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2016-07-12
업무처리소홀(견책→기각)
사 건 : 2016-270 견책 처분 취소 청구
소 청 인 : ○○경찰서 경위 A
피소청인 : ○○경찰서장
주 문 : 이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원 처분 사유 요지
소청인 A는 ○○지방경찰청 ○○경찰서 ○○지구대 ○○팀에 근무 중인 경찰공무원이다.
소청인은 순찰차량을 운전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순찰차량을 운전을 하면 보행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잘 살펴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교통신호에 따라 안전에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6. 1. 13. 19:50경 순찰4팀에서 순찰차량(○○로○○호, 순○○호) 운전근무 중 “인도 상 눈밭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112신고를 접수, 현장에 출동하여 관련 주취자를 순찰차량에 승차시키고 파출소로 이동 중,
2016. 1. 13. 20:15경 ○○구 ○○로 ○○앞 편도4차로 도로를 ○○공원 쪽에서 ○○단지 쪽으로 4차로를 따라 진행 중 ○○교 사거리 교차로에서 ○○역 쪽으로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녹색등화 점멸신호일 때 우회전하며 시속 약 5~10Km 속도로 진행하다 횡단보도를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하던 피해자 B의 우측다리부분을 소청인이 운전하던 순찰차량 좌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지는 교통사고를 발생하게 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채찍질손상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이와같은 소청인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57조(복종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6호, 형법 제268조를 위반하여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각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나, 1990. 순경으로 임용되어 그 동안 경찰청장 표창 등 총20회의 표창 수상 경력사실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견책’에 처한다는 것이다.
2. 소청 이유 요지
소청인은 순찰차량을 운전하고 있던 중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녹색등호 점멸신호일 때 우회전하여 시속 약 5-10km 속도로 진행하다 횡단보도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소청인 차량을 기준으로 맞은편에서 횡단)하던 피해자 B의 우측다리 부분을 충격,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고 합니다)를 야기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에 있어 소청인의 도로교통법 위반의 사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소청인은 당시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한 상태로 다른 보행자들이 완전히 횡단하는 것을 확인한 후 순찰차량의 경광등을 켠 상태에서 횡단보도 녹색 신호가 거의 끝나갈 무렵(점멸신호) 서서히 출발하였으나, 눈이 내려 바닥이 젖어 있는 저녁시간에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보행자를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에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 당시 소청인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여 보행자의 통행여부를 확인하였고(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보행자가 없다고 판단하여 서행으로 우회전 하였으며, 나아가 도로교통법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도 사거리 교차로에서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회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소청인에게는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교통사고는 긴급한 업무라고 할 수 있는 112신고 사건을 처리하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혹한기 영하날씨에 인도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따뜻한 장소로 이동시켜 체온을 유지하고 이후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 서둘러 파출소로 이동하려다 발생하였다. 그러나 피소청인은 당시 상황의 긴급성은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검찰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약식처분(벌금50만원) 하였음을 근거로 아직 선고형이 확정되지 않은 공소사실만으로 소청인에게 징계처분 한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청인은 관련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없으며, 중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고, 상관의 직무명령을 현저히 위반하여 교통사고를 낸 것이 아닌 단지 불가항력적 단순 우발사건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등과 같은 선언적 의무조항을 적용하여 소청인을 징계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 나아가 경찰 지휘부에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평소 열심히 일하다 발생하는 비위혐의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처분하겠다고 공공연히 약속해놓고 이 사건 교통사고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단순사건조차 징계처분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청인은 장기간 경찰공무원으로 열심히 근무하며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점,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공황장애라는 병명을 얻어 현재 치료 중에 있는 점, 2014년에는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황반변성으로 치료를 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점, 이 사건 발생 이후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하여 소청인이 심기일전하여 다시금 경찰조직 및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원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3. 판단
소청인은 교차로 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회전을 할 수 있다는 도로교통법 제25조 제1항을 근거로 저녁 늦은 시간 녹색등화 점멸신호 상태에서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서행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뒤늦게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으며 만약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눈이 온 이후 바닥이 젖은 상태였기에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녹색등화 점멸신호 상태에서 갑자기 뛰어오는 보행자 및 이에 대한 주의의무를 가지는 운전자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보행신호등의 녹색등화 점멸신호는 보행자가 준수하여야 할 횡단보도의 통행에 관한 신호일 뿐이어서 보행신호등의 수범자가 아닌 차의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행자보호의무 존부에 관하여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이에 더하여 보행자보호의무에 관한 법률규정의 입법취지가 차를 운전하여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의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강화하여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임을 감안하면 보행신호등의 녹색등화의 점멸신호 전에 횡단을 시작하였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보행신호등의 녹색등화가 점멸하고 있는 동안에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모든 보행자는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9598 판결 참조)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비추어 볼 때, 녹색등화 점멸신호 상태에서 지나는 보행자 역시 운전자에게 있어 보호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은 물론이며 도로교통법 제25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은 진행하는 보행자에 주의하여 즉,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라고 하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소청인은 사고 당시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 후 서행을 시작하였고 갑자기 뛰어오는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피하기에는 저녁 늦은 시각, 눈 내린 젖은 노면상태를 보았을 때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고 항변하지만 그러한 상황일수록 운전자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만큼 점멸신호가 완전히 소거된 이후에 진행하였음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등화 점멸신호 상태에서 진행 중 급하게 뛰어가는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충격한 행위는 보행자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소청인은 사고 발생 당시 영하의 날씨에 쓰러져 있던 주취자를 따뜻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이와 같이 특별한 경우의 공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소청인에게 내려진 징계처분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교통사고가 다소 긴급한 상황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주취자가 의식을 잃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던 것이 아니었던(단지 술에 많이 취하여 스스로 일어서기 어려웠다고 보여짐)만큼 소청인이 주장하는 정도의 객관적으로 긴급한 상황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추가적인 입증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112신고사건 처리표 외에는 이 사건의 긴급성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부족하고, 소청인은 사고 당시 순찰차량의 경광등은 점등하고 있었으나 싸이렌은 울리지 않은 채 귀소하고 있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사건 교통사고가 소청인이 주장하는 만큼의 긴급한 상황 속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건대, 이 사건 교통사고가 긴급한 상황에서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 소청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4. 결정
이와 같은 소청인의 행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6호, 형법 제268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동법 제78조 제1항의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는 단순한 선언적 의무조항이 아닌 국가공무원으로서 공직수행을 함에 있어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구체적 의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에 위반하는 경우 징계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소청인은 순찰차를 운전하는 경찰관으로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 마땅한 점, 비록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이 의도치 않게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을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소명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 처분 상당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