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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7.26.선고 2011재노60 판결

국가안전과공공질서의수호를위한대통령긴급조치위반

사건

2011재노60 국가안전과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대통령긴급조치위반

피고인

1. A

2. B

3. C.

재심청구인

피고인들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고병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D(피고인 A, B을 위한 사선)

담당변호사 E, F, G, H

변호사 I(피고인 C을 위한 국선)

재심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1979. 6. 29. 선고 79노438 판결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79. 2. 23. 선고 78고합714 판결

판결선고

2013. 7. 26.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79. 2. 23. 피고인들에 대한 별지 기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를 적용하여 피고인 A, B에게 각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다(위 법원 78고합714호),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항소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은 1979. 6. 29.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 B에게 각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고(위 법원 79도438호), 그 후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피고인들이 2011. 4. 11. 이 사건 재심청구를 하였는데, 이 법원은 2013. 6. 5. 대상사건에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해진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후 항고기간 내에 적법한 항고 제기가 없어 위 재심개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고인 B)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저지른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피고인들)

원심의 각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직권 판단

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1)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 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 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 ·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 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 반자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교·정간·폐간. 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 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3)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 (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4)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결정 등 참조).

나. 소결론,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긴급조치 제9호의 효력 여부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는 위와 같은 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항소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기재와 같은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정형식

판사김관용

판사윤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