여 빌려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위 증거들 및 D에 대한 증인신문조서사본 (기록 100정), 종친회규약 (수사기록 136정)의 기재를 종합하면, 위 종친회 규약상 종중재산의 처리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결의를 얻도록 되어 있고, 이사회의 정족수는 재적이사의 과반수 출석으로 성회되고 출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동으로 의결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종중원에 대한 종중재산의 대여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는 사실, 피고인과 위 E는 각자 가정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던 차에 마침 종중토지에 대한 보상금 4억여 원이 나와 이를 대한교육보험에 예치하게 되자 위 대한교육보험에서 지급되는 금리 이상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조건으로 위 금원 중 일부를 차용할 것을 희망하였고, 위 종친회에서는 피고인과 위 E에 대한 위 금원의 대여에 관하여 정식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바는 없었으나 당시 이사 총원 9명 중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4명을 제외한 이사 5명(피고인과 위 E도 포함)과 감사 2명 등이 이에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위 E에 대한 위 각 금원의 대여는 종중재산의 운영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사회의 의결로서 이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사회를 개최하였을 경우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이사 전원이 이에 동의한 이상 위 금원의 대여가 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또 그와 같은 이사들의 동의 속에 불법영득의 의사 즉 종중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기록상 달리 피고인 등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어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채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업무상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따라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는 판단할 것도 없이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