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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11. 25. 선고 98헌마55 결정문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부칙 제12조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장○영 외 3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한 결

담당변호사 하승수 외 7인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은행에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예금주들인 바,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부칙 제12조가 종래 부분적으로 실시되던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세율을 15%에서 20%로 상향조정하자,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금융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증가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여 1998. 2.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위 법률 부칙 제12조 전체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의 청구이유의 요지는 결국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하면서 그 세율을 인상한 것이 위헌이라는 것인 바, 부칙 제12조 중 이와 직접 관련되는 제1항과 제2항에 대하여서만 심판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1997. 12. 31. 법률 제5493호로 제정된 것)부칙 제12조 제1항,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조항인지의 여부이다.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부칙 제12조(금융자산소득에대한 과세특례)①1998년 1월 1일이 속하는 과세기간부터 소득세법 제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금액은 동조 제2항의 종합소득과세표준의 계산에 있어서 이를 합산하지 아니한다. 다만, 소득세법 제14조 제4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소득금액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소득세법 제129조 제1항 제1호 가목·다목 및 동항 제2호에 규정하는 원천징수세율은 동 규정에 불구하고 100분의 20으로 한다. 다만, 1997년 12월 31일 이전에 발생한 이자소득 또는 배당소득(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종합소득과세표준의 계산에 있어서 합산하지 아니하는 것에 한한다)으로서 당해 소득의 수입시기가 1998년 1월 1일 이후에 속하는 것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은 100분의 15로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금융소득에 대하여 분리과세를 취하고 있는 현행법상으로는 금융기관의 원천징수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종결되는바, 원천징수행위를 법률에 기한 집행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별도의 집행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금융기관에 의한 이자소득세의 원천징수행위를 구체적인 집행행위라고 보더라도, 세무행정청이 원천징수 소득세를 수납하는 행위나 금융기관이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직접 심판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2)본래 소득세의 경우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구조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자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는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조세의 형평을 저해한다. 금융소득분리과세제도는 기본적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으로부터 더 많은 소득세를 거두어, 고소득층과 국가가 나누어 갖는 효과를 가져오는 역진적인 조세제도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득분배상태를 악화시키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입법조치로서, 부익부 빈익빈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반하는 것이다.

(3)금융소득분리과세제도하에서는 같은 소득계층이라도 이자소득의 비중에 따라 소득세부담이 달라지게 되는 바, 저소득층 납세자간에 단순히 이자소득의 비중이 다르다고 하여 세부담이 달라지는 것은 특정의 납세자를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어서 조세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저소득층 중 이자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4)금융소득분리과세제도에 의하면, 다른 소득은 전혀 없고 단지 이자소득만 10만원이 있는 사람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최저한의 생활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도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권을 침해한다.

(5)금융소득분리과세의 문제점은 세금우대저축이나 비과세저축의 도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자저축을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 소득수준의 제한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세금우대혜택이나 비과세혜택도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받게 되고,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혜택이 없거나 극히 적은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소득분배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역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나.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1)금융기관을 상대로 원천징수된 소득세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등의 절차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직접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분리과세가 역진적이며 부익부 빈익빈을 지향하기 때문

헌법 제119조 제2항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위 헌법조항은 경우에 따라 상충될 수도 있는 가치인 국민경제의 성장·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조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경제여건에 따라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는 변경될 수 있다. 이자·배당소득을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달리 취급하는 것은 국가의 조세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소득의 재분배효과와 함께 경제사정,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결정할 사항이며, 누진세구조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러한 조세체계를 위헌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는 나라마다 각각 그 체계를 달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오스트리아, 이태리 등은 분리과세제도를 취하고 있고, 프랑스, 벨기에 등은 납세자로 하여금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은 금융소득에 대하여 종합과세를 하고 있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은 IMF 외환위기등 최근의 당면한 경제·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자·배당소득에 대하여 분리과세로 다시 전환하고 원천징수세율도 15%에서 20%로 환원한 것으로서, 이는 입법당시의 경제위기, 금융시장불안 등 제반경제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며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혜택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4)현재 중산층 이하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소득세가 비과세되거나 저율로 과세되는 여러 가지 세금우대 저축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원천징수세율은 1998년부터 15%에서 20%로 인상되었으나, 세금우대저축의 세율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세금우대저축의 가입자는 원천징수세율 인상전인 1997년과 마찬가지로 소득세를 부담하지 아니하거나 저율로 부담하고 있다. 세금우대저축 중에는 예컨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우대저축이나 농어민이나 지역 영세민 등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새마을금고 예탁금 등과 같이 저소득층만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저축이 있기 때문에, 세금우대저축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저소득층과 중산층 중 이자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세금우대저축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3. 판 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여부에 관한 판단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하므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직접성의 요건이 결여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 판례집 4, 813, 82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대하여 분리과세를 도입하고 20%의 세율로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물론,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는 분리과세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원천징수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없이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세액이 자동적으로 확정되고, 원천징수의무자인 금융기관은 이와 같이 자동적으로 확정되는 세액을 수급자로부터 징수하여 과세관청에 납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원천징수행위의 특성상, 금융기관이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행위나 세무관청이 원천징수된 소득세를 수납하는 행위를 집행행위로 볼 수 없

으므로, 원천징수행위를 법률에 근거한 집행행위로 볼 수 없다. 설사 원천징수행위를 구체적인 집행행위로 본다 하더라도, 원천징수행위는 법령에 규정된 징수 및 납부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여 쟁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과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대법원 1990. 3. 23. 선고 89누4789 참조).

재정경제부장관은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절차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원천징수행위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어서 공권력의 행사를 직접 대상으로 한 권리구제절차라고 할 수 없으므로 국민에게 그와 같은 우회적인 구제절차를 밟도록 요구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는 법률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사 집행행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다만 기본권침해를 당한 자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헌재 1992. 4. 14. 90헌마82 , 판례집 4, 194, 202),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직접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목적

(가) ‘금융소득종합과세’라 함은,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과 같이 금융거래를 통하여 획득한 소득을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등과 합산하여 총소득을 산정한 뒤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금융소득과 기타 소득을 분리하여 과세하는 방식을 ‘금융소득분리과세’라 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소득을 종합소득, 퇴직소득, 산림소득, 양도소득으로 분류하여(소득세법 제14조 제1항, 제92조)모두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소득세법 제55조, 제104조). 그러나 금융소득은 종합소득에서 분리하여 과세하면서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유일한 소득이다.

정부는 조세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1996. 1. 1.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부부의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소득규모에 따라 10~4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4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과거 금융소득에 적용하던 20%의 세율을 하향 조정하여 일률적으로 15%의 소득세만 내도록 하였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IMF 체제로 들어서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실시한지 2년만에,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계속적인 시행을 유보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정·시행된 1997. 12. 31.부터 금융소득분리과세가 다시 도입되고 원천징수세율도 15%에서 20%로 환원되었다. 1998. 9. 16. 법률 제5552호로 소득세법이 개정됨에 따라 원천징수세율을 20%로 정한 부칙 제12조 제2항은 삭제되고 대신 소득세법 제129조 제1항 1호 다목에 의하여 이자소득에 대한 세율이 22%로 인상되었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당시, 우리나라는 IMF라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긴박한 비상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입법자는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실시하는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 금융거래·주식시장 및 투자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국민경제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하에, 공평과세의 관점보다는 경제의 안정과 회복에 우선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비록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장기적으로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공평과세에 기여하는 조세제도라 하더라도 그 시행을 일단 유보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2) 조세평등주의의 위반여부

(가)조세평등주의라 함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규정된 평등원칙의 세법적 구현으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상응하여 공정하고 평등하게 할 것을 요구하며 합리적인 이유없이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헌재 1997. 10. 30. 96헌바14 , 판례집 9-2, 454, 463).

조세평등주의가 요구하는 이러한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또는 응능부담의 원칙)은 한편으로 동일한 소득은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과세될 것을 요청하며(이른바 ‘수평적 조세정의’), 다른 한편으로 소득이 다른 사람들간의 공평한 조세부담의 배분을 요청한다(이른바 ‘수직적 조세정의’).

그러나 이러한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이라 하여 예외없이 절대적으로 관철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납세자간의 차별취급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할 것이다. 세법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관하여 입법자에게는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며, 더욱이 오늘날 조세입법자는 조세의 부과를 통하여 재정수입의 확보라는 목적 이외에도 국민경제적, 재정정책적, 사회정책적 목적달성을 위하여 여러 가지 관점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독 금융소득에 대해서만은 분리과세방식을 취하여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필요경비나 공제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득의 다과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며, 종합과세를 할 경우 면세점 이하에 해당할 납세자도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담세능력의 원칙은 소득이 많으면 그에 상응하여 많이 과세되어야 한다는 것, 즉 담세능력이 큰 자는 담세능력이 작은 자에 비하여 더 많은 세금을 낼 것과, 최저생계를 위하여 필요한 경비는 과세로부터 제외되어야 한다는 최저생계를 위한 공제를 요청할 뿐 입법자로 하여금 소득세법에 있어서 반드시 누진세율을 도입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에 단순비례하여 과세할 것인지 아니면 누진적으로 과세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정책적 결정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한다고 하여 담세능력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한편, 분리과세하에서는 저소득층의 경우 동일한 소득계층에 속하는 납세자간에도 금융소득의 비중이 많은 납세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입법자는 IMF라는 절박한 경제위기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시행하기로 정책적 결단을 내린 것이고 이 결정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금융소득의 비중이 많은 납세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헌법상의 경제질서에 대한 위반여부

헌법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제2항에서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경제에 관한 국가의 광범위한 규제와 조정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가 경제영역에서 실현하여야 할 목표의 하나로서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들고 있지만, 이로부터 반드시 소득에 대하여 누진세율에 따른 종합과세를 시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헌법적 의무가 조세입법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입법자는 사회·경제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소득의 재분배라는 관점만이 아니라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는 여러 목표, 예컨대 “균형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 “고용의 안정” 등을 함께 고려하여 서로 조화시키려고 시도하여야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경제상황에 적응하기 위하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무조건적으로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거나 정책적으로 항상 최우선적인 배려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 이전에 소득재분배에 기여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할 수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장기적으로 도입하기로 계획하였으나, 급격한 경제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소득재분배의 관점보다는 국민경제의 안정과 효율성에 우선을 두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국민경제에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일단 유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적정한 소득의 분배”만이 아니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이라는, 경우에 따라 상충할 수 있는 법익을 함께 고려하여 당시의 경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하여 내린 입법적 결정의 산물로서, 그 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자의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두고 헌법상의 경제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은 국민 각자가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경제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납세자가 자신과 가족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하여 꼭 필요로 하는 소득을 제외한 잉여소득 부분에 대해서만 납세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에 대한 과세는 원칙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사회국가원리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담세능력은 최저생계를 위한 소득을 초과해야 비로소 발생한다는 담세능력에 의한 과세원칙의 관점에서도 요청되는 것이다.

입법자는 금융소득을 제외한 다른 종합소득의 경우 다양한 공제가능성을 통하여 최저생계비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아니하고 있으면서, 예외적으로 금융소득에 대해서만 분리과세제도를 하면서 납세자의 최저생계를 고려하는 공제제도를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전체 납세자를 대상으로 금융소득과 다른 소득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소득의 합계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서 그러한 납세자에 대하여 원천징수된 금융소득세를 환급하도록 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돌아가는 실익에 비하여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할 수 있고, 한편으로 입법자가 이미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의 단계적 실시를 통하여 장기적으로는 모든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추진할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 비추어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는 현재의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안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중산층 이하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소득세가 비과세되거나 저율로 과세되는 여러 가지 세금우대 저축제도를 두고 있고(조세특례제한법 제88조 내지 제91조), 특히 근로자우대저축이나 조합·새마을금고 예탁금 등 저소득 근로자, 농어민·지역 영세민 등 조합원만을 가입대상으로 제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저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최저생계비는 과세되어서는 아니된다는 헌법적 요청에 대한 예외를 설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위와 같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사유가 있는 만큼 그로 인하여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평등주의, 헌법상의 경제질서 등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이에 따라 청구인들의 평등권,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

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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