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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20. 9. 10. 선고 2019구합80176 판결
[의사자인정거부처분취소] 확정[각공2021상,144]
판시사항

갑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근무하던 을이 자신의 환자인 병에 의해 칼에 찔려 흉부 다발성 자상에 의한 대동맥 및 심장파열로 사망하자, 을의 배우자 정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을이 병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다른 직원들에 대한 구조행위를 하던 중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을에 대한 의사자 인정신청을 하였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을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에 따른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정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이 위 법률 제2조 제1호 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거부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근무하던 을이 자신의 환자인 병에 의해 칼에 찔려 흉부 다발성 자상에 의한 대동맥 및 심장파열로 사망하자, 을의 배우자 정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을이 병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다른 직원들에 대한 구조행위를 하던 중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사상자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등에 따라 을에 대한 의사자 인정신청을 하였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을이 의사상자법 제2조 에 따른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정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진료실의 문을 잠그고 회칼을 꺼내는 등 병의 공격행위는 을을 상대로 시작되었지만 을뿐만 아니라 당시 병원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든지 병에 의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병의 주치의였던 을도 이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을이 진료실을 빠져나와 대피하던 중 멈추어 서서 병과 간호사 등의 동태를 살피고, 간호사 등에게 손짓을 하며 “도망가!”, “신고해! 도망가!”라고 말한 것은 병의 주의를 끌어 계속하여 병에 의한 공격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이자 간호사 등에게 위급한 상황을 알려 병의 공격행위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을이 위와 같이 주의를 끌고 위험 상황을 알리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당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간호사 등이 병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동안 자신은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었던 점, 위와 같이 주의를 끌고 위험 상황을 알리는 행위는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병의 공격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구조행위로 보이며 을이 진료실을 나와 범행을 당하기까지 소요된 약 11초의 시간에 다른 방식의 구조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던 사정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구조행위는 당시 주어진 상황에서 의사인 을에게 기대 가능한 최선의 행동으로서 직접적·적극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을은 병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이 가중되는 것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인 구조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서 범행을 당하여 사망하였으므로 의사상자법 제2조 제1호 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거부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김민후 외 1인)

피고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유일한 외 1인)

2020. 6. 18.

주문

1. 피고가 2019. 6. 25. 원고에 대하여 한 의사자인정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은 서울 종로구 (주소 생략)에 소재한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환자인 소외 2에 의해 칼에 찔려 2018. 12. 31. 19:30경 흉부 다발성 자상에 의한 대동맥 및 심장파열로 사망하였다(이하 소외 2의 위 범죄행위를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

나. 원고는 2019. 3. 4. 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 및 서울특별시장을 경유하여 피고에게 ‘망인이 소외 2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다른 직원들에 대한 구조행위를 하던 중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사상자법’) 제5조 제1항 등에 따라 망인에 대한 의사자 인정신청을 하였다.

다. 이에 피고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의 심사·결정을 거쳐, 2019. 6. 25. ‘망인이 의사상자법 제2조 에 따른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의사상자 인정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소외 2를 피해 진료실을 나오면서 간호사 소외 3에게 “도망가.”라고 외쳤고, 진료실을 나온 후에는 비상계단, 다른 진료실 등 안전한 대피경로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소외 2의 공격행위가 이어질 수 있는 복도로 대피하였으며, 잠시 멈춰 서서 간호스테이션에 있는 간호사에게 ‘신고하고 도망가라’고 하고 손짓을 하며 위험을 알렸는데, 이는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이다. 망인은 위와 같은 구조행위 중 다시 소외 2에게 쫓기게 되어 소외 2를 피해 달아나던 중 이 사건 범행을 당하여 사망하였기 때문에 망인은 의사자에 해당하고, 원고의 의사자 인정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소외 2(생년월일 생략)는 키 178cm, 몸무게 85kg의 성인 남성으로, 2015. 9. 23.경 물건을 부수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하면서 여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는 등의 행동을 하여, 모, 여동생과 함께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같은 날부터 같은 해 10. 12.까지 이 사건 병원에서 ‘공격성과 망상을 동반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당시 소외 2의 주치의였다.

2) 망인은 2018. 12. 31. 이 사건 병원 외래동 3층 정신건강의학과 13번 진료실(아래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이다)을 사용하고 있었고, 13번 진료실의 안쪽에 있는 문은 바로 옆에 있는 12번 진료실(아래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이다)과 연결되어 있다. 13번 진료실의 내부 구조는 아래 [사진 2 갑 제11호증 3]과 같고, 아래 [사진 2 갑 제11호증 3]의 안쪽에 보이는 문이 12번 진료실과 연결된 문이다. 또한, 아래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접수처)에는 간호사 소외 3과 간호조무사 소외 4가 근무하고 있었고, 13번 진료실 앞 복도 인근에는 수 명의 사람이 있었다.

[사진 1 갑 제11호증 1] :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사진 2 갑 제11호증 3] :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3) 이 사건 범행의 구체적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가) 소외 2는 2018. 12. 31. 회칼(총길이 32.5cm, 칼날 길이 21cm)을 구입하여 이 사건 병원으로 이동하였고, 같은 날 15:59경 이 사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외래진료 접수를 하였다. 망인은 같은 날 17:39경 소외 2를 진료하였는데, 소외 2는 원고에게 ‘퇴원 후 이상해졌다. 머릿속에 폭탄을 넣어 놓았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했던 것부터 해서 여태까지 있었던 것을 싹 다 없었던 것으로 해 줄 테니, 내 머릿속에 있는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말하였다. 같은 날 17:42경 망인은 13번 진료실에 있는 호출벨을 눌렀고, 간호조무사 소외 4가 13번 진료실의 문을 열자 비상벨을 눌러 달라는 의미의 손짓(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상태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을 하였다. 소외 2는 소외 4가 13번 진료실을 나가자, 13번 진료실의 문을 안에서 잠그고 미리 준비한 회칼을 꺼내 들었고, 망인은 12번 진료실과 연결된 문을 통해 12번 진료실로 대피를 시도하였다.

나) 한편 13번 진료실 밖에 있던 소외 3은 13번 진료실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나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13번 진료실과 연결된 12번 진료실의 전등을 켜면서 문을 열었고, 그 순간 13번 진료실에서 12번 진료실을 거쳐 복도로 나오려 하는 망인과 마주쳤으며, 망인은 소외 3에게 “도망가.”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12번 진료실의 문을 통해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을 향해 뛰어갔다. 소외 3은 망인이 12번 진료실을 나온 직후 12번 진료실의 문을 닫으려고 시도하였으나, 소외 2는 12번 진료실의 문이 닫히기 전에 12번 진료실을 빠져 나와 곧바로 소외 3에게 달려들었고, 아래 [사진 3 갑 제4호증 영상 17:43:15]와 같이 오른쪽 다리가 12번 진료실 앞 의자와 부딪히면서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소외 3은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피난구 방향(망인이 뛰어간 위 ‘㉱’ 지점과 반대방향이다)으로 뛰어갔다. 앞서 위 ‘㉱’ 지점을 향해 뛰어가던 망인은 뒤를 돌아보면서 위 ‘㉱’ 지점에서 멈추었고, 그와 동시에 소외 2와 소외 3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사진 3 갑 제4호증 영상 17:43:15] :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다) 망인은 소외 2와 소외 3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우측에 있는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의 접수처에 위치한 소외 4에게 손짓을 하면서 “신고해! 도망가!”라고 말하였고, 소외 2는 멈칫하는 사이에 소외 3이 도망가자 추격을 포기하고 자신의 뒤쪽에서 위와 같이 행동하는 망인의 모습을 보았다[아래 사진 4 갑 제4호증 영상 17:43:15]. 소외 2는 다시 망인을 쫓아가기 시작하였고, 망인도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소외 2를 보고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으로 뛰어가면서[아래 사진 5 갑 제4호증 영상 17:43:18], 위 ‘㉲’ 지점 근처의 18번 진료실 주변에 있던 간호사 소외 5에게 “경찰에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였다. 망인은 소외 2가 망인을 다시 추격하기 시작한 지 약 6초 후 위 ‘㉲’ 지점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소외 2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을 당하였다. 소외 2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직후 이 사건 병원의 보안요원이 범행현장에 도착하여 소외 2를 제지하였고, 소외 2는 같은 날 17:50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체포되었다.

[사진 4 갑 제4호증 영상 17:43:15] :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사진 5 갑 제4호증 영상 17:43:18] :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라) 당시 망인은 실내용 슬리퍼를, 소외 2는 운동화를 각각 착용하고 있었고, 망인이 12번 진료실을 나온 후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에서 소외 2의 추격을 허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1초 남짓이었다.

4) 소외 2는 2018. 12. 31.자 경찰조사 및 2019. 1. 10.자 검찰조사에서 아래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 2018. 12. 31.자 경찰조사(생략) 문: 오늘 이 사건 병원에 칼은 왜 가지고 갔나요. 답: 대화가 안 되면 죽이려고 가져갔죠. 왜 가져갔겠어. 사람 다 똑같은 것 아니야? 문: 무슨 대화가 안 되면 죽이려고 했다는 말인가요. 답: (생략) 그래서 칼을 든 채 쫓아가 이후 CCTV대로야... (생략) 나를 건드렸던 △씨, □씨, ◇씨, ☆씨는 다음 생애에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 문: 위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답: 잘 알 거 아냐. 나를 골로 보냈던 사람들. 이 사건 병원 회장 △씨... 다 포함된다고...(생략) ○ 2019. 1. 10.자 검찰조사(생략) 문: 2018. 12. 31. 당일에 망인이 근무하는지를 미리 확인하였나요. 답: 아니요. 그냥 갔어요. 문: 망인이 비번일 수도 있을 텐데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건가요. 답: 네. (생략) 문: 언제부터 망인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가요. 답: 네, 타깃으로 정해지면 죽여야 하는 거죠. 문: 그렇다면 망인을 언제부터 타깃으로 설정했던 건가요. 답: 그 의사가 벨을 누르는 순간,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면서 죽여야겠다는 타깃으로 잡은 거죠.(생략) 문: 그렇다면 피의자가 망인을 만나서 피의자의 머릿속에 있는 폭탄을 제거해 줄 것을 요청하고, 만약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한 칼로 망인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인가요. 답: 그렇죠. 저도 죽을 거니까요.(생략) 문: 망인만이 피의자의 머릿속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있는가요. 답: 그건 아니지만, 원래는 이 폭탄을 이용해서 저를 전쟁 주동자로 정부에서 만들려고 했어요. 문: 피의자의 머릿속에 폭탄은 누가 설치하였나요. 답: 제가 강제 입원된 이후 2일 동안 약물에 취해서 누가 설치했는지는 모르죠. 문: 그렇다면 망인이 피의자에게 폭탄을 설치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요. 답: 이 사건 병원 전체라니까요. 정부와 공모자들.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공모자들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그때 당시가 소외 6 대통령 임기 시절이었으니까요.(생략) 문: 피의자는 망인에게 어떤 말을 하였나요. 답: ‘거래’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내 머릿속에 설치해 놓은 폭탄을 다시 빼주면 오늘 온 것을 포함해서 여태까지 있었던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고 하였죠. 문: 그러니까 망인이 뭐라고 하던가요. 답: 저를 쳐다보면서 귀찮다는 듯이 벨을 눌렀어요. 문: 벨소리가 나던가요. 답: 네, ‘띠’ 하는 소리가 났어요.(생략) 문: 망인이 자리에 앉아서 벨을 눌렀나요. 답: 네. 문: 피의자는 망인의 13번 진료실 문을 잠그면서 미리 준비한 칼을 꺼내어 들었나요. 답: 제가 칼을 문을 잠그기 전에 꺼냈는지 잠근 후에 꺼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칼을 안주머니에서 꺼내 들었고, 그것을 본 망인이 겁에 질려서 도망친 거예요.(생략) 문: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나를 건드렸던 △씨, □씨, ◇씨, ☆씨는 다음 생애에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라고 진술하였는데, 범행대상이 추가로 더 있었나요. 답: △씨는 소외 7을 말하는 것이고, □씨는 피해자인 망인이고, ◇씨와 ☆씨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공모자들을 반드시 죽여버릴 거예요.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요.(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11호증, 을 제4 내지 7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규정 및 법리

가) 의사상자법에 의하면,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 제1호 )를, 의사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의상자가 그 부상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다)하여 피고가 의사상자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 제2호 )을 각각 의미하고( 제2조 ),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구조행위를 한 때’( 제1호 )에 의사상자법이 적용된다( 제3조 제1항 ).

나) 의사상자법의 입법 취지,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의사상자법 제3조 제1항 제1호 에서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구조행위를 한 때’라 함은 다른 사람의 생명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도 등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와 밀접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도 포함되고(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두5017 판결 의 취지 참조), 나아가 의사상자법상 구조행위의 직접성·적극성은 국외자(국외자)인 구조자가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등 위험의 발생을 감수하는 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생명 등의 위험에 처한 구조자가 자신의 위해를 회피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포기하는 등으로 자신의 위해가 가중되는 것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 등을 구하고자 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2) 구체적 판단

가) 앞서 본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든 규정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소외 2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이 가중되는 것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인 구조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당하여 사망하였으므로, 의사상자법 제2조 제1호 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

(1) 2018. 12. 31. 망인은 소외 2에 대한 진료를 시작한 직후에 소외 2의 발언을 듣고 소외 2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13번 진료실에 있는 호출벨을 눌러 소외 4를 오도록 한 후 비상벨을 누르도록 요청하였고, 소외 4가 13번 진료실을 나간 직후 소외 2는 13번 진료실의 문을 잠그고 회칼을 꺼내는 등 망인에 대한 공격행위를 개시하였다. 비록 소외 2의 공격행위는 망인을 상대로 시작되었지만, ① 소외 2는 이 사건 병원의 관계자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폭탄을 넣어 두었다는 망상을 겪고 있었고, 2018. 12. 31. 망인의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무작정 이 사건 병원을 방문하였으며, 수사기관에서 망인, 소외 7(이 사건 병원의 회장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씨, ☆씨 등을 모두 죽이겠다고 하면서, 망인에 대하여는 망인의 호출벨을 누른 행위가 망인에 대한 살인을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소외 2는 이미 2015. 9. 23. 여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는 등의 극단적인 공격성을 동반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증상이 나타난 점, ③ 소외 2는 망인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13번 진료실의 문을 닫으려 한 소외 3에게도 공격을 시도한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뿐만 아니라 당시 이 사건 병원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든지 소외 2에 의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외 2의 주치의였던 망인도 이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당시 망인은 13번 진료실을 빠져나가면서 소외 3에게 “도망가.”라고 말하였고, 13번 진료실을 나와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으로 이동하면서도 바로 뒤를 돌아보아 소외 2와 소외 3의 동태를 살피고 소외 3이 소외 2의 공격행위로부터 대피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멈추어 선 채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에서 근무 중인 소외 4에게 손짓을 하며 “신고해! 도망가!”라고 말하였다. 이는 망인이 소외 2의 주의를 끌어 계속하여 소외 2에 의한 공격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이자, 소외 3, 소외 4에게 위급한 상황임을 알려 소외 2의 공격행위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다만 망인이 12번 진료실을 나와 위 ‘㉱’ 지점으로 이동한 것은, 망인이 12번 진료실을 나온 직후 좌측에 있는 피난구로 이동하는 통로에 소외 3이 12번 진료실의 문을 잡고 서 있었고, 12번 진료실과 맞은편에 있는 진료실 사이에는 의자가 놓여 있어 이동이 용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을 여는 과정에서 망인을 추격 중인 소외 2에 의하여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선택 가능한 안전한 대피경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3) 나아가 ① 소외 2는 30세의 건장한 체구(키 178cm, 몸무게 85kg)의 성인 남성이었고 당시 인체에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인 회칼을 소지하고 있었고 달리기에 용이한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망인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어 스스로 소외 2의 공격행위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점, ② 망인이 12번 진료실의 문을 통해 나오면서 소외 3에게 “도망가.”라고 말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소외 3이 소외 2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동안 대피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었고, 적어도 위 [사진 1 갑 제11호증 1]의 ‘㉱’ 지점에서 멈추어 서서 약 3초 동안 소외 4에게 신고 및 대피할 것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면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망인이 맨손으로 소외 2의 공격행위에 맞서더라도 소외 2를 제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소외 2의 주의를 적절히 끌면서 소외 2의 공격행위가 있음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 상황임을 알리는 것은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소외 2의 공격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구조행위로 보이는 점, ④ 망인이 12번 진료실을 나와 소외 2에 의해 이 사건 범행을 당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1초에 불과하여 그 시간에 다른 방식의 구조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앞서 본 구조행위는 당시 주어진 상황에서 의사인 망인에게 기대 가능한 최선의 행동으로서 직접적·적극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나) 설령 망인의 행위를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구조행위에 해당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앞서 든 사정에 의하면 망인이 구조행위를 개시한 직후 이 사건 범행을 당하여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와 밀접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련 법령: 생략

판사 이상훈(재판장) 이강호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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