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미간행]
화물차 운전자가 고속도로 3차로를 진행하던 중 갓길에 잠시 정차하였다가 다시 도로로 진입하게 되면서, 고속도로의 갓길에서 주행 차로로 차의 진로를 변경하는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진로를 변경한 과실로 마침 후방에서 3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피해자 승용차의 앞부분을 위 화물차의 뒷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복부장기손상 등으로 사망케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법무법인 구덕 담당변호사 천동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차량 등록 번호 1 생략) 쌍용트랙타 화물차의 운전자이다.
피고인은 2008. 8. 1. 04:20경 부산 금정구 선동 부근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2.5km 지점 3차로를 부산방향에서 서울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갓길에 잠시 정차하였다가 다시 도로로 진입하게 되었다.
당시는 고속도로의 갓길에서 주행 차로로 차의 진로를 변경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후방을 잘 살펴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주어서는 아니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진로를 변경한 과실로 마침 후방에서 3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피해자 공소외인이 운전하는 (차량 등록 번호 2 생략) 카렌스 차량의 앞부분을 위 화물차의 뒷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6:00경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있는 침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부산 서구 아미동에 있는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후송하던 중에 복부장기손상 등으로 사망케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지점 도로가 직선의 약 4.2% 정도의 내리막 경사 3차로 구간으로 도로 구조나 현황상 시야 장애가 없었던 사실, 피고인 차량(트레일러 차량)과 피해자 차량(카렌스 승용차량)이 추돌할 당시 피고인 차량은 시속 약 50km의 속도로 피해자 차량은 시속 약 95km의 속도(이 사건 고속도로의 제한속도 시속 100km)로 주행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 차량이 갓길에 정차해 있던 지점에서 사고지점까지 거리가 200m이고 3차로로 진입을 시작한 지점에서 사고지점까지 거리가 약 91m이므로 정차지점에서 진입을 시작한 지점까지 거리는 약 109m(= 200m - 91m)인 사실, 또한 피고인 차량이 갓길 정차상태에서 갓길을 주행하다가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한 순간 주행속도인 시속 38km에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약 9.6초이고,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하여 사고지점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약 7.65초이므로 피고인 차량이 정차지점에서 사고지점까지 운행한 소요시간은 총 17.25초인 사실, 한편 피해자 차량의 초당 진행거리가 약 26.4m(≒ 95km ÷ 3.6)이므로 피해자 차량은 사고지점으로부터 후방 455.4m(= 26.4m/s × 17.25초) 떨어져 있었고, 피고인 차량이 갓길에 정차해 있었던 지점으로부터는 후방 255.4m(= 455.4m - 200m) 떨어져 있었으며, 피고인 차량이 갓길에서 주행하다가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점으로부터는 후방 110.96m{= 255.4m + 109m - 253.44m(= 26.4m/s × 9.6초)} 떨어져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하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점으로부터 불과 11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피해자 차량이 제한속도 내인 시속 약 95km로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차량이 3차로 진입을 시작하여 진행한 거리를 고려하더라도 저속으로 운행하는 피고인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속력으로 진행하던 피해자 차량(초속 약 26.4m)이 불과 몇 초만에 피고인 차량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게 될 만큼 매우 근접한 거리에 있었던 점, 기록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고속도로 갓길에서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하여 얼마간 진행하다가 뒤쪽에서 “펑”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 전까지는 피해자 차량을 보지 못하였으며 3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면서 뒤쪽을 보지 않았다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고속도로 갓길에서 정상차로로 진입하려는 피고인으로서는 후방을 잘 살펴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주어서는 아니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갓길에서 3차로로 진입한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내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설령 증거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에 피해자 차량이 방향을 급하게 튼 흔적 및 급제동을 한 흔적이 남겨져 있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채혈 결과 혈중알콜농도 0.108%인 상태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설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피해자 차량은 피고인 차량이 갓길에서 주행하다가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점으로부터는 피고인 차량보다 후방 110.96m 떨어져 있었고, 피고인 차량이 3차로로 진입하기 시작하여 사고지점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7.65초이며, 사고 당시는 새벽으로서 교통량이 극히 적었을 시점인 점,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에 피해자 차량이 급히 방향을 틀거나 급제동을 한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채혈 결과 혈중알콜농도 0.108%인 상태에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피고인 차량이 3차로로 진입할 당시의 피해자 차량과의 거리 및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소요시간이 위와 같고 피해자 차량의 운전자가 이 사건 당시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피해자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제동장치 또는 조향장치를 적절히 조작하여 위와 같이 3차로로 진입하는 피고인 차량을 충분히 충격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가 위와 같이 술에 취하여 방향을 틀거나 급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피고인 차량의 뒷부분을 그대로 충격한 것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졸음운전을 한 것 등이 주된 원인이 되었을 여지가 있고 따라서 피고인 차량이 피해자 차량을 위 110.96m 이상 거리의 후방에 둔 채 3차로로 진입하여 진행하였더라도 피해자 차량이 피고인 차량을 뒤에서 충격하였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