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항소[각공2007.10.10.(50),2269]
재건축조합이 아파트의 재건축결의에 반대한 일부 세대가 아직 퇴거하지 않고 있는 동에 대하여 해당 세대가 속한 수직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수직라인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철거작업을 시행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방식의 철거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재건축조합이 아파트의 재건축결의에 반대한 일부 세대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이전등기 및 명도소송을 계속하는 한편 입주자 전부가 퇴거한 동부터 철거를 완료한 후, 일부 재건축결의 반대 세대가 아직 퇴거하지 않고 있는 동에 대하여 해당 세대가 속한 수직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수직라인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철거작업을 시행하자, 위 반대 세대 구성원들이 철거용역업체가 위와 같은 방식의 추가철거작업을 하기 위해 아파트공사현장에 진입하려는 것을 막은 사안에서, 위와 같은 방식의 철거용역업무는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김재화
변호사 오성균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공소 사실
피고인은 청주시 소재 (이름 생략)(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 140동 205호의 소유자인바, 위 아파트에 대하여 재건축이 확정되어 2006. 3.경 아파트 재건축조합으로부터 건축물철거 등을 도급받은 피해자 공소외 주식회사에 의하여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중 피고인과 재건축조합 사이에 보상 문제로 마찰이 있자 철거작업을 방해하기로 마음먹고,
2006. 10. 24. 07:00경부터 같은 날 10:30경까지 위 아파트 3단지 공사장 입구에 충북88가4585호 3.5t 화물트럭을 주차하여 포클레인 등 장비의 진입을 막아 위력으로써 피해자의 철거작업 업무를 방해하였다.
판 단
1. 사실관계
가. 노후화된 이 사건 아파트를 철거하고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이름 생략)재건축주택조합(이하 줄여서 ‘재건축조합’이라고 한다)은 재건축결의에 찬성하지 않는 피고인을 포함한 별지 목록 기재 39명의 입주자들(이하 이를 합하여 ‘피고인 등’이라 한다)을 상대로 하여 2003. 12. 22. 이 법원 2003가합4348호 로 최고절차를 거친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법원은 2006. 7. 7. 피고인 등 중 노동래를 제외한 나머지 38명에 대하여 재건축조합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별지 목록 기재 각 해당 세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이를 명도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위 판결의 주문에는 위 명도부분을 가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 피고인 등 중에서 피고인을 포함한 별지 목록 ‘
다.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은 재건축조합과 사이에 건축물철거 용역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철거 작업을 시작하여 2006. 8. 말경 이 사건 아파트 중 135동, 139동 및 141동을 순차로 전부 철거하였고, 2006. 10.경에는 133동 및 134동의 각 일부를 철거하였다. 피해자 회사가 위와 같이 133동 및 134동을 전부 철거하지 않고 일부만을 철거한 이유는 제133동 제310호의 소유자 공소외 1과 제134동 제407호의 소유자 공소외 2가 각 해당세대에 관하여 위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고, 그 일부 철거의 구체적인 방법은 위 공소외 1 및 공소외 2가 소유한 세대가 속한 수직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 쪽을 뜯어내는 것이었다(철거 현장의 소장이던 공소외 3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에 이 사건 아파트가 조립식 건물이어서 1개 동 중 가장자리에 위치한 라인만 철거한다면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험에 비추어 추단하고 위 공소외 1 등이 해당 세대에서 오랫동안 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방식의 일부 철거를 단행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라. 전부 철거된 135동, 139동 및 141동을 제외한 나머지 133동, 134동, 136동, 137동, 138동, 140동, 142동, 143동 등 8개 동에 관하여 피고인을 포함한 각 일부 세대 소유자들이 위와 같은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아 놓고 있음에도, 2006. 10. 24. 이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 소유 세대가 속한 140동을 비롯한 수개 동에 관한 철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위 8개 동의 부지로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화물트럭을 주차시키는 바람에 진입에 실패하였다.
[증거] 피고인 및 증인 공소외 3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피의자신문조서, 한상수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각 사진, 동 배치도(갑 제8호증), 판결문(갑 제9호증, 을 제1호증), 결정문(갑 제6호증, 을 제4호증)
2. 피해자 회사 철거 업무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고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침해로부터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 회사가 135동, 139동 및 141동을 순차로 전부 철거하였다가, 같은 무렵 피고인을 포함한 20명이 위 강제집행정지결정문을 받아 내자 위 20명 중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각 소유 부동산이 속한 133동 및 134동의 일부만을 위 각 부동산이 속한 수직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 쪽을 뜯어내는 방법으로 철거작업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06. 10. 24. 이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 소유 부동산이 속한 140동을 비롯한 위 8개 동 중 수개의 동에 관해서도 위 강제집행정지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일부씩 철거하는 작업을 시도하려 하였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재건축의 목적은 노후·불량한 건물을 철거하고 그 대지에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여 다수의 행복과 이익을 증진하는 데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 가 정한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에 반대하는 소수의 자에게 적정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함으로써 그들과 재건축을 원하는 다수의 구분소유자와의 사이에 사회경제적 이익의 합리적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재건축조합은 노후화된 이 사건 아파트를 철거하고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이다. 위와 같은 취지로 설립된 재건축조합과의 용역계약을 맺고 피해자 회사가 시행한 위와 같은 변칙적인 철거작업은 노후화로 구조적인 안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이 사건 아파트에 실시하여서는 아니 될 내용이었다. 하물며 공소외 3의 증언처럼 당시 피해자 회사가 단순히 경험에 비추어 가장자리에 위치한 라인만 철거하면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게다가 위 공소외 1 등 해당 부동산 소유자들이 장차 더 이상 오랫동안 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이는 위와 같은 일부 철거 방식이 피고인이나 공소외 1 등이 불안감으로 버티지 못하고 퇴거할 것을 유도하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위와 같은 방식의 일부 철거를 단행하였다면, 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재건축의 목적이나 매도청구권의 제도취지를 무색하게 함은 물론 그러한 법률지식이 없는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도 혀를 내두를 만큼 어이가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133동 및 134동의 일부 라인을 잘라내 철거한 피해자 회사 측 사람들은 건물 나머지 라인 쪽에서 점점 겨울이 다가오는 차가운 밤을 보내야 하는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 등의 가족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고서 그런 일을 범하였다는 말인가. 그렇게 집합건물 중 일부만 뚝 잘라 철거할 수 있다면, 소수의 반대로 다수가 지지하는 재건축결의의 목적이 무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수와 소수간의 합리적인 이익 조정을 도모하고자 위와 같은 매도청구권을 법률이 별도로 마련하여 둘 필요가 어디 있을 것인가.
다. 강제집행정지결정으로 이 법원 2003가합4348호 판결 중 각 해당 부동산의 명도에 대한 가집행선고 주문의 집행력이 배제됨에 따라 피고인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명도를 받아 건물 전체를 철거하는 절차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재건축조합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피해자 회사는 위 강제집행정지결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등으로부터 강제집행 등의 방법이 아닌 임의적인 방법으로 명도를 받을 의도로 집합건물 중 일부를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 사건 당일 피고인에 의해 저지당한 피해자 회사의 업무 내용도 위와 같은 작업과 같은 연장선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피해자 회사의 철거 업무는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적인 것이므로 도저히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결 론
피해자 회사의 철거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별 지] 목 록 :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