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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4. 7. 28. 선고 2004노1309 판결

[업무상횡령] 확정[각공2004.9.10.(13),1379]

판시사항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구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하여 위헌결정 이전에 문화예술진흥기금 명목으로 모금한 금원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구 문화예술진흥법(2000. 1. 12. 법률 제61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및 그 위임을 받은 구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2000. 10. 23 대통령령 제169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 제35조 규정에 근거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모금대행기관으로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명목으로 모금한 금원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 같은 법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면, 결국 같은법시행령 및 승인에 근거하던 피고인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대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대행기관으로서의 지위 또한 소멸하였다 할 것이어서, 더 이상 피고인이 모금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소유권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귀속되었다거나 피고인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위하여 위 금원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검사

검사

김지웅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납입과 관련한 구 문화예술진흥법(2000. 1. 12. 법률 제61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효력을 상실하였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내용과 범위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 납입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법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이 모금금액과 방법에 관한 사항 전반에 관하여 위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채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헌이라는 것이므로, 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모금방법에 관한 규정이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여 현실적으로 모금이 이루어진 금원의 소유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어 모금된 문화예술진흥기금에 대한 소유권은 그 기금이 귀속되어야 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있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공연을 주관하면서 문화예술진흥기금 명목의 금원을 수금하여 보관하고 있었음이 명백한 이상, 피고인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위한 업무상 보관자의 지위에 있음은 넉넉히 인정된다 할 것임에도, 피고인에게 보관자의 지위가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대상과 범위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자로서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대상시설인 공연장 등을 빌려 공연을 주관하면서 그 입장객으로부터 위 기금의 수금 및 납부업무에 종사하는 자인바, 1998. 6. 2.부터 1999. 5. 23.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4회에 걸쳐 공연을 주관하고 이를 관람한 입장객들로부터 문화예술진흥기금 명목으로 모금한 12,305,134원을 피해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임의로 제작비 등 사적 용도에 소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나. 구 문화예술진흥법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 및 헌법재판소의 결정

(1) 법 관련 조항

법 제19조(기금의 모금) 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기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문화체육부장관(현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다음 각 호의 시설을 관람하거나 이용하는 자에 대하여 모금할 수 있다.

1. 공연장

2. 박물관 및 미술관

3. 문화재보호법 제39조의 규정에 의하여 관람료를 징수하는 지정문화재(종교단체 소유의 문화재는 제외한다)

② 문화체육부장관은 제1항의 승인을 한 때에는 그 사실을 내무부장관에게 통보하고 이를 관보에 고시하여야 한다.

③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모금을 승인받은 때에는 모금대상시설 운영자에게 모금승인내용을 통보하여야 하며, 그 내용을 통보받은 모금대상시설 운영자는 당해 시설을 관람 또는 이용하는 자로부터 모금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납부하여야 한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모금대상시설운영자가 모금액을 납부할 때에는 모금과 관련된 자료를 함께 제출하여야 한다.

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모금의 모금액, 모금대행기관의 지정, 모금수수료, 모금방법 및 관련자료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법 제19조의2 (대관에 의한 모금) ① 제19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모금대상시설운영자로부터 대관을 받은 자는 모금대상시설운영자에 갈음하여 당해 시설을 관람 또는 이용하는 자로부터 모금을 하여 그 모금액 및 관련자료를 모금대상시설운영자에게 납부·제출하여야 한다.

② 모금대상시설운영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모금액 및 관련자료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납부·제출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모금의 모금액·모금수수료·모금방법 및 관련자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원심은 2002. 2. 7. 헌법재판소에 법 제19조 제5항 제19조의2 제3항 의 위헌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03. 12. 18. 재판관 중 8인의 재판관의 위헌 의견에 따라 위 법조항들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는데( 헌법재판소 2003. 12. 18. 선고 2002헌가2 전원재판부 결정 ), 재판관 중 4인의 의견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납입금 자체가 특별부담금의 헌법적 허용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납입금의 모금에 대하여 모금액·모금대행기관의 지정·모금수수료·모금방법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위 법조항들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위헌이라는 것이었으며, 재판관 중 4인의 의견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은 공연 등을 관람하려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움으로써 국민의 문화향수권 및 재산권 등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게 되고, 특히 모금액 및 모금방법은 기금납입의무자, 모금대상시설과 아울러 문예진흥기금의 모금에 관한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입법사항이므로 이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규에 위임함에 있어서는 위임의 구체성, 명확성이 보다 엄격하게 요구된다 할 것인데, 위 법조항들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입법사항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누구라도 그 조항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위 법조항들은 헌법 제75조 에 규정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법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선고된 이상, 피고인에게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위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 명목의 돈을 업무상 보관하는 자로서의 지위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당심의 판단

앞서 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적용법조(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1항 )에 관하여 선고된 경우가 아니어서, 위 위헌결정으로 피고인에게 과연 업무상보관자의 지위가 소멸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관련 법조문의 해석을 통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살피건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공연을 주관할 당시 적용되던 법의 관련조문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법 제19조 제5항 제19조의2 제3항 의 위임을 받은 법시행령(2000. 10. 23. 대통령령 제169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34조 제1항 에서 모금대상시설별 관람자에 대한 '모금액'에 관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이 시행령의 [별표 1]의 기준에 의하여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정하며, 같은 조 제2항 에서 '모금대행기관의 지정'에 관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은 법 제19조 제4항 의 규정에 의하여 모금대상시설의 운영자를 진흥원을 대행하여 기금을 모금할 수 있는 모금대행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고, 같은 조 제3항 에서는 '모금수수료'에 관하여 모금액에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정하는 모금수수료율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모금수수료로 모금대행기관에게 지급하며, 그 밖에 모금방법 및 관련자료 기타 필요한 사항과 대관에 의한 모금대행의 경우에 관하여 같은 조 제4항 제35조 에서 각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1998년도와 1999년도 문화예술진흥기금 조성에 관하여 모금대상을 전국 각 시(특별시 및 광역시 포함) 소재지 공연장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공연장 등에서 유료로 행하는 공연 등으로 정하고, 모금방법을 모금대상 시설물 이용자의 입장료 또는 관람료를 기준으로 일정률(일정액)을 부가모금하도록 하며, 모금요율은 극장(영화관)을 제외한 기타 공연장의 3,001원 이상의 입장료의 경우 입장요금의 6%, 모금대행기관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공연장의 공연에 대한 모금의 경우 모금대상시설 운영자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1997. 12. 23.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이러한 승인의 내용을 모금대상처인 공연장 등에 통보하였고, 위 공연장에는 피고인이 대관받아 공연한 KBS부산홀, 서울교육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연강홀이 포함되어 있으며, 피고인은 1998. 8. 6.부터 같은 달 9.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9,736,160원, 1998. 8. 29.부터 같은 달 30.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1,099,124원, 1998. 3. 27.에는 KBS부산홀에서 633,910원, 1999. 5. 17.부터 같은 달 23.까지는 연강홀에서 835,940원, 4차례 합계 12,305,134원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모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상의 인정 사실 및 관련 규정, 1998, 1999년도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승인서와 통보서의 각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법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및 이에 따른 법시행령의 각 규정과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에 의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대상 공연장을 대관받아 공연한 자로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모금대행기관으로 입장요금의 6%에 상당하는 이 사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모금한 것이라 할 것인데,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 내용 및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액, 모금대행기관의 지정, 모금수수료, 모금방법 및 관련자료 기타 사항'에 관한 구체적 근거규정인 법시행령의 위임법률인 법 제19조 제5항 , 제19조의2 제3항 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니, 결국 위 법시행령 및 승인에 근거하던 피고인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대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대행기관으로서의 지위 또한 소멸하였다 할 것이어서, 더 이상 피고인이 모금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소유권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귀속되었다거나 피고인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위하여 위 금원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업무상횡령죄의 구성요건을 흠결한 것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고, 같은 논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어 이에 관한 검사의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3. 결 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주경진(재판장) 박정훈 정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