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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3.16.선고 2016도16146 판결

살인,사기,절도,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상습도박

사건

2016도16146 살인, 사기, 절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상

습도박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AV(국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9. 29. 선고 2016노1242 판결

판결선고

2017. 3. 1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

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

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도119 판결 참조).

2. 원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에 관하여, ① 피해자 사체에서 갑상연

골상각 골절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하면 타인이 손이나 팔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

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② 그 사망시각은 피해자가 T에게 전화를 건 2013. 1. 29.

09:52경부터 T의 전화를 받지 아니한 11:59경까지 사이라고 판단되며, ③ 피고인이 피

해자의 보험계약을 해지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보아

야 하고, ① 피고인이 일정한 소득 없이 도박장을 전전하는 등 돈이 필요한 상황이 어

서 살인의 동기도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원심과 제1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중 피해자의 사망 원인과 관련하여 2

개의 감정서가 제출되었는데, 각 감정서는 서로 다른 결론을 취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3. 3. 8.자 감정서에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불명(不明)이

라는 결론을 내렸다. 위 감정서에서 제시한 주된 근거는, 1 피해자의 사체가 고도로,

부패하여 외상이나 질병의 존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 ② 좌우 갑상연골상각 골절이

있으나 그것이 사후에 발생하였는지 감별이 불가능한 점, ③ 전신의 외표, 골격 및 내

부 실질 장기에서 사인으로 인정할 손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단국대학교 AH은 2015. 3. 4.자 감정서에서 피해자의 좌우 갑상연골상각 골절은 피

해자 사망 전에 손조름이나 팔조름에 의하여 경부에 직접 압박이 가해져 발생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 감정서에서 제시한 주된 근거는, ① 이 사건에서 사체 이송 또는 부

검 중의 사고나 부패 때문에 위 골절이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 점, ② 사체 상

태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위 골절은 손이나 팔에 의하여 경부에 직접 압박이 가해져 발

생하였다고 판단된다는 점 등이다.

(2) 타인이 손이나 팔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는 원심 판단은 AH 감정서

의 결론과 일치한다.

그런데 AH 감정서의 결론은 피해자 사망 시점으로부터 약 2년이 경과한 후에 부검

을 거치지 않고 관련 자료를 토대로 하여 도출한 것인 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서의 결론은 피해자 사망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체에 대한 부검을 거쳐 도

출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의 작성 시기와 부검에 의한 결론 도출 방법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그 신빙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갑상연골상각 골절 시점을 감별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판단의 구체적 근거

가 무엇인지, 그 근거가 부당한지에 관하여 전혀 심리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AH 감정서는 사체에서 발견되는 갑상연골상각 등의 후두골 골절이 다른 원인

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아니하면서도,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침대에

서 넘어지는 등의 다른 원인으로 갑상연골상각 골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기

재하였다. 그러나 과연 침대에서 넘어져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경부 압박 외의 다른 원인으로 골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원심이 피해자

의 사망 원인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런데도 원심은 AH 감정서의 결론이 다른 증거나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지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원심이 '사망 원인 불명'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의 결론에도 불구

하고 직접적인 경부 압박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판단하기 위하여는, 갑상연골상

각 골절 원인을 포함하여 각 감정서의 결론에 차이가 나게 된 구체적 이유가 무엇인

지, AH 감정서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3) 나아가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 자

존심이 상하게 되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게 의식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목

을 졸랐다면,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였다고 보는 것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 위

각 감정서에는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있는지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원

심으로서는 부패된 사체 상태 등을 근거로 하여 피해자의 저항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만약 가능하다면 실제로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있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

한 후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피고인이 피

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원심판

결 중 위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는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

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상옥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