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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0. 6. 29. 선고 98헌바67 판례집 [문화재보호법 제80조 제2항 등 위헌소원 ' (동법 제76조 제1항, 제21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판례집12권 1집 801~81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문화재보호법 제2조 제1항 제2호 중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부분이 불명확하여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지정되지 아니한 유형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에 관하여 국외전시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시적인 국외 반출을 허용하고 그 외에는 국외 수출이나 반출을 금지하는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이라 함은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존하고 활용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가리키고, 그와 같은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그 물건이 지닌 시대성, 희귀성, 예술성 및 화폐단위로 환산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법 제76조 제1항의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범위가 규정되어 있고, 법 제76조 제2항은 문화재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동산을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문화체육부장관의 확인을 받도록 규정하여 문화재의 개념을 오인한 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제거하는 제도적 장치를 하고 있으므로, 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과 다른 조항과의 연관성, 합리적인 해석가능성, 입법기술상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의 반대의견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이라는 용어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는 그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이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있는 것인지, 또 어느 정도로 가치가 큰 것이 비지정문화재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의 법감정을 가진 사람도 어떤 물건이 처벌대상의 비지정문화재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고, 법관의 해석을 통하여서도 그것을 명확히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 제80조 제2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2.문화재를 보존하여 활용하는 데 있어서 굳이 지정여부를 고집하여 그에 따른 차이를 둘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지정되지 아니한 유형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의 무허가 국외 수출 또는 반출을 금지하는 것은 문화재를 보존·활용하기 위한 적정한 방법으로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형사벌을 과하는 것은 금지규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보면 합리성이 인정되고,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아니하므로 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다.

심판대상조문

②제7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거나 반출한 문화재를 다시 반입하지 아니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그 문화재는 몰수한다.

③ 생략

문화재보호법(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정의)① 이 법에서 “문화재”라 함은 다음의 것을 말한다.

1.유형문화재: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

2.~4. 생략

② 생략

문화재보호법(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수출 등의 금지)①국보·보물이나 중요민속자료는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할 수 없다. 다만, 문화재의 국외전시 등 국제적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반출하되, 그 반출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다시 반입할 것을 조건으로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③ 생략

문화재보호법(1982. 12. 31. 법률 제364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76조(수출 등의 금지)① 제21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에 이를 준용한다.

②~③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2. 4. 28. 90헌바27 등, 판례집 4, 255, 268

2.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74

당사자

청 구 인 J. P. 캐롤(Joseph. P. Carroll)

국적 미합중국

대리인 변호사 김성남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98고합427 문화재보호법위반

주문

문화재보호법 제80조 제2항(1982. 12. 31. 법률 제3644호로 전문개정된 것) 가운데 “제7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거나” 부분과 제2조 제1항 제1호(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청구인은 1998. 4. 23. 김포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청자과형매병 등 골동품 14점을 허가없이 국외로 반출하려다가 발각되어 같은 해 5. 21. 문화재보호법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었다. 서울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 문화재보호법 제80조 제2항제76조 제1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같은 해 8. 14. 기각되자 같은 달 27.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청구인은 심판대상으로 문화재보호법 제80조 제2항, 제76조 제1항, 제21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은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의 무허가 수출 또는 반출에 관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은 문화재보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80조 제2항 가운데 “제7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거나”의 부분과 제2조 제1항 제1호(이상 2개 조항을 ‘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다. 심판대상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

법 제80조(무허가수출등의 죄) ① 생략

②제7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거나 반출한 문화재를 다시 반입하지 아니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그 문화재는 몰수한다(1982. 12. 31. 법률 제3644호로 전문개정된 것).

③ 생략

법 제2조(정의)① 이 법에서 “문화재”라 함은 다음의 것을 말한다.

1.유형문화재: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호 내지 4호 생략

② 생략

(2) 관련조항

법 제21조(수출등의 금지)①국보·보물이나 중요민속자료는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할 수 없다. 다만, 문화재의 국외전시 등 국제적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반출하되, 그 반출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다시 반입할 것을 조건으로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1999. 1. 29. 법률 제5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②~③ 생략

법 제76조(수출등의 금지)① 제21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에 이를 준용한다(1982. 12. 31. 법률 제3644호로 전문개정된 것).

②~③ 생략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법률조항 중 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유형문화재를 “건조물, 전적,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라고만 되어있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므로 범죄와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 한편 법 제21조는 지정문화재의 국외 수출 또는 반출을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문화재의 국외전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2년 이내에 다시 반입할 것을 조건으로 허가를 얻어 반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은 법 제76조 제1항에 의하여 비지정문화재에 준용되어 모든 문화재의 국외 반출을 전면금지하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문화재의 개념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의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상물건 등이 갖는 시대성, 희귀성, 예술성 및 가치 등을 통하여 대상물건 등이 문화재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문화재 여부의 판별

이 가능하므로 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비지정문화재 또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지정문화재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문화적, 역사적, 예술적 가치는 존중되어야 하며 헌법상의 문화국가 이념에 비추어 국외전시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시적인 국외 반출을 허용하고 그 외에는 문화재의 국외 수출이나 반출을 금지하는 것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문화관광부장관 및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우리 헌법전문 첫머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이라는 표현과 총강 제9조가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헌법상 문화의 범주에 포함되는 기본내용을 규정한 것이고,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한다(제69조)는 구절을 둔 것은 문화국가의 실현이 국가적 의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민족문화의 창달은 우리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에 대한 자부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고,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깊은 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일제식민통치와 6·25사변을 겪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격동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문화재의 보존·활용에 대한 인식 부족은 여전하여 문화재의 파괴·유실 및 국외 유출은 끊이지 아니하였다.

이 법률조항은 법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유형문화재(이하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라 한다)를 허가없이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를 보존·활용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법 제1조 참조).

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죄형법정주의는 법률이 처벌하려는 행위와 그에 대한 형벌을 예견할 수 있게끔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처벌규정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의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헌법은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처벌규정이라고 할지라도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 일반적인 용어사용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이렇게 사용된 용어가 당해 법률의 제정목적과 다른 조항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서 명확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되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헌재 1992. 4. 28. 90헌바27 등, 판례집 4, 255, 268 참조).

(1)이 법률조항 가운데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이라는 표현은 해석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법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유형문화재’(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가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는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라 함은 법으로 보호를 받거나 받아야 하는 나라의 문화적 유물이라는 것이 사전적 뜻풀이다. 그런데 법으로 보호하거나

보호할 문화에 관한 소산(유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입법형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비교법으로 본 문화재의 개념도 ① 열거하는 방법, ② 개괄적 지정방법, ③ 특별 지정방법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문화재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개괄적 지정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가)법에 의하면, “문화재”를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및 민속자료로 구분하고, 유형문화재는 “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 무형문화재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 기념물은 “패총·고분·성지·궁지·요지·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로서 역사상·학술상 가치가 큰 것과 경승지로서 예술상·관상상 가치가 큰 것 및 동물(서식지·번식지·도래지를 포함한다)·식물(자생지를 포함한다)·광물·동굴로서 학술상 가치가 큰 것”, 민속자료는 “의식주·생업·신앙·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관습과 이에 사용되는 의복·기구·가옥 등으로서 국민생활의 추이를 이해함에 불가결한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제2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 다른 한편으로, 법은 문화재 중 “지정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로 구분하고, 국가지정문화재는 “문화체육부장관이 제4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한 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가 제5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한 문화재”, 문화재자료란 “국가지정문화재 또는 시·도지정문화

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시·도지사가 제5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한 문화재”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항).

(나)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유형문화재의 개념에 시간적 요소를 첨가하는 방법과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등록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유형의 문화적 소산이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대를 대표할 만한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시간적 요소와는 상관없이 문화재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한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시간적 요소의 추가는 기준시점 설정(예컨대, 일제식민 통치가 시작된 1910년이나 6·25사변이 일어난 1950년 등)의 어려움 외에 대상물건의 성질에 따라 그 물건을 만든 시기의 확정에도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 방법이 반드시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다음, 등록제는 문화재 소장자가 자발적으로 등록을 하여야만 실효성이 보장되는데 등록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그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구법(1962. 1. 10. 법률 제961호로 제정되고 1970. 8. 10. 법률 제2233호로 개정된 것) 제41조의6, 제70조에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등록제를 도입하여 이에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까지 두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여 1982. 12. 31. 법률 제3644호로 전문개정 당시 해당 조항을 폐지한 사실로써도 알 수 있듯이, 등록제 또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이라 함은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기하고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를 보존하고 활

용할 가치가 있는 유형의 문화적 소산을 가리키고,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 역시 위와 같은 보존·활용의 가치가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존·활용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그 물건이 지닌 시대성, 희귀성, 예술성 및 화폐단위로 환산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판단하는 바에 의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필요한 경우에는 감정도 할 수 있다)에 의하여 그 물건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치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따라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는 법에서 규정한 대로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지 아니한 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 중 동산인 것’을 뜻한다고 말할 수 있고, 나아가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이라는 용어는 문의(文意) 그대로 해석하여 대상물건이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만을 가리키므로 가치가 크지 아니하면 역사성과 예술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범주에서는 일단 제외되는 것이다.

(라)더욱이 법 제76조 제1항의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는 법 시행령(제44조)과 법 시행규칙(제51조)에 구체적인 범위가 규정되어 있고, 법 제76조 제2항은 “문화재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동산”을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문화체육부장관의 확인을 받도록 하였는데(문화재감정관실이 각 공항과 항만에 설치되어 있어 출국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문화재로 오인한 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결론적으로, 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과 다른 조항과의 연관성, 합리적인 해석가능성, 입법기술상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다.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 여부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중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다(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74).

(1)법은 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지정문화재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조 내지 제7조, 제13조, 제55조). 그러나 문화재를 소장하는 자는 도난의 우려 또는 정부에 의한 관리·감독의 기피로 공개를 주저하고 그 위에 매장문화재의 도굴, 문화재의 은밀한 거래 등으로 인하여 문화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법이 규정하는 문화재의 지정도 이미 공개된 문화재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 중에는 지정문화재보다 역사상 또는 예술상의 가치가 더 큰 것도 있을 수 있다. 문화재의 지정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공개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언젠가는 지정문화재로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모든 문화재를 보존하여 활용하는 데 있어서 굳이 지정여부를 고집하여 그에 따른 차이를 둘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를 보존·활용하려는 이 법률조항의 목적의 정당성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2)문화재는 그 사회의 문화적 풍토와 역사적 전통을 배경으로 하여 형성되는 것이어서 원래의 장소에 있을 때에 역사적·문화적·예술적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것이고, 그 장소를 떠나서는 의미와 가치가 반감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재가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되면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여 이를 보존·활용할 수 없게 되고 일단 수출 또는 반출된 것은 사실상 반입이 어려운 것이므로, 대부분의 국가들도 그 보호의 대상 및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문화재의 국외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무허가 국외 수출 또는 반출을 금지하는 것은 문화재를 보존·활용하기 위한 적정한 방법으로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형사벌을 과하는 것은 금지규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보면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3)법이 위와 같이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국외 수출 또는 반출을 금지하면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국외전시 등 국제적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반출하는 것은 2년 이내에 다시 반입할 것을 조건으로 국외반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2년의 범위 안에서 기간연장을 허용하는 것은(법 제76조 제1항, 제21조 제1항, 제2항), 문화재의 국제적 교류를 통해 법의 제정목적의 하나인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문화재의 보존·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무허가 국외 수출 또는 반출을 금지함으로써 소유자 등이 입게 될 불이익과 이를 금지하여 문화재를 보

존·활용하는 공익을 비교하면 후자의 이익이 더 크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다.

라. 법정형의 적정 여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떤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분야이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1)어떤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은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의 이념에 합치되지 아니할 정도로 심히 부당한 경우가 아니면 헌법재판소가 관여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법률조항은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하게 일탈하여 헌법재판소가 관여하여 위헌이라고 단정할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다만, 범죄에 대한 형벌은 행위의 불법내용과 책임의 정도와의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법정형은 법관에게 각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맞추어 형을 선고할 수 있게끔 재량의 여지가 주어져야 한다.

이 법률조항의 대상물건인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는 성질상 다종 다양하고 거기에다 요건면에서는 시대성, 희귀성, 예술성까지 겹쳐 있으므로 물건에 따라서는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물론 금전으

로 환산한 가액 또한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별적인 특수성을 무시한 채 법정형은 일률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해당 문화재는 몰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형종선택의 여지도 없이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설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관의 양형재량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없는데도 작량감경을 강요당하며 심지어 적정형량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론 때문에 실형선고를 주저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법정형의 설정은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여야 할 헌법적 제약의 한계선상에 있어 형벌개별화의 실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을 제외한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 제80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우리 헌법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여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하고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법 제76조 제1항은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법 제80조 제2항은 이에 위반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그 문화재는 몰수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유형문화재는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무엇이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인가는 처벌법규인 법 제80조 제2항의 구성요건의 핵심이다.

그런데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이라는 용어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는 그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이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있는 것인지, 또 어느 정도로 가치가 큰 것이 비지정문화재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의 법감정을

가진 사람도 어떤 물건이 처벌대상의 비지정문화재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고 법관의 해석을 통하여서도 그것을 명확히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를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는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 제80조 제2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다.다수의견은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 이라 함은 ‘보존하고 활용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가리키고 그와 같은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그 물건이 지닌 시대성, 희귀성, 예술성 및 화폐단위로 환산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고,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은 가격에서 차이가 나므로 판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존하고 할용할 가치가 있는 것’ 인지 여부도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기는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아무리 시대성, 희귀성, 예술성 및 화폐단위로 환산된 가치나 거래가격 등을 고려한다 하여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통하여 어떤 물건이 처벌대상이 되는지를 판별할 수 없고 법관의 해석을 통하여도 그것을 판별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그것을 법관의 해석에 맡긴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법 제76조 제1항의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범위가 규정되어 있고, 법 제76조 제2

항은 문화재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동산을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문화체육부장관의 확인을 받도록 규정하여 문화재의 개념을 오인한 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제거하는 제도적 장치를 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에서 비지정동산유형문화재의 구체적 범위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바가 없으므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구체적 범위가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 법률자체의 불명확성이 치유될 수는 없다.

그리고 죄형법정주의는 법률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처벌의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그 규정내용을 알고 그에 따라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여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어떤 물건을 반출 또는 수출하기 전에 미리 문화체육부장관의 확인을 받도록 한 규정이 있다고 하여 구성요건의 내용이 불명확한 법 제80조 제2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주심)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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