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
2015노859 명예훼손, 모욕
A
피고인
이윤구(기소), 장욱환(공판)
법무법인 Q(담당변호사 R, S)
2016. 4. 1.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명예훼손에 관하여
피고인은 J과 관련하여 "꿀병을 여러병 주었지만, 선거운동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라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꿀병에 관하여 묻는 F 등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한 말에 불과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J이 선거운동을 도와주겠다며 꿀을 전부 달라고 했다"는 말이나 "J이 꿀병을 혼자 독식하였다"는 취지의 말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한 말은 구체적인 사실적시가 아니라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하여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J과 가까운 사이에 있는 F, G의 진술만을 증거로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모욕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J에 대하여 "인간쓰레기다"라는 욕설을 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가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사실오인의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후 위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당심의 판단
결론부터 미리 밝히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1) 전제되는 사실
① 피고인, 피해자 J, F, G, H, I 등은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동문으로, 모두 위 대학원 총동문회의 동문회원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다.
② 위 총동문회와는 별개로 'T'라는 소모임이 있었는데, 피해자 J은 위 T의 회장을, 피고인은 총무를 맡고 있었다.
③ 피고인은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총동문회의 동문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동문들에게 지지를 부탁하였고, 선거운동 차원에서 꿀병을 피해자 J, F, G를 포함한 동문들에게 지급하였다.
④ 피고인은 2014. 3. 29.경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총동문회의 동문회장으로 당선되었다.
(2) 명예훼손죄 부분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고, 이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 피고인, G, F, H, I 등이 모인 것은 피고인이 동문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임원진 구성을 위한 협의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J을 동문회 임원인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하려는 논의가 있었다.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처음에는 찬성했다가 나중에는 결국 반대를 하였다.
② F과 G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동문회장 선거운동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꿀 여러병을 주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혼자 가졌다.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이 "꿀 여러병을 피해자에게 주었다"라는 취지의 말과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것은 피고인 측 증인인 H, I도 인정하고 있다.
③ 그런데 피해자 J은 피고인으로부터 동문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니 도와달라며 제공하는 꿀병 1개만을 받았을 뿐이라고 증언하였다(공판기록 제68쪽).
④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 J에게 직접 꿀병에 대하여 묻지 않고, 위와 같이 J이 없는 자리에서 발언을 하게 된 취지를 묻는 경찰관의 질문에, "당시 확신이 없어서 직접 J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거기에 대한 증거는 없고, 내 생각에 불과하다"(수사기록 제33쪽)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
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은 피해자 J이 꿀병을 어떻게 하였는지에 관하여 단순히 본인의 추측을 바탕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 J이 피고인으로부터 선거운동을 해달라는 일종의 로비를 받고도 응하지 않아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단순한 주관적 평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허위사실(J이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위해 꿀을 여러 병 받았으나 돌리지 않았다)을 전제로 한 채 그 사실에 대한 의견 내지 평가(선거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를 담고 있는 발언으로서, 피해자 J의 명예감정을 저하시키는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3) 모욕죄 부분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의 욕설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는 동문회 회원인 피고인, F, G, K, L, M, H, N, I 등과 동문회 회원이자 동문회의 직원인 U 이외에 약 10여명이 참석하였고, 이들은 'V'라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호 불상의 커피점으로 장소를 옮겼다. 위 커피점에서는 동문회 사무국장으로 누구를 선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피고인은 N을 사무국장으로 선임하려 했고, G와 F 등은 이에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② F과 G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J에 대하여 “인간쓰레기"라는 말을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욕설을 한 장소에 대하여, F이 처음에는 V 음식점이라고 진술하였다가 나중에는 2차 장소인 커피점이라고 진술을 변경하였으나, 피고인과 피해자 및 F의 관계와 이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던 사정 등을 고려해보면, 그 당시 피고인과 F 사이에 J에 관련된 이야기를 수차례 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진술 변경이 F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특히 F과 G는 피고인이 J에 대하여 "인간쓰레기"라는 말 이외에 “분리수거도 안 되는 놈"이라는 말을 하였다고도 진술하였는바(이는 최초 공소사실에는 기재되어 있다가, 공소장 변경으로 삭제되었다), “쓰레기"와 "분리수거"의 문언적 의미와 두 단어 사이의 관련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쓰레기라는 말을 하였음을 어렵지 않게 추인할 수 있다.
④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K, L, M, H, N, I, U 등의 "피고인이 J에 대하여 인간쓰레기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없다”는 증언 내지 진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시 모임의 참석자 10여명은 모두 하나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는 2~3인씩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면 피고인과 F, G 사이의 대화를 다른 사람들은 못 들었을 가능성(그렇더라도 F과 G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욕설을 들은 이상, 전파가능성이 인정됨은 물론이다)이 충분히 있다. 따라서 이들의 "들은 사실이 없다" 증언 내지 진술이 F과 G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증거가치를 갖는다고는 볼 수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당심에 이르러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 보이지 않고, 원심이 고려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아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구창모
판사 장원석
판사 김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