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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62554 판결
[손해배상][공2015상,614]
판시사항

갑 학교법인이 학생 을 등에 대하여 교수들을 감금하였다는 이유로 종전 출교처분을 한 때부터 퇴학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 결정된 때까지 소급하는 무기정학처분을 하였는데, 무기정학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되자 을 등이 갑 법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무기정학처분이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서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학교법인이 학생 을 등에 대하여 교수들을 감금하였다는 이유로 종전 출교처분을 한 때부터 퇴학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 결정된 때까지 소급하는 무기정학처분을 하였는데, 무기정학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되자 을 등이 갑 법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의 행위가 중대하고도 심각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무기정학처분이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서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갑 법인이 무기정학처분을 한 것은 을 등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2인)

원고, 상고인

원고 4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학교법인 ○○중앙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고현철 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4, 5와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4, 5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학생에 대한 징계가 징계 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학업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20007 판결 등 참조).

다만 학교가 그 징계의 이유로 된 사실이 퇴학 등의 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징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징계는 그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그 학생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사립학교법에 의해 설립된 학교법인으로 ○○대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원고들은 2006. 4.경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는데, 원고 2는 2008. 8.경, 원고 1, 3은 각 2009. 2.경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2) 2006. 4. 4.부터 2006. 4. 6.까지 실시된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대학교 보건과학대학으로 통합된 ‘구 ○○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2, 3학년 학생들에게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및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선거운동본부 소속 학생들과 피고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였다.

(3)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와 원고들을 포함한 선거운동본부 학생들은 2006. 4. 5. 보건대학 2, 3학년 학생들에 대한 투표권 인정 요구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대학교 본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교무위원회에 참석한 학생처장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대학교 본관을 방문하였다.

(4) 원고들을 포함한 학생들은 학생처장에게 위 문서의 수령과 대화를 요구하였으나 학생처장은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하였고, 그 후 원고들을 포함한 학생들은 학생처장에게 위 문서를 수령할 것을 요구하면서 학생처장을 포함한 교수들이 이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다음 날까지 약 15시간 동안 본관 2, 3층 계단 사이의 공간에 처장단 교수들을 이동 및 출입을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강제 감금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금행위’라고 한다).

(5) 피고는 2006. 4. 17. 이 사건 감금행위와 관련된 학생 19명을 출석시켜 학생상벌위원회를 개최한 후 상벌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7명에 대하여는 견책 1주일, 5명에 대하여는 유기정학 1개월, 원고들을 포함한 7명에 대하여는 출교처분을 하기로 의결하고, 2006. 4. 19. 원고들에게 각 출교처분(이하 ‘이 사건 출교처분’이라고 한다)을 통보하였다.

(6) 이에 원고들은 2006. 7. 28. 이 사건 출교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합64837호 로 출교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07. 10. 4. 이 사건 출교처분은 원고들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고 피해자인 학생처장 등이 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징계사유는 존재하나 그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피고가 2006. 4. 19. 원고들에게 한 각 출교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 2007나104555호 로 항소를 제기하자, 원고들은 2007. 11.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카합3380호 로 이 사건 출교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08. 1. 28. 위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으며, 피고는 2008. 3. 2. 항소를 취하하였다.

(7) 한편 피고는 위 판결 선고 후 원고들에 대한 징계를 재심의하기로 결정하고 2007. 12. 13. 14:00부터 22:50까지 학생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그 자리에 출석한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감금행위와 관련한 소명을 들었다. 그 후 피고는 2008. 1. 21. 학생상벌위원회의 이름으로 원고들에게 2008. 2. 9.까지 이 사건 감금행위에 대한 사과 또는 반성을 공개적으로 할 것을 요구하는 권고문을 발송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2008. 2. 5. 사과와 반성을 하는 것은 이 사건 감금의 원인과 책임을 모두 원고들에게 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사과와 반성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8) 피고는 2008. 2. 12. 위원 17명 중 12명이 출석하고 1명이 위원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가운데 학생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참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원고들에 대하여 각 퇴학처분을 하되, 원고들이 분명한 반성, 사과 및 재발 방지를 내용으로 하는 사과문을 첨부한 경우에 한하여 재입학 논의를 한다는 내용으로 징계를 의결하고, ○○대학교 총장은 2008. 2. 14. 원고들에게 각 퇴학처분(이하 ‘이 사건 퇴학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으며, 이는 2008. 2. 15. 원고들에게 각 통지되었다.

(9) 이에 원고들은 2008. 2. 27. 위 퇴학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카합669호 로 이 사건 퇴학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8395호 로 퇴학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2008. 3. 17. 위 가처분신청에 대하여 인용 결정이 내려졌고, 위 퇴학처분무효확인의 소에서도 2009. 1. 21. 이 사건 퇴학처분은 징계사유와의 합리적 균형을 잃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된 이유로 원고들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피고는 이에 항소하지 않아 위 판결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10) 피고는 다시 원고들에 대한 징계 재심의를 위해 2009. 3. 27. 16:00부터 19:00까지 학생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감금행위 등에 관한 개괄적인 소명을 들은 후, 학생상벌위원회 위원 17명 중 9명이 출석하고 6명이 위원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가운데, 이 사건 출교처분을 하였던 2006. 4. 19.부터 원고들에 대하여 무기정학처분을 하는 것에 대하여는 참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위 무기정학처분을 이 사건 퇴학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 결정된 2008. 3. 17.에 해제하는 것에 대하여는 참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각 의결하고, ○○대학교 학생상벌위원장은 2009. 4. 13.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각 무기정학처분(이하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11) 이에 원고들은 2009. 6. 11. 위 무기정학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65947호 로 무기정학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0. 9. 1. 원고 1, 2, 3에 대하여는 위 원고들이 무기정학처분 당시 이미 졸업하여 ○○대학교 학생의 지위에 있지 않았음에도 무기정학처분을 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 4, 5에 대하여는 무기정학처분 자체는 적정하나 무기정학처분의 효력을 처분일 이전부터 소급하여 발생하도록 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들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피고가 이미 졸업을 하여 학생 신분을 갖지 않은 원고 1, 2, 3에 대하여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을 한 것은 징계처분을 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출교, 퇴학이라는 극단의 징계가 모두 무효가 된 이후 징계 대상도 아닌 위 원고들에게 다시 무효인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를 하게 된 것으로서, 피고의 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원고 1, 2, 3과의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위 사실관계와 기록상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은 학생처장이 학생들의 요구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수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집단적 위세를 동원하여 피고 소속 처장단 교수들을 본관 2층과 3층 사이의 좁은 공간에 약 15시간 동안 강제로 감금하였고, 이는 그 소속 대학의 학문적 스승이자 대학사회의 공동구성원인 교수들을 상대로 집단적 위세를 동원한 감금행위를 통하여 무리하게 그 의사를 관철하고자 한 행위로서 대학사회의 지적, 도덕적, 민주주의적 건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이므로, 원고들의 행위는 중대하고도 심각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점, ②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의 내용은 이미 졸업한 원고 1, 2, 3뿐만 아니라 졸업하지 아니한 원고 4, 5의 경우에도 이미 경과한 기간, 즉 원고들이 이 사건 출교처분으로 인하여 학생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정지되어 사실상 불이익을 받은 2006. 4. 19.부터 퇴학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 결정된 2008. 3. 17.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만 무기정학처분을 한 것인 점, ③ 이처럼 피고는 위 가처분 이후에 원고들이 대학을 다니면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도 유효하게 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을 한 것으로서, 원고들에게 새로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닌 점, ④ 피고로서는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을 통상적인 징계처분이 아니라 이 사건 감금행위가 무기정학처분 상당의 처분을 받을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는 처분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이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서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을 한 것이 원고 1, 2, 3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정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출교처분 및 퇴학처분은 원고들에게 그 징계사유가 명백히 인정되고, 징계규정에 따라 징계절차가 이루어진 이상 징계양정 등이 위법하여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출교처분 및 퇴학처분이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원고 4, 5에게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을 한 것도 징계처분을 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나 그 밖에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 등이 없다.

나. 한편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고 1, 2, 3에 대한 이 사건 무기정학처분으로 인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심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원고 1, 2, 3의 상고이유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 4, 5와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4, 5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 김신 권순일(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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