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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1다68990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4.15.(176),904]

판시사항

부동산중개업자는 완공 전의 아파트에 대한 교환계약을 중개함에 있어 계약서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문의하는 등으로 양도의뢰인이 분양예정자인지를 조사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부동산중개업자가 아파트의 교환계약을 중개함에 있어서 당시 위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이어서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공사계약서나 도급계약서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문의하여 양도의뢰인이 과연 위 아파트의 분양예정자인지, 다른 분양예정자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 확인할 의무가 있고, 그 결과 만일 위 아파트의 분양예정자가 양도의뢰인이 아닌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양수의뢰인에게 이를 고지함으로써 교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박영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일)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박찬운)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장진건설 주식회사는 소외 배두갑 등 16인으로부터 해풍연립재건축공사를 공사대금 약 19억 원에 도급 받아 서울 양천구 신정5동 905의 2 지상에 주상복합건물인 해풍아파트를 건축하였다.

나. 배두갑은 다른 공유자들과 사이에 추첨을 통해 해풍아파트 1001호를 분양받은 후 1996. 6.경 장진건설의 대표이사인 김용호에게 위 아파트 1001호를 매각하여 현금 1억 8,000만 원 이상을 받아 줄 것을 위임하였다.

다. 김용호는 국제공인중개사라는 상호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피고에게 배두갑과의 관계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위 아파트 1001호를 분양 받을 예정인데 매수할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라. 피고는 김용호의 권리를 확인해 보지 않은 채 김용호의 말만 믿고 원고에게, 김용호가 위 아파트 1001호의 소유자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다음, 김용호와 사이에 위 아파트 1001호와 원고 경영의 커피전문점을 교환할 것을 소개하였다.

마. 원고는 1996. 6. 28. 피고의 소개로 김용호와 사이에, 위 아파트 1001호의 가액을 1억 8,000만 원으로 평가하여 김용호로부터 양도받는 대신, 원고가 임차하여 경영하던 파주시 금촌동 소재 커피전문점인 '젊은 나래 호프'의 임차권 및 영업권을 9,000만 원으로 평가하여 김용호에게 양도하고 평가액의 차액 9,0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원고는 김용호에게 위 교환계약상의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바. 김용호는 위 아파트에 대한 준공검사 지연 등을 이유로 그 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지체하던 중 1996. 12. 19. 위 아파트에 관하여 배두갑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는데도 자신이 경영하던 장진건설의 부도로 자금 압박을 받고 배두갑으로부터도 위탁받은 매매대금의 지급을 독촉 받는 등 회사 사정이 어렵게 되자, 이를 일시 모면할 목적으로 회사 직원을 통하여 박평자에게 위 아파트 1001호를 1억 2,000만 원에 매도하고 1997. 1. 9. 박평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2. 먼저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고는 피고가 김용호와 공모하여 김용호가 소유자 배두갑으로부터 위 아파트 1001호를 매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위 아파트 1001호가 김용호의 소유인 것처럼 원고에게 거짓말하여 이를 믿은 원고와 교환계약을 체결하였거나, 피고가 김용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기망행위 또는 배임행위에 대한 가담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김용호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피고가 김용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원고와 김용호 사이의 교환계약을 중개하였을 뿐이고 피고가 김용호와 공모하여 원고를 기망하였다거나 김용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은, 피고는 부동산중개업자로서 위 아파트 1001호의 교환계약을 중개함에 있어서 당시 위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이어서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김용호에게 공사계약서나 도급계약서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문의하여 과연 김용호가 위 아파트 1001호의 분양예정자인지, 다른 분양예정자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 확인할 의무가 있고, 그 결과 만일 원래 위 아파트 1001호의 분양예정자가 배두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교환계약에 관한 배두갑의 의사를 확인하며, 원고에게도 김용호가 위 아파트 1001호의 진정한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 등을 고지함으로써 이 사건 교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김용호의 말만 믿고 원고에게, 김용호가 위 아파트 1001호의 소유자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다음 위와 같은 교환계약을 체결하도록 중개행위를 한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교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1억 8,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후, 원고로서도 생면 부지의 사람과 비교적 고액의 교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의 말만을 믿고 계약체결에 나아갈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문의하는 등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자를 조사하여 봄으로써 이에 대한 권리관계 사항을 미리 조사하는 등으로 손해방지를 위한 대비를 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만연히 피고의 말만을 믿고 섣불리 계약을 체결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은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 비율을 손해의 50%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과실상계의 사유 및 비율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어서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위 설시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의 중개행위에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김용호가 사실상 배두갑으로부터 처분권을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이 사건 교환계약은 배두갑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여 체결된 셈이어서 원고는 자신의 의무를 다 이행하고도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이 불능되어 위와 같은 손해를 입게 된 것이고, 원고의 이 사건 손해는 다른 사람의 소유일 경우 교환계약으로 지불한 금전 등을 돌려 받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준공 전의 위 아파트를 김용호의 소유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소개해 준 피고의 소개행위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 이후의 사정, 즉 김용호의 박평자에 대한 매도행위에서 비로소 비롯된 것은 아니며 그러한 사정은 단지 이 사건 중개행위시 잠재되어 있던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이유에서 피고의 과실과 원고의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만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