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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의정부지법 2015. 10. 14. 선고 2014노2767 판결

[업무상과실치사] 확정[각공2016상,118]

판시사항

요양원 운영자 피고인 갑과 요양보호사 피고인 을이,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노인 병이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식사 현장을 떠나는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하여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그 결과 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요양원 운영자 피고인 갑과 요양보호사 피고인 을이,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노인 병이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식사 현장을 떠나는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하여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사안에서, 병은 폭력성 치매 증상으로 노인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후 혼자 거동을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없고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요양원에 입소하였고, 사고 발생 약 두 달 전부터 폐렴 증상으로 통원치료를 받을 당시 작성된 진료기록지에 ‘사레가 자주 들린다고 함, 혼자서는 식사 못한다고 함’이라는 기재가 있는 점,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노인의 경우 식사를 할 때 유사한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요양원 종사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로서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그 결과 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검사

곽계령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고조흥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가. 피해자가 중증의 치매 환자로서 평소 당뇨, 고혈압, 간질환, 심방세동, 폐렴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이 사건 사고 전날에도 열 감기 증세를 보이는 등 몸이 현저히 쇠약해진 상태였는바, 사인이 된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색’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피고인들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다.

나. 피고인 2는 이 사건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피고인 1을 포함한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에게 식사 제공 시 지켜야 할 수칙이나 응급처치요령 등에 대하여 충분히 교육하였고, 입소자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등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시설 기준을 준수하였으며, 수시로 입소자들의 생활 상태를 관찰하는 등 요양원 운영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 피고인 1은 사고 당일 피해자에게 밥을 떠먹이던 중 피해자가 기침을 하여 평소와 같이 등을 3~4차례 두드려주니 곧 안정을 찾았고 그때 다른 입소자가 피고인을 찾기에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다. 그 후 피해자에게 돌아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서는 다른 요양보호사와 함께 ‘하임리히법’을 시도하면서 석션기를 사용해 기도 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한편 119에 신고를 하여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케 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식사 과정이나 응급조치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로서의 능력 범위 내에서 최선의 조치를 취하였다.

피해자의 세기관지에 밥알이 들어간 상황은 피해자의 기존 병력으로 인한 결과로서 피고인이 함께 자리를 지키면서 식사를 시켰더라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세기관지에 밥알이 들어간 이상 피고인이 자리를 비운 3분 42초의 시간 동안 지체됨이 없이 바로 응급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망의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1) 피고인들이 이미 피해자가 사레가 잘 들리고 작은 음식을 주거나 천천히 음식을 주어도 기침을 한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점, (2) 피고인 2가 이 사건 요양원에 법정 숫자의 요양보호사를 채용하기는 하였지만 이들을 3교대로 근무하게 한 관계로 실제로는 법규에서 요구하는 숫자보다 부족한 요양보호사들만이 배치되어 피해자를 포함한 노인들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없는 상태에서 식사 제공이 이루어진 점, (3) 노인들을 한군데 모아 놓고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돌보는 상태에서 식사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고 그럼에도 피고인 2가 이와 같은 자신의 지시사항의 위반 여부를 직접 점검하지 않았던 점, (4) 피고인 1은 피해자가 식사 도중 밥이 걸려 사레가 들렸으면 그 후 완전히 회복되었는지를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단지 등을 몇 번 두드려주고 잠시 기침을 멈추었다는 이유로 만연히 자리를 이탈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그 결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와 다른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해자는 2008년경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이래 2011. 9.경부터 ‘시온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하였고, 2012. 1.경에는 폭력성 치매 증상을 보여 ‘동두천노인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그 후 혼자서 거동을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없고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2012. 12. 24.경 이 사건 요양원에 입소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약 두 달 전인 2013. 8.경부터 폐렴 증상으로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작성된 진료기록지에는 ‘사레가 자주 들린다고 함, 혼자서는 식사 못한다고 함’이라는 기재가 있다(수사기록 79면).

2) 피해자는 2013. 8.경부터 침을 자주 뱉고 사레도 자주 걸리는 증상을 보였고, 특히 식사 전후로 가래침을 자주 뱉었으며 식사 도중에 이물질이 자주 들려 ‘켁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 사건 요양원의 요양보호사들은 식사 때마다 피해자의 등을 두드리거나 피해자에게 물을 먹이는 방법으로 밥을 떠먹였으며, 한번은 피해자의 목에 손가락을 넣어 음식물을 빼낸 경우도 있었다. 피고인들은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특히 피해자의 딸 공소외 1은 2013. 8.경 ‘의정부성모병원’으로부터 “사레가 들릴 수 있으니 식사할 때 주의하여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이 사건 요양원에 그와 같은 취지를 전달하면서 주의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있다.

또한 요양원에 입소한 치매 노인의 경우 식사를 할 때 이 사건과 유사한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요양원 종사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사실로서(수사기록 280면) 피고인들로서는 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2도 평소 요양원 회의 또는 교육 시 입소자가 음식을 다 먹을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하고, 입소자들을 모두 한방에 모아 식사를 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으나, 실제로 그 지시대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3)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 및 당심 전문심리위원 공소외 2의 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고 발생 초기에 어느 정도의 밥알이 기도 또는 기관지의 어느 위치에 걸렸는지를 비롯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기전(mechanism) 전체가 명백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피해자의 사인이 ‘이물질(밥알)에 의한 기도폐색’인 것은 명백하다.

또한 피해자가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특별히 악화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고, 부검 결과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색’ 외에 피해자의 사망에 직접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질병은 주1) 없다. 따라서 피해자가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색’ 외의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4) 피해자가 그동안 연와장애로 식사에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지만 그때마다 요양보호사가 등을 두드리거나 물을 먹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여 왔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 1이 곁을 떠나기 직전에도 심하게 기침을 하던 상태였고 위 피고인이 떠난 이후 계속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왼쪽으로 젖힌 채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131, 137면), 피고인 1이 식사 중이던 피해자를 떠나 자리를 비운 약 3분 42초는 기침이나 사레 들림이 그 시간 동안 계속될 경우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색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당히 긴 시간인 점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인 1이 피해자의 곁에서 식사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피해자의 반응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였더라면 밥알이 기도를 폐색하여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 다만 피해자가 종전부터 앓고 있던 연와장애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은 인정되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실조회 회보서도 같은 취지이다. 공판기록 28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비록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과실로 초래된 위험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유력한 원인이 된 이상 인과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도83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6)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요양원에는 총 45명의 노인이 입소해 있었고, 총 18명의 요양보호사가 근무하였다(수사기록 171면 이하). 위 요양보호사의 수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가 정한 입소자 2.5명당 1명의 기준을 준수한 것이기는 하나, 실제로는 요양보호사들이 3교대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에는 피고인 1을 포함한 야간조 3명(본래는 4명인데 요양보호사 1명이 주간의 다른 업무 때문에 빠진 상태였고, 피고인 1은 이로 인해 많은 인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버거웠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수사기록 164, 272면)이 요양원 2층에 입소해 있던 노인 35명에게 식사를 제공하였으며, 특히 피고인은 혼자서 피해자를 포함한 16명의 식사를 책임졌다.

이와 같은 요양보호사들의 실제 근무형태를 감안하면 피고인 2가 법정된 수의 요양보호사를 채용하였다는 것만으로 곧 요양원 운영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심각한 연와장애로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그 요양원의 운영자로서는 식사 제공 시 그 전 과정을 관찰하면서 만약에 있을지 모를 비상 상황에 대처할 정도의 인력을 배치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주2)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2는 평소 아침 식사를 담당한 요양보호사가 몇 명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팀장인 공소외 3에게 운영을 맡긴 채, 입소자들을 모두 한군데 모아 놓거나 요양보호사를 더 늘리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비롯한 입소자들의 식사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수사기록 278 내지 281면).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의하여 원심 판결문 기재 범죄사실 10행의 ‘2013. 11. 16. 07:30경’을 ‘2013. 11. 16. 07:41경’으로 주3) 경정한다).

판사 허경호(재판장) 김종신 박가람

주1) 피해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따르더라도, 피해자가 최근 10년간 ‘위염, 본태성 고혈압, 허리 아래 통증,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병, 간질환, 심방세동, 음식 구토물에 의한 폐렴, 흉통, 세균성 폐렴’ 등으로 치료받은 것이 확인될 뿐, 갑작스레 사망할 수 있는 다른 위중한 질병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수사기록 99면 이하).

주2)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5]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운영기준’에 따르면,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장은 입소자에 대한 상시보호를 할 수 있도록 이에 적합한 직원의 근무체제를 갖추어야 하고, 입소자의 건강상태에 유의하여야 하며 건강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치매노인은 치매의 정도에 따라 분리하여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8의 바. (다), (라), (사)항].

주3) 경찰의 CCTV 분석결과에 의하면 피고인 1이 피해자의 곁에서 떠난 시각은 07:41경으로 보인다(수사기록 1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