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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청주지방법원 2018.11.8. 선고 2018노617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건

2018노617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청아(기소), 이영화(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혜은(국선)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18. 5. 31. 선고 2017고단2284 판결

판결선고

2018. 11. 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9. 4. 11:40경 B 엑스트랙 승용차를 운전하여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광혜원산단길 112 소재 사거리 교차로(이하 '이 사건 교차로'라 한다)를 공단관리사무소 방면에서 C식당 방면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바, 그곳은 신호등이 없고 교통정리도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 사거리 교차로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며,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일시정지하는 등으로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우측을 주시하지 않고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한 과실로, 위 교차로를 피고인 진행방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던 피해자 D(82세) 운전의 E 오토바이 앞부분을 위 승용차 조수석 뒷문으로 들이받아 위 피해자로 하여금 2017. 9. 5. 00:49경 충북 진천군 F 소재 G병원에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교차로 진입 직전에 일시정지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31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통행방법을 준수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의 오토바이보다 이 사건 교차로에 먼저 진입하였다거나 피고인 차량의 속도보다 피해자 오토바이의 속도가 더 빨랐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의 오토바이보다 교차로에 먼저 진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오토바이 속도가 피고인의 차량 속도보다 빨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교차로 진입 직전에 일시정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의 충돌을 막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의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인이 일시정지하지 않은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금고 6월, 집행유예 2년 및 수강명령 4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4. 당심의 판단

가. 관련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46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비록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31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의무를 준수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한 사실은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 운전의 차량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 시속 약 33km의 다소 느린

속도로 서행하며 피해자 운전의 오토바이보다 먼저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였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교통사고분석 감정서, 공판기록 제42쪽부터 제51쪽까지).

②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2017. 9. 4. 11:40경으로 밝은 대낮이었던데다가 사고 당시 CCTV영상에 비추어 보더라도 시계(視界)를 방해할만한 다른 요소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 역시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미 피고인의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시속 약 45km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피고인 운전의 차량보다 뒤늦게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였고(즉, 피해자는 도로교통법 제26조 제1항 내지 제2항의 교통정리가 없는 교차로에서의 통행방법을 위반하여 오토바이를 운전한 셈이다), 그로 인해 오토바이 앞 부분으로 피고인의 차량 조수석 뒷문을 들이받게 되었다.

도로교통법 제31조 제2항 제1호는 '차의 운전자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아니하고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위와 같은 교차로의 경우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차의 운전자로 하여금 먼저 일시정지하여 좌우를 살핀 다음 교차로에 안전하게 진입하게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더 나아가 자신보다 뒤늦게 교차로에 도달한 차량이 도로교통법 제26조에서 정한 교차로에서의 통행방법을 무시한 채 비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상황까지 대비하여 일시정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⑤ 무엇보다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보다 뒤늦게 이 사건 교차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차량보다 빠른 속도로 이 사건 교차로를 통행하려고 하였던 이상 설령 피고인이 일시정지한 다음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 소결론

따라서, 위와 같이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은 바, 이는 제4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묵

판사 강경묵

판사 윤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