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2019고정2347 주거침입
A
윤인식(기소), 장지영(공판)
법무법인 오른
담당변호사 박석주
2020. 9. 28.
피고인은 무죄.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9. 5. 18. 22:57경 서울 용산구 B건물 피해자 C(여, 50세)의 주거지에 이르러 피해자의 동의 없이 기존에 알게 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까지 들어가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그 때부터 2019. 5. 28.경까지 총 8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2019. 4. 14. 지인을 통해 피해자를 소개받아 피해자와 교제하였는데, 피해자와의 관계가 급속하게 가까워져 2019. 4. 20.경부터는 거의 매일 피해자의 집에 출입하면서 자고 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피해자를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였는데, 피해자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D)를 이용하여1) 피해자가 없는 때에도 피해자의 집에 출입하였고, 피해자는 그와 같은 피고인의 출입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 피해자는 개인 용무로 2019. 5. 10.경 미국으로 출국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미국에 있던 중인 2019. 5. 18.부터 2019. 5. 25.까지 총 8회에 걸쳐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피해자의 집에 들어갔다(이하 '이 사건 출입행위'라 한다).
라. 피고인은 피해자가 미국에 있던 중인 2019. 6. 1.경 피해자와 연락하다가 피해자에게 "당신은 잘 사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환경을 모른다. 당신은 언제부터 잘 살아서 그러느냐"라고 말하였고, 피해자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말에 화가 나 2019. 6. 2.경 피고인에게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생각할 시간을 가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피고인의 연락을 받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2019. 6. 8.경 피고인에게 "이대로 내버려둬 주세요. 카톡, 전화 하지 말아요. 부탁할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마. 한편 피해자는 미국에 있던 중에 그녀의 집을 관리하던 E을 통해 피고인의 이 사건 출입행위를 알게 되었고, E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고소하게 하였다. 이에 E은 2019. 6. 17. 피고인을 주거침입으로 고소하였다.
3. 판단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가 거주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함에도 감행된 것이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568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출입행위가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거나 이 사건 출입행위 당시 피고인에게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출입행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였고, 이 사건 출입 행위 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묵인 하에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피해자가 없는 때에도 피해자의 집을 출입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출입행위 시까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위와 같은 관계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었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출입행위 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당신은 잘 사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환경을 모른다. 당신은 언제부터 잘 살아서 그러느냐"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졌고, 그 후 피고인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하게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출입 행위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악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피해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출입행위를 묵인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 피해자의 출국 후 피해자의 집을 관리하고 있던 E은 경찰 조사에서 '2019. 5. 28. 피해자의 집을 이사할 계획이어서 2019. 5. 28. 당일 피해자의 집에 들러 이삿짐을 싸려고 하였는데 평소와 다르게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보였다. 의심이 가 관리사무실에 가서 피해자의 집 방문자를 확인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총 8회 방문한 것을 확인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E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측은 이 사건 출입행위를 늦어도 2019. 5. 28.에 알았던 것으로 보인데, 피해자측은 그 당시에는 이 사건 출입행위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피고인과의 관계가 악화된 후에 비로소 이 사건 출입행위를 문제 삼았다.
라. 피해자는 피고인이 그녀의 출국기간 동안 그녀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설령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요청을 거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위 기간 동안 피고인의 출입 일체를 금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또한 피해자가 검찰 조사에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교습을 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평소 피고인이 그녀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묵시적으로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가 이 법정에서 '솔직히 그때 마음은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안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 사람(피고인)이 상처를 입을 것 같아서, 이사를 가기 한달 전이고 낮에는 인테리어공사를 하는 사람들, 부동산중계업소 직원들, 새로 계약한 사람들, 관리하는 동생(E)이 오기 때문에 안 된다고 이야기 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은 피해자의 태도, 그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에게 그녀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이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해자의 집에서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불출석하였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
1) 피고인은 피해자가 그녀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 주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피해자는 피고인이 그녀와 함께 집에 들어갈 때 그녀의 뒤에서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