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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1995. 4. 7. 선고 94노738 판결 : 상고
[중상해 ][하집1995-1, 510]
판시사항

상해의 고의만 있는 경우, 중상해죄의 성립 여부

판결요지

가해행위시에 중상해의 고의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상해의 고의만 있었더라도 그 가해행위로 인하여 중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중상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인정되는 한 중상해죄의 죄책을 진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전병무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 제1점의 요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게 된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업무협조 문제로 시비 중 무의식중에 결재판을 손에 든 채 삿대질을 한다는 것이 실수로 결재판의 끝부분이 피해자의 눈에 닿은 것이거나,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의사가 없이 피해자의 태도가 어이없다는 의사표시로 결재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한 번 툭 친다는 것이 피해자가 이를 피하면서 결재판이 눈을 스쳐 실명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상해의 고의가 없었고, 가사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체가 불구에 이르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중상해의 고의나 이에 대한 예견가능성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피고인이 판시 중상해죄를 저질렀다고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것이므로 보건대, 가해행위시에 중상해의 고의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상해의 고의만 있었더라도 그 가해행위로 인하여 중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중상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인정되는 한 중상해죄의 죄책을 진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4. 7. 15.자로 (근무처명칭 일부 생략) 정책기획부 국제협력실 여권업무담당으로 인사이동이 된 지 얼마되지 아니하여 업무파악이 미숙하므로 피해자에게 피고인 대신 서울의 미국대사관에 가서 동료직원의 비자를 받아다 줄 것을 애원하다시피 계속 부탁하였으나, 피해자가 업무인수인계는 이미 끝났고 자신은 바쁘다며 총무과장에게 물어보라는 등으로 이를 끝내 거절하여 서로 언성이 높아지게 되자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홍보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피해자가 그 곳 소파에 앉으려고 하는 순간 피해자의 비협조적이고 무성의한 태도에 하도 화가 난 피고인이 탁자 위에 놓아 두었던 가로 25. 5cm 세로 35. 5cm의 직사각형 모양의 결재판을 오른손에 들고 피고인의 얼굴부분을 가격하자 피해자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위 결재판에 왼쪽 눈부위를 맞아 안구가 파열되어 실명되는 중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의 가격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왼쪽 안구가 파열된 점에 비추어 피해자는 결재판의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에 눈부위를 맞은 것으로 보이고, 위 상해의 부위 및 정도의 점에다 위에서 본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단순히 삿대질을 하였다거나, 결재판으로 피해자를 한 번 툭 치는 정도가 아니라 형법상 위법성을 띠는 유형력을 행사할 의사에 기하여 강도 높은 가격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또 사람의 머리나 얼굴 부분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고 위험한 부분으로서 이 부분에 대한 가격으로 생명 신체에 큰 위해가 야기될 수 있음은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는 바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 부분을 결재판의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으로 상당한 강도로 가격하였다면 가사 피해자의 왼쪽 눈 부분을 직접 겨냥하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중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도 할 수 없다 할 것인바,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판시 행위를 중상해죄로 의율한 것은 정당하므로 위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인의 항소이유 제2점은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고, 검사의 항소이유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것이므로 보건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왼쪽 안구가 실명되는 중상을 입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은 인수인계한 업무에 관한 협조 문제로 피해자와 시비 중 화가 나 피해자의 눈 부위를 결재판으로 때려 상해를 입힌 것으로서 우발적이고, 피고인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기소유예처분 또는 벌금형을 3회 받은 외에는 전과가 없는 자로서, 피해자에게 피해를 변상하고 원만히 합의하였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근무하던 직장에서 퇴직당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 점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기준이 되는 모든 조건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위 항소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연태(재판장) 윤병구 박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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